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의 오이카와 누나가 등장합니다.

* 오이카게입니다만 오이카와의 등장 비율은 적습니다.

 

 

 

1st.

 

 

 

 

하얗고 둥근 테이블이었다. 상앗빛을 닮은, 혹은 우유색을 닮은 오묘한 흰색. 그와 세트인지 비슷한 색상의 의자에 카게야마는 앉아 있었다. 테이블 한가운데에는 투명하고 긴 꽃병이 있었고, 꽃병 안에는 흰 수선화가 두 송이 꽂혀 있었다. 테이블 바로 옆에 있는 큰 창문을 통해 들어온 여름 햇살이 테이블을 바로 비췄다. 하얗고, 따뜻한 공기가 카게야마의 콧속으로 들어오고 폐를 돌아 천천히 나왔다.

 

 

커피 괜찮으신가요?”

 

 

건너편에서 들려온 목소리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키가 160cm 정도 되어 보이는 밝은 갈색 머리의 여성은 카운터에서 무언가를 준비 중이었다. 여성의 팔은 희고 가늘다. 하얀 셔츠 원피스. 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타고 흘러온 커피 향 때문인지 코가 간지러웠다.

 

 

아뇨, 괜찮습니다.”

그런가요.”

 

 

그녀는 몸을 돌렸다. 연기가 오르는 검은색 머그잔과 연갈색 액체와 얼음이 담긴 유리컵. 두 개의 컵을 테이블에 내려놓은 후 그녀는 조심스레 의자에 앉았다. 한쪽으로 정리한 앞머리와 겨우 어깨를 덮을 정도의 머리길이. “보리차예요.” 짧게 내뱉은 그녀는 카게야마를 마주 바라봤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녀는 입꼬리를 올리고 얼핏 미소지었다.

 

 

사진이랑 똑같으시네요.”

 

 

카게야마는 그녀가 본 사진이 어떤 사진인지, 그 안의 카게야마가 어떻게 찍혔는지 알지 못했으므로 답하지 않았다. 미소지은 그녀의 눈은 작은 어깨처럼 굽이져 있었다. 흔들리는 머리카락, 아름다운 빛깔의 눈동자. ‘오이카와 토오루의 누나라고 본인을 칭한 여성은 손가락을 들어 오른쪽 옆머리를 귀 뒤로 넘겼다. 동시에 조심스레 커피를 마시는 동작은 자연스럽고 아름답다.

 

 

토오루를 만난 건 언제예요?”

중학교 1학년, 키타가와 제일 중학교에서였습니다.”

오래된 인연이네요.”

 

 

학교 이름을 들은 후 입꼬리를 내리더니 카게야마를 다시금 마주 본 그녀는 재차 입을 열었다. “오래된 인연이네요.” 타인의 일을 말하듯 건조한 목소리였다. 혹은 그리 느낀 건 카게야마의 기분 탓인지도 몰랐다. 눈앞의 유리컵 겉면에 결로가 맺혔다. 짧은 공백이었다.

 

 

토오루가 언제부터 배구를 시작했는지 알고 있나요?”

초등학생, 때부터인 거로 알고 있습니다.”

카게야마씨는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했습니다.”

비슷하네요.”

 

 

그리운 일을 회상하듯이 먼 곳을 바라보는 눈동자는 말간 빛을 띠었다. 연한 갈색의 눈동자. 그녀의 머리카락과 같은 색이었다.

 

 

그때 당시에 저희 가족은 배구라는 스포츠는 잘 몰랐으니까, 토오루가 배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어요.”

 

 

작게 웃는 그녀의 얼굴 위로 햇빛이 드리웠다. 하얀 얼굴이 더욱 밝게 빛났다.

 

"그런 저희한테 토오루는 혼자서 이것저것 알아보곤 '여기 가면 배울 수 있대', '이렇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대'라며... 그때부터였어요. 토오루의 방에 항상 배구공이 놓여 있었던 건."

 

그녀의 입술이 다시금 부드럽게 닫혔다. 잠시의 정적 동안 카게야마는 눈앞의 보리차를 한 모금 마셨다. 목을 타고 내려간 보리차의 차가운 기운이 가슴 안에 퍼졌다. 밖을 돌던 바람 소리가 창문을 타고 흘러들어와 여성의 속눈썹을 간지럽혔다. 그녀는 눈을 한두 번 깜빡이곤, 깊게 감았다가 떴다. 카게야마는 그 속눈썹이 흔들리는 걸 바라보며 오이카와를 떠올렸다. 깊이 생각에 빠진 모습이 비슷하다. 자연스레 그를 떠올릴 정도로

카게야마는 고개를 조금 기울였다. 보리차의 맑은 물결이 조각 얼음에 부딪혀 찰랑거렸다. 나이 차가 몇 살이라고 했던가. 카게야마는 기억을 더듬었다. 오이카와가 누나를 언급한 일은 많지 않았다. 조카는 만난 적도 있지만...

 

"중학교 때 만났다고 하셨죠?"

", ."

"그럼 카게야마씨가 입학했을 때 토오루는 3학년이었겠네요."

"..."

"그때였어요. 토오루가 이상한 질문을 했던 건."

 

그녀는 바람 때문에 흔들리는 앞머리를 조심스레 붙잡고는 금세 져버릴 것 같은 약한 꽃처럼 희미하게 웃었다. 연한 갈색의 눈동자가카게야마의 갈비뼈 사이를 파고드는 것 같은 날카로운 빛을 띠었다. 시선을 옮겨 카게야마를 잠시 바라본 후 눈앞의 머그잔으로 다시 시선을 옮긴다. 작은 입술이 열리고 있었다.

 

"저는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날이었고, 타케루를 씻기고 옷을 갈아입은 후엔 오늘처럼 커피를 마시고 있었어요. 그래선지 이런 날이면 이상하게도 선명하게 떠오르거든요."

 

여성은 혼잣말하듯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눈앞의 카게야마는 그녀의 추억 속으로 끌려들어 갔다. 중학교 3학년 때의 오이카와, 키타이치 제일 중학교에서의 그의 모습. 카게야마는 몇 번이고 바라봤던 그의 등을 떠올렸다.

 

"토오루는 말했어요.

 

'누나, 만약.'

 

그 아이의 그런 표정은 처음 봤었죠. 마치 잔뜩 닳아 해진 인형을 품속에서 꺼내서 제게 보여주는 것처럼, 뭔가를 잃은 표정이었어요.

 

'만약 내가 배구를 못 하게 되면 어떡하지?'

 

저는 그 아이가 말하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바로 알았어요. 배구를 못 하게 되는 것. 불가피한 사고나 혹은 어떻게 할 수 없는 이유가 아니라 토오루의 손에서 배구공이 떠나는 것. 아니, 배구가 사라진다는 것. 처음 배구를 만났을 때 이후로 한 번도 자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 본 적 없던 '그것'이 사라진다면?

제가 입을 열기 전의 짧은 시간 동안 토오루의 옆에서 자고 있던 타케루가 작은 소리를 냈고, 저는 고민했어요. 어떻게 답해줘야 할까를 고민한 게 아니었어요. 이것을 말해도 되는 걸까, 하는.

 

카게야마 씨라면 어떻게 답할 거예요?"

 

돌연 돌아온 질문 탓에 카게야마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심해에 사는 조개빛깔처럼 푸른 눈동자를 두 번 깜빡이고, 살며시 인상을 찌푸린 카게야마. 그녀는 입술을 열었다가 도로 다무는 카게야마를 바라보다가 그만 웃고 말았다. 하얀 테이블 위에서 그녀의 웃음소리가 춤을 췄다. 어딘가 냉소적인 어기가 서린 미소가 그녀의 얼굴에 피어있었다.

