*모든 지역(地域), 인명(人名)은 가상입니다.

*여행을 떠난 오이카와와 카게야마를 제3자의 시선(나)에서 바라본 글입니다.

*'나'가 타인에게 편지를 보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타케다씨께 보내는 편지 (01일째)





 

바람이 곧추 불고 있습니다. 저희 여관 앞을 장식한 단풍나무도 어느덧 빨갛게 물들었습니다. 저희는 겨울을 나기 위해 나무에 지렛대를 세우고, 지붕 위에 돌을 얹었고 정원도 다듬었습니다. 아직 이르다고 하시려나요. 쓰야마촌에서의 겨울이 빠르다는 건, 타케다씨가 아무리 마을을 떠난 지 오래됐다고 해도 아직 잊지 않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건강하신지요? 안부인사가 늦었습니다. 아주머니도 아저씨도, 리츠코도 건강하다는 소식을 들어 무척 기쁩니다. 타케다씨의 편지를 받은 건 8월 막바지였습니다. 마당에 물이라도 뿌릴 겸 나갔다가 마침 땀을 뻘뻘 흘리는 우체부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얼음을 세 개 띄운 물을 드린 후 편지를 받아 들은 뒤, 타케다씨의 이름이 적힌 걸 보고 제가 어찌나 놀랐는지 타케다씨는 모르시겠죠. 물이고 뭐고 제 방으로 뛰어들어가 편지를 정독했습니다. 적어주신 말씀 하나하나 전부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금 제가 펜을 드는 게 10월 그믐밤이니 답장이 참으로 늦어졌네요. 죄송한 마음을 담아 변명을 말씀드리면, 저는 답장을 해야 할지 망설였습니다. 편지에 적힌 건 주로 타케다씨의 안부인사와 간단한 근황, 그 뒤로는 전부 왜 제가 그런 결심을 했는지에 관해 묻는 내용이었습니다. 혹시나 싶어 방금 편지를 다시 꺼내보았습니다만 역시나 제 기억이 옳네요.

저는 타케다씨의 편지를 읽은 후 곧장 답장을 쓰려고 했습니다. 흰 편지지를 꺼내고 옆에 편지봉투를 준비해두고, 펜까지 꺼내 들었지만 손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열어둔 창문으로 오후의 햇빛이 새어들고 물을 뿌리지 않은 마당에서 올라온 열이 지나치게 뜨거웠습니다. 끈으로 매어둔 소매 안쪽으로 땀이 스며 나왔습니다. 너무 더운 걸까 싶어 얼음물을 준비해놓고 다시금 책상에 앉았습니다. 손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내 답장 쓰기를 포기하고 편지지를 다시 집어넣었습니다. 지금 제가 쓰는 편지는 오랜 고민을 거친 끝에, 제가 저 자신의 치부(恥部)를 드러내는 심정으로 쓰는 것임을 부디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지금 편지에 쓰려는 이야기는 제게 지나치게 부끄럽고 동시에 지극히 아름다운 기억입니다. 치부보다 부끄러운, 심장보다 소중한 추억을 타케다씨께 과연 말해도 될지 망설였던 것입니다. 타케다씨를 못 믿어서도 아니고, 타케다씨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아주 단순하게, 그 기억은 제게 무척이나 특별합니다. 저는 단지 그들, 그들과의 이야기를 글로 남겨도 될지 망설였을 뿐입니다.