 

"저는 그래도 답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토오루의 이 질문에 온전한 그대로를 답해야 한다고. 그것이 토오루를 위한 일이니까. 그래서 저는 말해줬죠. 평소보다 더 단호하게 말했어요. '배구가 너에게서 사라지는 게 아니고, 네가 배구를 떠나는 거겠지.' 어쩌면 토오루는 그때 제 말이 자신을 탓하는 말투처럼 들렸을지도 몰라요. 실제로 저는 토오루에게 지금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 바로 너야, 라고 말하는 거나 다름없었죠. 그러자,"

 

숨을 한 번 참아내는 그녀의 숨소리가 들렸다.

 

"그 아이의 두 눈동자가 흔들리더니 입술을 꽉 깨물더군요. 저한테서 고개를 훽 돌리곤 어깨를 잠깐 들썩였어요. 조심스레 쳐다봤지만 절대로 눈가를 비비진 않았죠. 토오루의 등과 어깨가... 꽉 잡은 주먹의 의미를 저도 알고 있었어요. 토오루가 처한 상황이나, 어떻게 느끼는지도... 저는 항상 토오루에게 관심이 많았고, 시합을 보러 가면 듣고 싶지 않아도 들어오는 정보들이 있잖아요?"

 

그 순간 그녀는 언뜻 카게야마를 쳐다봤다. 그 시선은 잠시의 틈도 주지 않고 바로 그의 차가운 보리차로 이어졌다. 결로가 맺힌 투명한 유리컵을 감싼 카게야마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의 눈동자는 명백히 무언의 이미지를 담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무엇을 선택할지는 토오루의 결정이지만, 저는 그저 그 아이가 남들이 하는 것처럼 자기 합리화나 내세우면서 도망치지 않기를 바랐어요. 그런 제 마음이 담긴 건 토오루에게 아픈 소리일 수밖에 없지만요."

 

그녀는 따뜻한 커피를 한 잔 마시고는, 머그잔을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옳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여성은 마치 자신에게 말해주듯이 작게 말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그녀는 다시 한번 카게야마를 바라본 후 처음과 같이 부드럽게 웃었다. 냉소적 미소, 차가운 시선은 이제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번엔 카게야마씨 차례네요."

 

대신 그녀는 약간의 아쉬움을 담아 말꼬리를 늘렸다. 엷은 갈색의 눈동자는 뜨거워져 가는 햇볕을 받아 일렁이며 빛났다.

 

"토오루를 잘 부탁드려요. 그리고, 한 마디 따끔하게 날려주세요."

 

 

 

 

 

 

 

 

 

 

 

2nd.

 

 

 

 

그 녀석, 호호 할아버지가 되어도 행복해지지 못하는 저주에 걸렸으니까.”

 

이와이즈미는 토해내듯이 말했다. 카게야마는 새하얀 소프트아이스크림을 먹던 움직임을 멈추고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왜요?”

 

한낮의 공원은 점점 뜨거워져 가는 태양 빛을 두 팔 가득 받아들이고 있었다. 커다란 은행나무 아래 벤치에 앉은 카게야마의 옆이마로 땀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이와이즈미는 제 손에도 들린 아이스크림을 한 입 크게 먹은 후 다시 입술을 열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렇게 멍청한 놈이었어. 편해질 방법도, 행복해지는 방법도 다 알고 있으면서 하지 못하는 바보.”

“...오이카와 선배를 가장 잘 아는 이와이즈미 선배가 하시는 말이니 분명 맞겠죠.”

 

카게야마는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이와이즈미가 한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는 한 걸까? 의심의 눈초리를 담아 바라봐도 카게야마는 일없이 아이스크림을 한두 모금씩 먹을 뿐이었다. 오이카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와이즈미는 그 표현을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누구보다도 가장 오랫동안 함께 있었고, 그의 배구를 향한 아집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 오이카와가 자신의 길의 동반자로서 선택했던사람. 이와이즈미는 씁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까지 그와 동행했으며 지금도 이와이즈미는 그의 가장 큰 지지자이다. 허나 그뿐이었다. 자신은 오이카와처럼은 할 수 없었다.

이와이즈미는 한여름의 햇빛을 받으며 아이스크림을 먹는 카게야마를 천천히 바라봤다. 카게야마 또한 이와이즈미의 시선을 눈치채곤 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작은 고요. 이와이즈미 갑작스레 푸핫, 큰 소리로 웃더니 웃음소리와는 다르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랑 닮았을지도 모르겠네.”

?”

 

카게야마는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한다. 그의 미간이 좁아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다시금 미소가 나오려는 걸 애써 참은 후 이와이즈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오이카와를 찾으러 갈 거지? 카게야마.”

.”

 

이와이즈미는 작은 한숨을 내뱉었다. 바보 같은 녀석을 찾으러 가는 바보 같은 후배. 그것이 이와이즈미가 생각하는 두 사람의 인상이었다. 중학교 3학년, 카게야마를 처음 만났을 때의 오이카와의 표정을 이와이즈미는 평생 잊지 못한다. 감독의 변덕으로 오이카와 대신 들어간 카게야마. 오이카와가 다른 누구에게 한 번도 내주지 않았던 그 자리에서 카게야마는 '세터'로서 배구공을 만졌었다. 벤치에 앉아 손바닥에 손톱자국이 생길 정도로 강하게 주먹을 쥐고, 카게야마의 토스를 바라보던 오이카와는 마치

 

마치. 불변의 진리라도 발견한 학자의 표정이었달까.

 

이와이즈미는 고개를 들었다. 구름 없는 파랗고 투명한 하늘이 보였다. 저 멀리서 하얗게 빛을 발하는 태양에서 발산된 열이 이와이즈미를 감싸고 있었다. 이 하늘 아래에서 우연이든 필연이든 두 사람은 만났고, 같은 영역을 택했고 이제는 이와이즈미조차 손댈 수 없는 무대 위에 두 사람만이 서 있었다.

 

“...카게야마. 너한테 배구는 어떤 거냐?”

 

카게야마는 이와이즈미가 중얼거리듯 내뱉은 질문을 이번엔 재차 묻지 않았다. 그 대신 고개를 들었다. 저 멀리 어딘가에서 달려온 햇빛은 나무 사이로 비쳐들어 얼룩덜룩한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간간이 귓가를 간지럽히는 매미 소리는 새파란 하늘 사이로 퍼졌고 천천히 몸을 훑는 바람에는 열기가 담겨 있었다. 카게야마는 여름이 왔다는 걸 직감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잘하고 싶고 누구보다 최고가 되고 싶습니다.”

그럼 오이카와는?”

반드시 이기고 싶은 사람입니다.”

역시 닮았구나, 너희 두 명.”

 

이와이즈미가 무심하게 내뱉은 말에 카게야마는 답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오이카와랑 함께 하면 불행할 거다, 카게야마.”

 

이와이즈미는 낯설게 웃으며 말했다. 커다란 적란운이 태양을 가렸다. 이와이즈미와 카게야마는 커다란 구름의 그림자 안에 갇혔다. 강한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고 파스스, 저들끼리 부딪쳐 부서지는 소리가 매미 소리 사이로 들렸다.

 

제게 불행이란 배구를 하지 못하는 것뿐입니다.”

알고 있어. 하지만 불행할 거야, 분명.”

 

이와이즈미는 조금 곤란한 듯한 표정이었다. 그가 이런 식으로 웃는 건 낯선 일이었다. "이상하지. 분명 행복하기 위해 사는 건데 말이야.” 작은 중얼거림이었다.

 

그래도 난 네가 오이카와 옆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처음엔 너와 만나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저는 오이카와 선배를 만나지 못했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오이카와 선배가 배구를 계속하는 한, 제가...”

 

카게야마는 입을 다물었다. 이와이즈미에게 말해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카게야마는 오랜 경험을 통해 그것을 알고 있었다. 이와이즈미는 카게야마의 입술을 바라봤다. 소프트아이스크림이 묻은 입가가 번들거렸다. 서로 만나지 못했어도, '배구'를 계속하는 한은 이어지고 마는 관계. 그것이 카게야마가혹은 오이카와가'만들어낸' 두 사람의 우연이라고 하는 걸까.

이와이즈미는 마음속으로만 한숨을 내뱉었다. 땀이 등 뒤를 타고 흘렀다. 아이스크림콘을 잡고 있던 손이 끈적거렸다. 매년 느끼는 일이지만 올해는 유독 지독한 더위였다.

 

'나로서는 둘 다 행복해졌으면 하는데 말이지.'

 

무엇보다 소중한 친구고, 중학교 시절부터의 후배다. 두 사람의 관계를 떼고 보면 이와이즈미로서는 둘 다 지키고 싶은 상대다. 허나 두 사람이 선택한 것이 해답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와이즈미는 그저 카게야마의 등을 밀어주는 수밖에 없었다.

 

그 바보 녀석 만나면 한 마디 해줘.”

어떤 말이요?”

 

카게야마는 고개를 갸웃했다. 몇 살이 되든 여전하다. 카게야마는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이와이즈미는 피식 웃었다.

 

또 한 해 동안 열심히 불행하라고.”

 

 

 

 

 

 

 

 

 

3rd.

 

 

 

 

분홍빛을 담은 오렌지 빛깔이 한쪽 하늘을 온통 뒤덮었다. 하늘의 색을 그대로 담은 바닷물결이 갈색빛으로 변한 모래를 덮었다가 그대로 쓸어 담았다. 만조가 진행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물이 조금씩 차오르면서 젖어 드는 모래의 영역도 넓어졌다. 오이카와는 바로 그 바다 안에서, 바닷물과 하늘의 경계가 불분명한 지점에 서 있었다. 그의 허리춤까지 오른 바닷물 표면은 주홍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그 속은 시큼한 소금 냄새를 풍겼다. 붉게 물든 석양은 오이카와의 뒤편에서 둥그런 둘레를 빛내며 구름을 몰아내고 있었다. 몰려오는 어둠이 오이카와의 흰 티셔츠를 뒤덮었다.

카게야마는 젖어 드는 모래 위에 서서 오이카와를 바라봤다. 서서히 발을 움직여 바다 안으로 들어갔다. 바닷물은 그의 신발, 양말, 바지의 밑단, 중간, 허벅지, 벨트를 적시고 티셔츠 사이로 드러난 복부를 침식했다. 그제야 그는 오이카와의 등 뒤에 설 수 있었다.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에게 등을 보인 채 석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석양의 타오르는 빛이 아름다운 홍차 빛 머리카락에 녹아들었다. 파도치는 소리가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 오이카와는 천천히, 마치 누가 와 있는지 안다는 듯이 아주 천천히 몸을 돌렸다.

석양을 등진 그의 얼굴은 그림자에 가려져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카게야마가 그 그늘에 익숙해졌을 때, 그의 속을 파고드는 듯한 깊은 눈동자가 곱게 굽어 있는 것이 보였다. 오이카와는 미소짓고 있었다. 카게야마는 그 순간 참을 수 없는 감정이 체내에서 폭발하는 것을 느끼며 그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잠시 뒷걸음질하던 오이카와는 그만 바닷속으로 빠졌고 카게야마는 그를 놓지 않았다. 얽어맨 두 사람의 몸이 바다 안에서 수천, 수만 개의 기포를 만들어 냈다. 투명한때로는 검고 때로는 붉게 비치는 기포는 수면 위에서 포글포글 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카게야마는 검은 물속에서 오이카와를 마주 봤다. 오이카와는 가느다랗게 눈을 뜨고 카게야마를 마주 보고 있었다. 물 사이로 비쳐 들어오는 석양의 빛깔, 바닷속 검은 물줄기 등 주변의 것이 전부 그의 깊은 홍차 빛 눈동자 안에 스며들었다. 카게야마는 오이카와의 입술에 제 입술을 가까이 가져갔다. 피부와 피부가 서로 맞닿으려는 순간 오이카와가 강하게 몸을 일으켰다.

 

토비오, 늦었네. 벌써 해가 다 지고 있잖아.”

 

두 사람의 몸은 완전히 젖어 그 머리카락에서는 차가운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젖은 앞머리를 뒤로 넘긴 후 오이카와는 날 선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찾았네요.”

말은 바로 해야지. 내가 '찾게 해준' 거야.”

오이카와 선배.”

 

카게야마는 오이카와에게 다가갔다. 그의 허리를 끌어안고 제 쪽으로 당겼다. 젖은 티셔츠가 달라붙은 몸이 서로 밀착했다. 젖은 바지도 맞닿아 묘한 열을 자아냈다.

 

오이카와 선배가 어디로 가든 제가 반드시 찾아낼 겁니다.”

 

오이카와도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의 젖은 머리카락에서 소금 냄새가 났다. 오이카와의 냄새와 젖은 바다의 냄새. 그리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향 때문에 카게야마의 심장이 저릿하게 울렸다.

 

제가 이기기 전까진 멋대로 사라지시면 안 돼요.”

건방지네. 그런 말도 할 줄 알게 되고. 토비오 많이 컸다?”

 

오이카와는 장난스레 카게야마의 허리를 꼬집었다. 눈썹을 약간 꿈틀한 카게야마는 인상을 찌푸렸다.

 

오이카와 선배가 제 앞에 계시는 한, 전 반드시 따라가서 붙잡을 거예요. 그러니까,..”

 

입술을 다문 카게야마는 필사적인 애원을 입술 사이에 씹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언제가 되든 오이카와에게 건네는 말은 같았다. 카게야마는 오이카와를 더욱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의 넓은 어깨에 고개를 묻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으나, 젖은 티셔츠 때문에 호흡이 힘들었다.

 

"제 앞에서 사라지지 마세요."

"..."

"오이카와 선배가 살아있는 한, 배구를 계속하시는 한..."

"..."

"그 때까지는 제가 이길 기회를 주세요."

"...여전히 멍청하네, 토비오는. 날 이기려면 백 년은 더 살고 와."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의 뒷목을 쓰다듬었다. 젖은 물방울이 그의 따뜻한 손에 닿아 뭉근한 열이 피어났다. 그의 낮은 목소리가 카게야마의 목젖을 간지럽혔다. 오이카와의 존재가 카게야마를 얽어맸다. 젖은 몸이 맞닿은 자리마다 카게야마의 심장이 있는 것 같았다. 몸이 떨려왔다.

 

 

바닷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황혼을 맞이하는 하늘은 짙은 파란색의검보랏빛을 빛내며 마지막 숨을 내뿜었다. 거세지는 파도 소리와 오이카와의 심장 소리... 카게야마는 720일의 밤을 맞이하며 깊은숨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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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Happy Birthday, Toru Oikawa.



 

 

*모든 지역(地域), 인명(人名)은 가상입니다.

*여행을 떠난 오이카와와 카게야마를 제3자의 시선(나)에서 바라본 글입니다.