그리 고민하다 보니 이리도 늦은 답장이 되어버렸습니다. ‘답장을 반드시 주지 않아도 된다. 허나 답장을 하기로 정했다면 꼭 주기 바란다고 하셨던 타케다씨 말씀처럼, 저는 답장을 쓰기로 정했으니 이 편지를 마치기 전에는 펜을 놓지 않겠습니다. 지금은 저녁 6시 반입니다. 어머니와 아버지, 세이와 쇼우, 여관 식구들은 저녁 식사 중입니다. 저는 저녁을 먹지 않겠다고 말한 후 방에 앉아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이 편지를 마쳤을 때 몇 시가 되어있을지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중간중간 손을 멈추는 때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타케다씨가 편지를 보실 때도 그러한 순간들이 이 글에 보일지는 모르겠습니다. 만약 그런 낌새를 눈치채신다면, 그저 조용히 타케다씨께서도 손을 멈춰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들에 대해서, 그들의 순간의 분위기에 대해서 아주 잠시라도 상상해주세요. 저는 그들의 이야기를 다시금 되새기며 이 편지를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 여관을 방문하는 사람 중 젊은 사람의 비율이 극히 적다는 것을 타케다씨도 알고 계시겠죠. 그 적은 비율조차도 어르신들을 안내하기 위해 온(혹은 어르신들의 자녀, 손자분들로 그저 그분들을 따라온) 사람이라는 것도 역시나 알고 계시겠죠. 때는 4월이었습니다. 날짜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3일 연속 내렸던 비가 그치고 초록빛 태양이 맑게 떠오른 날이었습니다. 4월에는 저희 여관으로 오르는 언덕길이 온통 진달래로 뒤덮인다는 것을 기억하시나요. 주로 붉은 색조입니다만, 분홍색과 주황색이 섞여 다채로운 봄의 향취를 더합니다. 타케다씨께서는 어릴 적 그 언덕길을 몇 번이고 오르내리며 진달래꽃을 온통 따다가 꽃대를 빨아 꿀을 먹곤 했죠. 저는 타케다씨의 입술이 톡 튀어나와 꽃대를 물고 오물거리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쓸데없이 어릴 적 얘기는 그만하고 어서 본론을 말하라고 화내고 계시겠네요. 어린 시절의 개구쟁이였던 모습을 당신은 그리 탐탁지 않아 하셨죠. 저는 그 당시의 당신을 꽤 좋아합니다.

그렇게 꿀을 풍성하게 머금은 진달래꽃이 올해도 어김없이 곱게 피어 언덕길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향기를 내뿜고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마당에서 바람에 날려온 진달래꽃을 쓸고 있었습니다. 땅에 떨어진 꽃잎을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도 꽤 정취 있는 일입니다만, 타케다씨도 잘 아시다시피 저희 어머니는 깨끗한 돌길을 좋아하십니다. 덕분에 저는 진달래꽃대가 떨어질 때마다 마당에 나가 한두 개의 꽃을 쓸곤 했습니다. 언덕길을 직선으로 걸어 올라오다가 갑작스레 왼쪽으로 꺾어지는 길목에 저희 여관이 있는 탓에 저는 마당에서 올라오는 손님들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마당에서 꽃을 쓸던 저는 저녁노을보다도 다정한 빛깔의, 꽃잎보다 부드러워 보이는 머리카락을 발견했습니다. 머리카락에서 이마, 눈동자와 연이어 얼굴, 상체에 이르기까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 건 어떤 청년 한 명이었습니다. 저로서는 젊은 청년을 만나는 게 무척이나 오랜만이었기에 당황하여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부디 저를 놀리지 말아 주세요. 여관에서 만나는 사람이라곤 온천을 즐기러온 어르신들뿐이고, 여관에서 일하는 식구들조차 기본 나잇대가 40대 후반이시니까요. 세이와 쇼우, 중학생인 그 아이들을 제외하면 제게 젊은 청년이란 미지의 존재였습니다.

이곳이 쓰야마 여관인가요?”

청년은 나뭇잎을 살살 건드리는 햇살처럼 부드럽게 웃었습니다. 저는 입을 열려고 해도 꽁꽁 얼어버린 입술을 탓하면서 몇 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청년은 다행이네요, 말한 후 뒤돌아 크게 외쳤습니다.

토비오! 여기야! 괜히 헤매지 말고 올라와!”