*'나'가 타인에게 편지를 보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타케다씨께 보내는 편지 (01일째)





 

바람이 곧추 불고 있습니다. 저희 여관 앞을 장식한 단풍나무도 어느덧 빨갛게 물들었습니다. 저희는 겨울을 나기 위해 나무에 지렛대를 세우고, 지붕 위에 돌을 얹었고 정원도 다듬었습니다. 아직 이르다고 하시려나요. 쓰야마촌에서의 겨울이 빠르다는 건, 타케다씨가 아무리 마을을 떠난 지 오래됐다고 해도 아직 잊지 않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건강하신지요? 안부인사가 늦었습니다. 아주머니도 아저씨도, 리츠코도 건강하다는 소식을 들어 무척 기쁩니다. 타케다씨의 편지를 받은 건 8월 막바지였습니다. 마당에 물이라도 뿌릴 겸 나갔다가 마침 땀을 뻘뻘 흘리는 우체부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얼음을 세 개 띄운 물을 드린 후 편지를 받아 들은 뒤, 타케다씨의 이름이 적힌 걸 보고 제가 어찌나 놀랐는지 타케다씨는 모르시겠죠. 물이고 뭐고 제 방으로 뛰어들어가 편지를 정독했습니다. 적어주신 말씀 하나하나 전부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금 제가 펜을 드는 게 10월 그믐밤이니 답장이 참으로 늦어졌네요. 죄송한 마음을 담아 변명을 말씀드리면, 저는 답장을 해야 할지 망설였습니다. 편지에 적힌 건 주로 타케다씨의 안부인사와 간단한 근황, 그 뒤로는 전부 왜 제가 그런 결심을 했는지에 관해 묻는 내용이었습니다. 혹시나 싶어 방금 편지를 다시 꺼내보았습니다만 역시나 제 기억이 옳네요.

저는 타케다씨의 편지를 읽은 후 곧장 답장을 쓰려고 했습니다. 흰 편지지를 꺼내고 옆에 편지봉투를 준비해두고, 펜까지 꺼내 들었지만 손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열어둔 창문으로 오후의 햇빛이 새어들고 물을 뿌리지 않은 마당에서 올라온 열이 지나치게 뜨거웠습니다. 끈으로 매어둔 소매 안쪽으로 땀이 스며 나왔습니다. 너무 더운 걸까 싶어 얼음물을 준비해놓고 다시금 책상에 앉았습니다. 손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내 답장 쓰기를 포기하고 편지지를 다시 집어넣었습니다. 지금 제가 쓰는 편지는 오랜 고민을 거친 끝에, 제가 저 자신의 치부(恥部)를 드러내는 심정으로 쓰는 것임을 부디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지금 편지에 쓰려는 이야기는 제게 지나치게 부끄럽고 동시에 지극히 아름다운 기억입니다. 치부보다 부끄러운, 심장보다 소중한 추억을 타케다씨께 과연 말해도 될지 망설였던 것입니다. 타케다씨를 못 믿어서도 아니고, 타케다씨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아주 단순하게, 그 기억은 제게 무척이나 특별합니다. 저는 단지 그들, 그들과의 이야기를 글로 남겨도 될지 망설였을 뿐입니다.

그리 고민하다 보니 이리도 늦은 답장이 되어버렸습니다. ‘답장을 반드시 주지 않아도 된다. 허나 답장을 하기로 정했다면 꼭 주기 바란다고 하셨던 타케다씨 말씀처럼, 저는 답장을 쓰기로 정했으니 이 편지를 마치기 전에는 펜을 놓지 않겠습니다. 지금은 저녁 6시 반입니다. 어머니와 아버지, 세이와 쇼우, 여관 식구들은 저녁 식사 중입니다. 저는 저녁을 먹지 않겠다고 말한 후 방에 앉아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이 편지를 마쳤을 때 몇 시가 되어있을지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중간중간 손을 멈추는 때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타케다씨가 편지를 보실 때도 그러한 순간들이 이 글에 보일지는 모르겠습니다. 만약 그런 낌새를 눈치채신다면, 그저 조용히 타케다씨께서도 손을 멈춰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들에 대해서, 그들의 순간의 분위기에 대해서 아주 잠시라도 상상해주세요. 저는 그들의 이야기를 다시금 되새기며 이 편지를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 여관을 방문하는 사람 중 젊은 사람의 비율이 극히 적다는 것을 타케다씨도 알고 계시겠죠. 그 적은 비율조차도 어르신들을 안내하기 위해 온(혹은 어르신들의 자녀, 손자분들로 그저 그분들을 따라온) 사람이라는 것도 역시나 알고 계시겠죠. 때는 4월이었습니다. 날짜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3일 연속 내렸던 비가 그치고 초록빛 태양이 맑게 떠오른 날이었습니다. 4월에는 저희 여관으로 오르는 언덕길이 온통 진달래로 뒤덮인다는 것을 기억하시나요. 주로 붉은 색조입니다만, 분홍색과 주황색이 섞여 다채로운 봄의 향취를 더합니다. 타케다씨께서는 어릴 적 그 언덕길을 몇 번이고 오르내리며 진달래꽃을 온통 따다가 꽃대를 빨아 꿀을 먹곤 했죠. 저는 타케다씨의 입술이 톡 튀어나와 꽃대를 물고 오물거리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쓸데없이 어릴 적 얘기는 그만하고 어서 본론을 말하라고 화내고 계시겠네요. 어린 시절의 개구쟁이였던 모습을 당신은 그리 탐탁지 않아 하셨죠. 저는 그 당시의 당신을 꽤 좋아합니다.

그렇게 꿀을 풍성하게 머금은 진달래꽃이 올해도 어김없이 곱게 피어 언덕길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향기를 내뿜고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마당에서 바람에 날려온 진달래꽃을 쓸고 있었습니다. 땅에 떨어진 꽃잎을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도 꽤 정취 있는 일입니다만, 타케다씨도 잘 아시다시피 저희 어머니는 깨끗한 돌길을 좋아하십니다. 덕분에 저는 진달래꽃대가 떨어질 때마다 마당에 나가 한두 개의 꽃을 쓸곤 했습니다. 언덕길을 직선으로 걸어 올라오다가 갑작스레 왼쪽으로 꺾어지는 길목에 저희 여관이 있는 탓에 저는 마당에서 올라오는 손님들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마당에서 꽃을 쓸던 저는 저녁노을보다도 다정한 빛깔의, 꽃잎보다 부드러워 보이는 머리카락을 발견했습니다. 머리카락에서 이마, 눈동자와 연이어 얼굴, 상체에 이르기까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 건 어떤 청년 한 명이었습니다. 저로서는 젊은 청년을 만나는 게 무척이나 오랜만이었기에 당황하여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부디 저를 놀리지 말아 주세요. 여관에서 만나는 사람이라곤 온천을 즐기러온 어르신들뿐이고, 여관에서 일하는 식구들조차 기본 나잇대가 40대 후반이시니까요. 세이와 쇼우, 중학생인 그 아이들을 제외하면 제게 젊은 청년이란 미지의 존재였습니다.

이곳이 쓰야마 여관인가요?”

청년은 나뭇잎을 살살 건드리는 햇살처럼 부드럽게 웃었습니다. 저는 입을 열려고 해도 꽁꽁 얼어버린 입술을 탓하면서 몇 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청년은 다행이네요, 말한 후 뒤돌아 크게 외쳤습니다.

토비오! 여기야! 괜히 헤매지 말고 올라와!”

다시 제 쪽으로 몸을 돌린 청년은 남은 방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저는 그제야 입을 열고, 숨을 가다듬은 후 천천히 대답했습니다. 남은 방은 언제고 있다고. 다행이네요, 청년은 다시금 웃었습니다. 선선한 눈동자를 한 청년은 웃는 얼굴이 마치 국화처럼 깨끗했습니다. 그는 이런 시골에 오는 사람이 흔히 그렇듯 짐은 무척 가벼웠고 정갈한 복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뒤로 나타난 건 밤바다처럼 검은빛의 눈동자를 한 청년이었습니다. 그 청년은 제게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처음 든 인상은 두 사람 모두 무척이나 준수하다는 점이었습니다.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두 사람은 서로를 음극과 양극처럼 끌어들이기도 하고, 때로 함께 있을 때면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저는 두 사람을 처음부터 특수하게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이곳 쓰야마 여관에 일부러 찾아온 젊은 청년, 남성 두 명이 함께 왔다는 점, 함께 있을 때면 애틋한 눈동자가 오간다는 점……. 저는 그 모든 것들이 야릇한 느낌을 준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두 사람을 이끌고 여관 안으로 들어가자 오후 2시의 종이 멀리서 울려 퍼졌습니다. 쓰야마촌 안에만 들리는 종소리는 깊은 산 속 절에서부터 시작해 산등성을 지나 계곡을 넘고, 삼각형을 이루며 넓게 퍼지는 강을 따라 흐르고 미츠호수를 지나 이곳 쓰야마 여관에 이를 때 즈음이면 거의 흩어집니다. 하던 일을 멈추고 귀를 열어야만 들리는 성질의 것이지요. 종소리를 듣자 두 사람의 발걸음이 멈췄습니다. 저는 쓰기 편하게 넓은 받침대에 올려놓은 숙박 장부를 부드러운 머리색의 청년에게 전달했습니다. 그분은 금방 허물어질 것 같은 미소를 지은 후 제게 물었습니다.