다시 제 쪽으로 몸을 돌린 청년은 남은 방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저는 그제야 입을 열고, 숨을 가다듬은 후 천천히 대답했습니다. 남은 방은 언제고 있다고. 다행이네요, 청년은 다시금 웃었습니다. 선선한 눈동자를 한 청년은 웃는 얼굴이 마치 국화처럼 깨끗했습니다. 그는 이런 시골에 오는 사람이 흔히 그렇듯 짐은 무척 가벼웠고 정갈한 복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뒤로 나타난 건 밤바다처럼 검은빛의 눈동자를 한 청년이었습니다. 그 청년은 제게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처음 든 인상은 두 사람 모두 무척이나 준수하다는 점이었습니다.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두 사람은 서로를 음극과 양극처럼 끌어들이기도 하고, 때로 함께 있을 때면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저는 두 사람을 처음부터 특수하게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이곳 쓰야마 여관에 일부러 찾아온 젊은 청년, 남성 두 명이 함께 왔다는 점, 함께 있을 때면 애틋한 눈동자가 오간다는 점……. 저는 그 모든 것들이 야릇한 느낌을 준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두 사람을 이끌고 여관 안으로 들어가자 오후 2시의 종이 멀리서 울려 퍼졌습니다. 쓰야마촌 안에만 들리는 종소리는 깊은 산 속 절에서부터 시작해 산등성을 지나 계곡을 넘고, 삼각형을 이루며 넓게 퍼지는 강을 따라 흐르고 미츠호수를 지나 이곳 쓰야마 여관에 이를 때 즈음이면 거의 흩어집니다. 하던 일을 멈추고 귀를 열어야만 들리는 성질의 것이지요. 종소리를 듣자 두 사람의 발걸음이 멈췄습니다. 저는 쓰기 편하게 넓은 받침대에 올려놓은 숙박 장부를 부드러운 머리색의 청년에게 전달했습니다. 그분은 금방 허물어질 것 같은 미소를 지은 후 제게 물었습니다.

저 종은 매시간 울려 퍼지나요?”

……아뇨. 오후 2시에만 울립니다. ……절에서 정한 기도시간이죠.”

저는 그분을 처음 만났을 때보다는 혀가 풀려 그나마 부드럽게 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지금 써놓은 간격보다는 더 길었을 거라 생각됩니다. 독특하네요. 그분은 그리 말하고 숙박 장부에 이름을 써 넣었습니다. 오이카와 토오루(及川 ). 깨끗한 한자였습니다. 저는 어째선지 그분의 이름을 보자 미츠호수가 생각났습니다. 이름에 들어간 내 천()자 때문이라면 강줄기가 떠올라야 할 것 같은데도요. 그분은 자신의 이름 옆에 펜을 두고 잠시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무의식적으로 뒤에 선 검은 머리카락의 분을 바라봤습니다. 단순하게 저분의 이름을 뭘까, 하는 정도의 궁금증이었습니다. 아마도 오이카와씨는 그 순간 저의 눈빛을 느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분들과의 추억이 있는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당연하기도 합니다. 저는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눈길을 돌리려던 저의 머리를 한 대 세게 때려주고 싶다고도 생각합니다. 가능하다면 말이죠.

오이카와씨는 다시금 조용하게 글씨를 적어나갔습니다. 카게야마 토비오(影山 飛雄). 서로에게 무척이나 어울리는 이름이었습니다. 깔끔하고 정갈한 이름의 오이카와씨, 살며시 입술을 다물고 고요한 눈동자를 한 카게야마씨. 초면인데도 저는 두 사람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영혼의 교감을 하기라도 한 것처럼, 제 마음이 온통 두 사람에게 쏠렸지요. 타케다씨께서는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를 못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오래 살지도 않은 제가 영혼의 교감이니, 분위기니 말하는 것이 의아할 수도 있겠지요. 저도 그 당시에는 그렇게 느끼는 것이 살며시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다만 두 사람을 만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일종의 교감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정도가 미약하냐 강하냐의 차이일 뿐이겠지요. 저는 타케다씨께서도 두 사람을 만나면 그러한 감정의 일점(一點)이라도 느끼실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편지로는 전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저는 두 사람에게 방 하나의 열쇠를 건넸습니다. 그렇게 해야 한다 생각했을 뿐입니다. 오이카와씨는 잠시 제가 건넨 열쇠를 바라보다가, 이내 산들바람 같은 미소를 머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이카와씨는 그것만을 말하고 입술을 다물었습니다. 저는 오이카와씨의 눈동자가 저를 곧게 바라보고 있는 것을 느꼈으나 무어라 말해야 할지 몰라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제가 그에 무어라 답했어야 좋았을지 지금도 고민이 됩니다.