저 종은 매시간 울려 퍼지나요?”

……아뇨. 오후 2시에만 울립니다. ……절에서 정한 기도시간이죠.”

저는 그분을 처음 만났을 때보다는 혀가 풀려 그나마 부드럽게 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지금 써놓은 간격보다는 더 길었을 거라 생각됩니다. 독특하네요. 그분은 그리 말하고 숙박 장부에 이름을 써 넣었습니다. 오이카와 토오루(及川 ). 깨끗한 한자였습니다. 저는 어째선지 그분의 이름을 보자 미츠호수가 생각났습니다. 이름에 들어간 내 천()자 때문이라면 강줄기가 떠올라야 할 것 같은데도요. 그분은 자신의 이름 옆에 펜을 두고 잠시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무의식적으로 뒤에 선 검은 머리카락의 분을 바라봤습니다. 단순하게 저분의 이름을 뭘까, 하는 정도의 궁금증이었습니다. 아마도 오이카와씨는 그 순간 저의 눈빛을 느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분들과의 추억이 있는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당연하기도 합니다. 저는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눈길을 돌리려던 저의 머리를 한 대 세게 때려주고 싶다고도 생각합니다. 가능하다면 말이죠.

오이카와씨는 다시금 조용하게 글씨를 적어나갔습니다. 카게야마 토비오(影山 飛雄). 서로에게 무척이나 어울리는 이름이었습니다. 깔끔하고 정갈한 이름의 오이카와씨, 살며시 입술을 다물고 고요한 눈동자를 한 카게야마씨. 초면인데도 저는 두 사람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영혼의 교감을 하기라도 한 것처럼, 제 마음이 온통 두 사람에게 쏠렸지요. 타케다씨께서는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를 못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오래 살지도 않은 제가 영혼의 교감이니, 분위기니 말하는 것이 의아할 수도 있겠지요. 저도 그 당시에는 그렇게 느끼는 것이 살며시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다만 두 사람을 만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일종의 교감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정도가 미약하냐 강하냐의 차이일 뿐이겠지요. 저는 타케다씨께서도 두 사람을 만나면 그러한 감정의 일점(一點)이라도 느끼실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편지로는 전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저는 두 사람에게 방 하나의 열쇠를 건넸습니다. 그렇게 해야 한다 생각했을 뿐입니다. 오이카와씨는 잠시 제가 건넨 열쇠를 바라보다가, 이내 산들바람 같은 미소를 머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이카와씨는 그것만을 말하고 입술을 다물었습니다. 저는 오이카와씨의 눈동자가 저를 곧게 바라보고 있는 것을 느꼈으나 무어라 말해야 할지 몰라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제가 그에 무어라 답했어야 좋았을지 지금도 고민이 됩니다.

 

 

저녁 식사 준비가 한창인 시간이었습니다. 벌레 무리가 울기 시작하고, 복도와 연결된 정원에서는 초저녁의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저는 온천을 청소하러 청소 도구를 들고 복도를 걷고 있습니다. 쓰야마 여관이 지어진 지 100년이 넘은 만큼, 바닥을 짚을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는 아무리 조심해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나고 자라 그나마 요령을 압니다만, 혹시 타케다씨는 기억하고 계신가요? 발끝을 조심스레 댔다가 재빨리 뒷발을 물 흐르듯 대고, 급하게 한꺼번에 떼면 그나마 소리가 작게 나지요. 그렇게 걷고 있을 때쯤 반대쪽에서 요란하게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오이카와씨가 서 있었습니다. 푸른 나팔꽃이 그려진 유카타로 갈아입은 오이카와씨의 모습은 제가 본 어떤 분보다 그림 같았습니다. 유카타가 그리 잘 어울리는 분도 드물거라 생각합니다.

오이카와씨는 저를 보고 고개를 한 번 끄덕였습니다. 저도 마주 끄덕였습니다. 가벼운 인사라고 생각했습니다. 오이카와씨는 제 앞에 선 후 눈동자를 굴렸습니다.

청소하러 가시는 건가요?”

. 온천을.”

혹시 저녁은 방으로 가져다주시나요?”

. 아마 30분 후에. 제가 올려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그리 길지 않은 대화였지만 저는 대화 도중 그의 눈을 지그시 바라봤습니다. 가을의 정취를 담은 색깔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곳이 여관인지 가을 숲속인지 헷갈리기도 했습니다. 오이카와씨는 또다시 고개를 끄덕이고 저를 지나쳐갔습니다. 그는 발소리를 시끄럽게 내는 게 신경 쓰이는지 움직임이 아주 느렸습니다. 저는 그가 말하고 싶은 내용 중 반 이상을 말하지 않는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무의식중에 느꼈습니다. 무엇이 저에게 그런 느낌을 준 걸까요? 어쩌면 움직임이 느렸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혹은 그가 스치듯이 연한 미소를 짓는 사람이라 그런지도 모릅니다. 저는 누군가를 속단한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제 글이 너무 두서없이 진행된다 느껴지실 수도 있겠습니다. 되도록 그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편지를 써야 한다 생각했기에, 이야기가 껑충 뛰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네요. 그럴 때면 타케다씨는 그 사이를 상상으로 메꿔주시기 바랍니다. 사실 그들이 나오지 않는 이야기는 이 편지에 불필요한 내용이기도 하니까요. 다만 저는 그들의 이야기를 쓸 때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온전히, 제가 느낀바 그대로, 사실 그대로를 전달 드리고 싶습니다. 이는 타케다씨께 솔직하고 싶은 저의 심정이기도 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글로 써야겠다고 결심한 순간부터 저 스스로 정한 규칙이기도 합니다.

저녁 식사가 준비된 후 두 사람의 방 장지문을 두드린 건 몇 시 즈음이었을까요. 밤 벌레 소리가 조용히 들리고 마당과 정원에 어둠이 깔린 시간이었습니다. 쓰야마촌은 고요에 휘감겼고, 복도는 조용했으며 먼 방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오이카와씨와 카게야마씨가 있는 방을 제외하면 20명 내외의 단체손님이 한 다리 건넛방에서 묵는 밤이었습니다. 그날 달이 초승달이었던 것만은 또렷이 기억이 납니다. 하늘이 참 맑았습니다. 두 사람의 방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혹시나 방이 비어있나 싶어 다시 쳐다봤더니 그림자 두 개가 어른거렸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이윽고 장지문이 열리고 카게야마씨가 제 앞에 서 있었습니다.

저녁을,”

들어오세요.”

제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오이카와씨의 목소리가 방 안쪽에서 들려왔습니다. 제 앞에 서 있던 카게야마씨는 다시 자리로 돌아가 앉았습니다. 두 사람은 유카타를 입고 있었고, 카게야마 씨의 유카타는 저희가 준비해놓은 두 개의 유카타 중 아무 무늬 없이 검은 바탕에 흰 줄무늬가 그려진 유카타였습니다. 방금 온천에서 나온 건지 앞머리카락이 살며시 젖어 있었습니다. 머리카락에 달려있던 물방울이 떨어져 그의 유카타를 적시는 것이 또렷이 보였습니다. 저는 준비해 온 저녁상을 두 사람 앞에 놓았습니다.

저녁 먹고 온천 다시 들어갈 거야?”

아뇨. 오이카와씨는요?”

두 사람은 저녁상을 옮기는 저를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는 조용히 이루어졌고, 사이사이 밤벌레 소리가 들릴 정도로 대답의 간격이 길었습니다. 제 숨소리가 들릴까 봐 저는 조심조심 숨을 내뱉었을 정도였습니다. 자연스레 저녁상을 옮기는 제 손도 느려졌습니다. 저는 얼른 이 일을 끝마치고 나가야 할지, 아니면 실수를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타케다씨께만 말씀드립니다만, 솔직한 마음으로 저는 그곳에 가능한 한 오래 있고 싶었습니다. 그들의 분위기에 빠져 그 방이 따로 떨어진 공간처럼 느껴지는 것이 편안했습니다. 조곤조곤 들려오는 오이카와씨의 목소리, 카게야마씨의 응답. 맑은 달밤에 풍기는 풀잎 냄새. 편지에 그 순간을 표현해내지 못하는 건 단순히 저의 말솜씨가 부족하기 때문이겠죠.

나도. 그럼 밥 먹고 잘까.”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내일은?”

글쎄요. 그때 오이카와씨가 호수 얘기를 하셨잖아요.”

. 호수……. 그렇지.”

저는 두 분이 말씀하시는 호수가 미츠호수를 얘기하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이 쓰야마촌에서 그나마 볼거리라고는 미츠호수 뿐이죠. 저는 급하게 저녁상 차리는 것을 마친 후 방을 나왔습니다. 오이카와씨가 제게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보였습니다. 저는 발소리가 울리는 것도 잊은 채 서둘러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미츠호수를 몇 시에 가시는 걸까? 언제 가시려나? 어떤 길을 통해서? 쓰야마촌 한가운데 있는 미츠호수로 가는 방법은, 타케다씨도 아시다시피 10가지가 넘습니다. 저는 가능한 편하고 좋은 길을 두 분께 안내하고 싶었습니다. 동시에 주제넘은 참견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가 안내 해 드릴까요라는 말 한마디도 못 건넨 저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두 사람은 제가 나간 후에도 미츠호수의 얘기를 했을 겁니다. 저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에 대답하고 여러 가지를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여관의 손님께 그런 기분을 느낀 건 처음이었습니다. 동시에 저는 두 사람에게 무척 큰 궁금증을 품었습니다. 오이카와씨와 카게야마씨의 관계와 이곳에 온 경위 등이 궁금해졌습니다. 타케다씨는 왜 제가 갑자기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 무척 궁금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의 제 기분을 설명하는 건 이 편지를 쓰기로 결정하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입니다. 비유하자면 맑은 달밤에 눈을 감으면 밤바람이 뺨을 적시는 것 같달까요. 달리 말해, 그들을 만나 그런 기분을 느끼는 건 무척이나 당연하게 여겨졌습니다. 저는 순수하게 그들이 궁금했습니다. 저의 궁금증이 옳은 것이었는지, 아주 이기적인 궁금증이었는지는 지금에야 그나마 구별이 됩니다. 당시에는 제 기분이 그저 그들을 돕고 싶은 순수한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할 뿐이었습니다…….

 

그날 밤 저는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내일 두 사람에게 제가 미츠호수로 안내해 드릴까요하며 말을 건네는 걸 몇 번이고 연습했습니다. 머릿속에서 오이카와씨와 카게야마씨의 얼굴이 떠돌았습니다. 정갈한 얼굴의 두 사람은 제 상상 속에서 서로 마주 봤습니다. 두 사람의 눈길이 교차하고, 그 사이로 미묘한 긴장이 감돌았습니다. 저는 안 보이는 곳에 서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머리 위로 맑은 햇살이 내리비치고 있었고, 동시에 검은 밤 속 달이 휘영청 떠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무어라 대화하기 시작했고 저에게는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대화내용을 듣고 싶어서 더욱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제가 그들의 몸에 닿은 순간 두 사람은 연기처럼 흩어졌습니다. 그것이 꿈이었는지 제 상상이었는지, 아니면 허깨비가 보여준 환상이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타케다씨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이 글을 읽고 타케다씨가 어떻게 느끼실지 궁금합니다. 부디 타케다씨께서도, 가능하다면 답장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 글을 읽기에 앞서, 엔듀님의 사과문을 먼저 읽어주세요.

→ http://oikage.pe.kr/54



안녕하세요, 엔듀님. 핫삐입니다.

우선 말씀 올리기에 앞서, 유령님께서 이미공론화를 하신 상황이라고 굳이 덧붙이신 걸로 보아, 만약 이게 공론화 되지 않았다면 저에 대한 의심이 오해임을 알고 있었음에도(뒤에 설명하겠습니다.) 사담계에서 제 욕을 한 것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또한 엔듀님이 올리신 사과문 중 빠진 내용이 있어 그에 대해 제가 첨언하는 식의 방법을 몇 번 사용할텐데, 불쾌감 없으시기 바랍니다.

 

 


 1. 저격성 짙은 비속어 트윗

 

엔듀님이 직접 올리신 트윗 내용입니다. 일단 엔듀님의 사과문 내용을 인용하겠습니다.

 

핫삐님께서 오이카게오이 리버시블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

당시 핫삐님께서 제게 자신도 리버스를 크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고 말씀해주셨고, 저는 제 성향이 핫삐님께 불편하시지 않음을 확인하고 팔로우를 유지했습니다.” (...)

지인에게 하이큐 계정(엔듀계)으로 사담계 팔로를 조심하라”, “밖으로 퍼 나르는 사람이 있다라는 디엠을 받았습니다. “핫삐님께 카게오이 계정이 있다라는 이야기 역시 같은 시기에 듣게 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핫삐님께서 트윗을 유출했다는 강한 의심을 거둘 수 없었고,” (...)

저는 사실 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채 핫삐님이 제 사담계를 유출했다고 멋대로 의심하고 판단했으며, 사실을 왜곡해 듣고 유령님과의 디엠이 진행되기 전까지 개인적인 오해를 거두지 않았습니다.”

 

위 엔듀님의 사과문으로 미루어 보아, 엔듀님이 저를 블언블하고 욕설 트윗을 올린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추려집니다.

 

첫째, 제가 리버스를 크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고 대답했으나 카게오이 계정이 있어 본계에서 리버스 헤이트 발언을 하는 엔듀님 입장으로선 계정을 팔로하고 있는 이유를 알기 힘들었다.

둘째, 지인이 프로텍트계정에서 나온 이야기와 관련 트윗을 하는 걸 보고 제가 엔듀님의 프로텍트 계정 트윗을 유출했다고 생각했다.

 

첫째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엔듀님이 올리신 상단 트윗도 저 리버시블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당시 저는 엔듀님의 프로텍트 계정을 팔로하면서 실제로, ‘리버스를 크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엔듀님 사과문으로 보아, 엔듀님은 제가 엔듀님의 프로텍트 계정을 팔로하던 때에 리버시블이라는 말을 들으신 것 같군요? 그럼 이때에는 적어도 제가 리버시블성향이라 생각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이 당시 저와 엔듀님의 생각>

(핫삐) : 리버스를 크게 좋아하지 않는다.

엔듀님 : 핫삐님은 오이카게오이 리버시블이다.