 

 

저녁 식사 준비가 한창인 시간이었습니다. 벌레 무리가 울기 시작하고, 복도와 연결된 정원에서는 초저녁의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저는 온천을 청소하러 청소 도구를 들고 복도를 걷고 있습니다. 쓰야마 여관이 지어진 지 100년이 넘은 만큼, 바닥을 짚을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는 아무리 조심해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나고 자라 그나마 요령을 압니다만, 혹시 타케다씨는 기억하고 계신가요? 발끝을 조심스레 댔다가 재빨리 뒷발을 물 흐르듯 대고, 급하게 한꺼번에 떼면 그나마 소리가 작게 나지요. 그렇게 걷고 있을 때쯤 반대쪽에서 요란하게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오이카와씨가 서 있었습니다. 푸른 나팔꽃이 그려진 유카타로 갈아입은 오이카와씨의 모습은 제가 본 어떤 분보다 그림 같았습니다. 유카타가 그리 잘 어울리는 분도 드물거라 생각합니다.

오이카와씨는 저를 보고 고개를 한 번 끄덕였습니다. 저도 마주 끄덕였습니다. 가벼운 인사라고 생각했습니다. 오이카와씨는 제 앞에 선 후 눈동자를 굴렸습니다.

청소하러 가시는 건가요?”

. 온천을.”

혹시 저녁은 방으로 가져다주시나요?”

. 아마 30분 후에. 제가 올려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그리 길지 않은 대화였지만 저는 대화 도중 그의 눈을 지그시 바라봤습니다. 가을의 정취를 담은 색깔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곳이 여관인지 가을 숲속인지 헷갈리기도 했습니다. 오이카와씨는 또다시 고개를 끄덕이고 저를 지나쳐갔습니다. 그는 발소리를 시끄럽게 내는 게 신경 쓰이는지 움직임이 아주 느렸습니다. 저는 그가 말하고 싶은 내용 중 반 이상을 말하지 않는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무의식중에 느꼈습니다. 무엇이 저에게 그런 느낌을 준 걸까요? 어쩌면 움직임이 느렸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혹은 그가 스치듯이 연한 미소를 짓는 사람이라 그런지도 모릅니다. 저는 누군가를 속단한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제 글이 너무 두서없이 진행된다 느껴지실 수도 있겠습니다. 되도록 그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편지를 써야 한다 생각했기에, 이야기가 껑충 뛰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네요. 그럴 때면 타케다씨는 그 사이를 상상으로 메꿔주시기 바랍니다. 사실 그들이 나오지 않는 이야기는 이 편지에 불필요한 내용이기도 하니까요. 다만 저는 그들의 이야기를 쓸 때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온전히, 제가 느낀바 그대로, 사실 그대로를 전달 드리고 싶습니다. 이는 타케다씨께 솔직하고 싶은 저의 심정이기도 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글로 써야겠다고 결심한 순간부터 저 스스로 정한 규칙이기도 합니다.

저녁 식사가 준비된 후 두 사람의 방 장지문을 두드린 건 몇 시 즈음이었을까요. 밤 벌레 소리가 조용히 들리고 마당과 정원에 어둠이 깔린 시간이었습니다. 쓰야마촌은 고요에 휘감겼고, 복도는 조용했으며 먼 방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오이카와씨와 카게야마씨가 있는 방을 제외하면 20명 내외의 단체손님이 한 다리 건넛방에서 묵는 밤이었습니다. 그날 달이 초승달이었던 것만은 또렷이 기억이 납니다. 하늘이 참 맑았습니다. 두 사람의 방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혹시나 방이 비어있나 싶어 다시 쳐다봤더니 그림자 두 개가 어른거렸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이윽고 장지문이 열리고 카게야마씨가 제 앞에 서 있었습니다.

저녁을,”

들어오세요.”

제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오이카와씨의 목소리가 방 안쪽에서 들려왔습니다. 제 앞에 서 있던 카게야마씨는 다시 자리로 돌아가 앉았습니다. 두 사람은 유카타를 입고 있었고, 카게야마 씨의 유카타는 저희가 준비해놓은 두 개의 유카타 중 아무 무늬 없이 검은 바탕에 흰 줄무늬가 그려진 유카타였습니다. 방금 온천에서 나온 건지 앞머리카락이 살며시 젖어 있었습니다. 머리카락에 달려있던 물방울이 떨어져 그의 유카타를 적시는 것이 또렷이 보였습니다. 저는 준비해 온 저녁상을 두 사람 앞에 놓았습니다.

저녁 먹고 온천 다시 들어갈 거야?”