 

그러던 와중 지인에게 엔듀계로 사담계 팔로를 조심하라”, “밖으로 퍼 나르는 사람이 있다라는 디엠을 받으셨고 핫삐님께 카게오이 계정이 있다라는 이야기도 비슷한 시기에 들으셨다했죠. 저로서는 앞의 디엠을 보낸 지인과 뒤의 디엠을 보낸 지인이 같은 인물인지 심히 궁금합니다. 저 두 개가 무슨 상관인지 저는 도무지 모르겠습니다만(제게 카게오이 계정이 있는 것과 뒷계를 밖으로 퍼나르는 것과 무슨 상관인지요?) 엔듀님께서는 저걸 연결 짓고 관련이 있다고 말씀하셨으니 아무래도 한 지인에게서 연이어 나온 말이었기에 엔듀님도 연관지어 생각하지 않으셨나 싶기 때문입니다. .. 무슨 상관인지 크게 이해는 가지 않지만 그리 생각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저 개인으로서는 저 지인이 동일인물인지의 유무에 대해서는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에 대해 설명 드려보겠습니다.

첫째, 제 카게오이 계정은 실존하는 것이 맞습니다. 계정은 약 2년 전에 만들었으며, 활동은 약 1년 전에 멈춘 상태입니다. 실제로 엔듀님이 카게오이 계정에 들어가 어떤 트윗을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핫삐계보다는 현저하게 활동이 적습니다.

둘째, 저는 핫삐계와 카게오이계에서 한 번도 리버시블적인 얘기를 언급조차 한 적이 없습니다. 카게오이 계에서는 제가 핫삐라는 것도 말하지 않았고요. 물론 친한 몇몇 지인분께는 삐님이라 불러달라말씀드렸지만 공개적으로 제가 핫삐다라고 말한적은 없습니다.(물론 제가 동일 인물임을 아는 지인은 있습니다. 그건 엔듀님이 프로텍트 계정에 5년 이상 된 지인을 들이는 것처럼 제게도 그분들이 특별한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로 미루어보아, 위의 퍼나르는 사람이 있다는 지인과 카게오이 계정이 있다는 말을 들려준 지인은 서로 아주 비슷한 시기에 해당 디엠을 엔듀님께 드렸고, 엔듀님은 그로 인해 오해를 하게됐다.. 는 과정이기 때문에. 저에게는 동일인물인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첫째, 둘째 사유로 보아 저의 카게오이 계정이 엔듀님 귀에 들어갈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도 (제 개인적인 느낌으로는)악의적으로 엔듀님을 오해시키게 만들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죠. 이에 대한 답변 부탁드립니다.

 

또한 엔듀님에 대해서도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당시 엔듀님이 프로텍트 계정에서 저의 팔로우 요청을 허가하면서 이미 제가 리버시블 성향이 있다고 생각 하셨을텐데, 왜 나중에 뒷계를 퍼 나르는 사람이 있다핫삐님께 카게오이 계정이 있다가 연결이 되는지요? 리버시블이라면 카게오이를 좋아할 수도 있고, 카게오이 계정도 있을 수 있습니다. 적어도 저로서는 그리 사료됩니다. 핫삐계에서 카게오이 얘기를 안하는 만큼 따로 계정을 파서 말하지 못한만큼 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엔듀님께서는 이미 제가 리버시블이라 생각하는 상태에서, “성향이 불편하지 않겠다생각하고 팔로를 허가하셨으면서

씨발놈”, “미친년의 욕을 하실 수 있었는지 참 이해가 가지 않네요. 그때에서야 카게오이를 판다고 생각하니 그리도 화가 나셨나요? 엔듀님 스스로 제가 리버시블이라 납득하셨으면서, 제가 저런 욕을 들을 만큼 엔듀님의 기분을 상하게 할 만한 이유였는지 참 의문입니다. 제가 엔듀님보고 카게오이 너무 좋으니 제발 파주세요라고 했나요? 카게오이에 대해서는 뒷부분에 다시 언급하겠습니다만, 제가 어떤 계정을 파서 어떻게 노는지는 제 자유입니다. 왜 그제서야 카게오이를 파는 것에 그리도 분노하시고 저런 욕을 하셨는지 답변 부탁드립니다.

 

* 노파심에 말씀드립니다만, 제가 2년 전 계정을 분리시킨 이유는 단 한가지입니다. 탐라를 보실 논리버시블 분들에 대한 배려차원입니다. 더욱이 그렇기 때문에 활동이 멈춘지 약 1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엔듀님께 저의 카게오이 계정에 대해 말해준 지인분이 참 궁금해지네요.

 

 

 

 



 

2. 사담계 유출에 대한 의심 및 오해

 

솔직한 심정으로 이것은 너무도 어이없어서 답변조차 하기 싫습니다. 다만 엔듀님 말씀에서 말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몇 가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엔듀님의 오해와 저격에 관한 의문

 

엔듀님이 욕설 트윗은 앞에 나눴던 것과 같이 크게 카게오이 계정뒷계를 퍼날랐다는 오해로 나뉘어질 수 있습니다. 첫째는 저격트윗이 떡하니 올라와있는데, 왜 두 번째는 저격 트윗이 없나요? 혹시 엔듀님이 말씀하신 몇 가지 중 밝혀진 게 첫 번째밖에 없어서 첫 번째만 보여주신 것 아닌가요? 욕설에 대해 사과하는 거라면 응당 모든 욕설에 대한 사과이고, 저는 그 모든 욕설을 알고 그 해당하는 욕설들에 사과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물론 엔듀님이 저것 말고 저를 지칭해서 쓴(지칭이 아니더라도 상황으로 미루어보아 저라고 특정 지을 수 있는) 트윗이 없다면 저도 이에 대해선 더 말씀드리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답변 부탁드립니다.

 

 

2) 사담계를 퍼나른다는 오해에 대한 해명 및 시간대 의문

(“사탕 계정은 계폭했던 제 본계로, 디엠 캡쳐를 위해 잠시 복구한 상태입니다.”엔듀님 입장글(http://oikage.pe.kr/53)에 있던 내용 그대로 빌려왔습니다.)

 

위 디엠창은 엔듀님이 직접 다른 분께 드리는 입장글에서 가져온 그림입니다. 이미 공개되었으니 딱히 동의를 구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말없이 가져왔습니다. 무례를 용서해주세요.

위 사항을 보면 2017411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 저 시점에서 엔듀님은 제가(정황상 Z가 저라고 판단되어 라고 지칭합니다. 혹시 잘못된 이해일 경우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OO님께 뒷계를 퍼날랐다고 한 것이 아니었다다른 분이 말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시점의 엔듀님은

 

제가 뒷계를 퍼나른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뜻이 됩니다.

 

엔듀님의 사과문을 다시 보죠.

 

저는 사실 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채 핫삐님이 제 사담계를 유출했다고 멋대로 의심하고 판단했으며, 사실을 왜곡해 듣고 유령님과의 디엠이 진행되기 전까지 개인적인 오해를 거두지 않았습니다.”

 

즉 엔듀님은 OO님과 디엠을 나눌 때까지(2017. 05. 26) 오해를 풀지 않았다고 스스로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엔듀님 스스로 오해인 것을 알고 있던 상황에서” “오해를 풀지 않았다고 하셨으니 이것이 오해임을 앎에도 자기 생각을 고집했다는 뜻이 됩니다. 이미 사실을 아는 분이 오해라고 하시니 참 이상한 단어 선택인 것 같습니다. 엔듀님은 오해가 아닌 누명이라고 써야 옳지 않나 싶네요.

 

그러나 제가 퍼트린 소문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정리를 했을 뿐, Z님의 유포사실을 의심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계정을 이전할 때에 A님을 다시 팔로할 정도로 A님을 깊게 믿었으며, 안 좋은 소문을 들으신 A님께서 Z님을 감싸기 위해 한 행동이라고 멋대로 생각했습니다.”