아뇨. 오이카와씨는요?”

두 사람은 저녁상을 옮기는 저를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는 조용히 이루어졌고, 사이사이 밤벌레 소리가 들릴 정도로 대답의 간격이 길었습니다. 제 숨소리가 들릴까 봐 저는 조심조심 숨을 내뱉었을 정도였습니다. 자연스레 저녁상을 옮기는 제 손도 느려졌습니다. 저는 얼른 이 일을 끝마치고 나가야 할지, 아니면 실수를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타케다씨께만 말씀드립니다만, 솔직한 마음으로 저는 그곳에 가능한 한 오래 있고 싶었습니다. 그들의 분위기에 빠져 그 방이 따로 떨어진 공간처럼 느껴지는 것이 편안했습니다. 조곤조곤 들려오는 오이카와씨의 목소리, 카게야마씨의 응답. 맑은 달밤에 풍기는 풀잎 냄새. 편지에 그 순간을 표현해내지 못하는 건 단순히 저의 말솜씨가 부족하기 때문이겠죠.

나도. 그럼 밥 먹고 잘까.”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내일은?”

글쎄요. 그때 오이카와씨가 호수 얘기를 하셨잖아요.”

. 호수……. 그렇지.”

저는 두 분이 말씀하시는 호수가 미츠호수를 얘기하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이 쓰야마촌에서 그나마 볼거리라고는 미츠호수 뿐이죠. 저는 급하게 저녁상 차리는 것을 마친 후 방을 나왔습니다. 오이카와씨가 제게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보였습니다. 저는 발소리가 울리는 것도 잊은 채 서둘러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미츠호수를 몇 시에 가시는 걸까? 언제 가시려나? 어떤 길을 통해서? 쓰야마촌 한가운데 있는 미츠호수로 가는 방법은, 타케다씨도 아시다시피 10가지가 넘습니다. 저는 가능한 편하고 좋은 길을 두 분께 안내하고 싶었습니다. 동시에 주제넘은 참견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가 안내 해 드릴까요라는 말 한마디도 못 건넨 저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두 사람은 제가 나간 후에도 미츠호수의 얘기를 했을 겁니다. 저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에 대답하고 여러 가지를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여관의 손님께 그런 기분을 느낀 건 처음이었습니다. 동시에 저는 두 사람에게 무척 큰 궁금증을 품었습니다. 오이카와씨와 카게야마씨의 관계와 이곳에 온 경위 등이 궁금해졌습니다. 타케다씨는 왜 제가 갑자기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 무척 궁금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의 제 기분을 설명하는 건 이 편지를 쓰기로 결정하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입니다. 비유하자면 맑은 달밤에 눈을 감으면 밤바람이 뺨을 적시는 것 같달까요. 달리 말해, 그들을 만나 그런 기분을 느끼는 건 무척이나 당연하게 여겨졌습니다. 저는 순수하게 그들이 궁금했습니다. 저의 궁금증이 옳은 것이었는지, 아주 이기적인 궁금증이었는지는 지금에야 그나마 구별이 됩니다. 당시에는 제 기분이 그저 그들을 돕고 싶은 순수한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할 뿐이었습니다…….

 

그날 밤 저는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내일 두 사람에게 제가 미츠호수로 안내해 드릴까요하며 말을 건네는 걸 몇 번이고 연습했습니다. 머릿속에서 오이카와씨와 카게야마씨의 얼굴이 떠돌았습니다. 정갈한 얼굴의 두 사람은 제 상상 속에서 서로 마주 봤습니다. 두 사람의 눈길이 교차하고, 그 사이로 미묘한 긴장이 감돌았습니다. 저는 안 보이는 곳에 서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머리 위로 맑은 햇살이 내리비치고 있었고, 동시에 검은 밤 속 달이 휘영청 떠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무어라 대화하기 시작했고 저에게는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대화내용을 듣고 싶어서 더욱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제가 그들의 몸에 닿은 순간 두 사람은 연기처럼 흩어졌습니다. 그것이 꿈이었는지 제 상상이었는지, 아니면 허깨비가 보여준 환상이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타케다씨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이 글을 읽고 타케다씨가 어떻게 느끼실지 궁금합니다. 부디 타케다씨께서도, 가능하다면 답장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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