 

다시 엔듀님이 OO님께 쓰신 입장글입니다. 유포사실도 아닌 유포했다는 누명을 씌우고 A님이 저를 감싸기 위한 행동이라 생각했다고 쓰여있네요. 엔듀님 입으로 직접 아니다고 설명했으면서 왜 저런 식으로 생각하셨는지 도무지 저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왜 굳이 핫삐라고 생각하셨는지 저는 그게 제일 궁금합니다. A님도 아니라고 하셨고, 엔듀님 스스로도 아니다라고 하셨음에도... 이에 대한 답변 부탁드립니다.

 

3) 사과문 마지막 문단에 대한 의문

 

상황에 맞춰 타인을 의심하지 않도록 사고에 주의를 기울여 앞으로 이런 일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엔듀님의 사과문 일부 발췌했습니다. 여기서는 상황에 맞춰 타인을 의심하지 않도록... 이라 적혀있습니다만, 엔듀님 입장에서 어떤 상황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상황은 제가 보기에는 명확했습니다.

1, 엔듀님의 프로텍트 계정을 모르는 OO님이 프로텍트 계정에만 올라오던 내용을 알고 있다.

2, 엔듀님은 저를 의심했고 A님은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3, 엔듀님은 지인분들에게 직접 오해를 해명(엔듀님이 입장문에서 강조하셨던 부분 그대로 가져와봤습니다.)했다.

제 생각에는 이 사건은 3에서 끝날 사건입니다. 그걸 지속적으로 누명씌우고 그 고집을 굽히지 않아 OO님과 디엠을 하는 때까지 저에 대한 오해를 하신 건 엔듀님 개인의 사정이고요. ‘상황에 맞춰라는 말은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4) 블언블 시기와 관련된 의문

 

저는 직장인입니다. 아침 6시 반에 일어나고 밤 12시에는 잠에 듭니다. 당시 제가 기억하기로 모온리전 관련한 내용을 제가 OO님께 퍼날랐다고 오해하셨던 것 같습니다만(이는 제 개인적인 해석이기에 만약 옳지 않은 내용이라면 정정 부탁드립니다), 제 기억 상 저는 엔듀님의 프로텍트 계정으로부터 블언블을 제가 잠든 후에받았습니다. 즉 저는 잠든 12시 전후부터 아침 6시 반까지의 탐라 사정을 모르며, 그 당시 모온리전 관련 내용은 새벽 2~4시 사이에 일어났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일어났을 때에 이미 저는 엔듀님의 프로텍트 계정에서 블언블된 상황이었으며, 오히려 모온리전 일을 그제서야 파악했습니다.

이는 블언블 시간까지는 알 수 없는 일이고 거기까지 관여하고 싶지 않아 단지 의문만 말씀드리고 넘기겠습니다. 제 오해, 아니 누명을 푸는데에 도움이 되었으면 싶네요.

 

 





3. 카게오이 계정 및 리버스 관련

 

이에 대해서 저는 정말 언급조차 하기 싫습니다만 엔듀님 사과문 속 의아한 내용 때문에 도저히 말을 하지 않고 지나갈 수가 없네요.

 

당시 저는 핫삐님께서 트윗을 유출했다는 강한 의심을 거둘 수 없었고, 리버스를 지뢰라고 언급하면서까지 논리버시블인 저의 계정을 팔로하고 계신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엔듀님의 사과문 발췌입니다. 리버스를 지뢰라고 언급했다고 적혀있네요. 이는 가장 상단의 욕설 트윗에도 적혀있는 말입니다. 엔듀님 본인 스스로,

 

당시 핫삐님께서 제게 자신도 리버스를 크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고 말씀해주셨고, 저는 제 성향이 핫삐님께 불편하시지 않음을 확인하고 팔로우를 유지했습니다.”

 

라고 하셨습니다. 저로서는

 

리버스를 크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리버스가 지뢰다

 

이 등식이 어떻게 성립되는지 참 궁금합니다. , 저 카게오이 계정 있습니다. 2년 전에 만들었고 약 1년 전부터 활동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엔듀님을 어떤 시기에 만나 얼마나 교류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적어도 엔듀님을 만날 시기에는 카게오이는 파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건 참 미묘한 문제입니다만(왜냐하면 제 마음 속 취향의 문제이기 때문이죠) 저는 엔듀님 및 엔듀님이 해명하신거라 추정되는(앞선 디엠창 참고해주세요) 기타 다른 카게른 트친분들을 만났을 때에는 오이카게만 파는 상태였습니다. 그건 솔직한 심정으로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계정이 있다=지금 활발하게 파고 있다

 

이건 아니지 않나요? 제 카게오이 계정이 있는 것을 보고 씨발놈이 앞에서는 지뢰라고 하고선(지뢰라고 하지도 않았습니다만) 뒤에서는 카게오이 계정 따로 파고 노는 어디서 기어들어온 미친년이라고 단정지어 생각하신 것 아닌가요.

제 카게오이 계정이 여지껏 남아있던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2년 전 카게오이 계정을 팠을 당시, 제가 만난 트친분들이 있습니다. 제게는 소중하고 친근한 트친분들이죠. 저는 그분들과 카게오이 계정만으로 엮여 있습니다. 저로서는 그 트친분들도 소중하고 같이 있으면 즐거웠기 때문에 그분들과의 연결고리를 끊는 것이 가슴 아팠습니다. 그렇기에 파지도 않았지만 그분들과 이야기하고 즐겁게 하이큐 얘기를 하고 싶어서 약 1년간의 기간을 질질 끌어왔습니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으신다면 더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제 스스로 약 1년간 활동을 하지 않은 카게오이 계정이 있고 그에 대해 핫삐계에서 일언반구도 없던 상황이 이다지도 엔듀님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제 나름대로 엔듀님과 이야기하면 즐겁고 재밌고 친하게 지내고 싶은 트친이었습니다. 갑작스레 프로텍트 계정에서 블언블을 당했을 땐 당황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본계가 트친이니 그리 문제는 없을거라 생각했습니다. 근데 제가 설마 저런 말을, 그것도 엔듀님께 듣고 있을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네요. 솔직한 심정으로 엔듀님께 많이 속상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엔듀님, 그래도 사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공개적으로 저에 대한 사과문을 작성해주시고 저를 위해 시간을 들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엔듀님의 사과를 진심으로,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화해하고 싶습니다. 엔듀님을 이해하고 싶습니다. 그를 위해서 앞서 말씀드렸던 의문들을 해결해주십사 간곡하게 요청드립니다.

그 의문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1. “뒷계를 퍼나르는 사람이 있다”, “핫삐에게 카게오이 계정이 있다고 엔듀님께 디엠으로 말씀드린 지인이 과연 동일인물인지 저는 꼭 알고 싶습니다. 엔듀님의 오해는 그 두가지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또한 가능하다면(물론 엔듀님이 동의하신다면) 그 분이 누구신지도 알고 싶네요. 저에 대한 악의가 있는 분이라 생각되어 꼭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만약 제가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응당 사과드려야 하구요.

2. 이미 제가 리버시블 성향이 있다(그 사실 여부와는 상관없이)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제가 엔듀님의 프로텍트 계정을 팔로한 건 적어도 5월 이전입니다) 5월에 올린 욕설 트윗을 보면 제가 카게오이를 좋아하는 것에 심히 분노하신 것 같아 보입니다. 왜 그제서야 분노하셨는지 궁금합니다.

3. 두 번째 오해(뒷계를 퍼날랐다)에 대한 저격 트윗의 유무가 궁금합니다. OO님이 올리신 엔듀님 트윗 스타일로 보아(공개된 디엠에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1분 단위로 대상이 바뀌고 내용이 바뀐다던데) 저에 대한 언급이 저거 하나로 끝났으리라 생각되지 않습니다. 엔듀님이 저를 저격하며 말씀하신 모든 욕설 트윗을 알고 싶습니다. 저로서는 그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없다면 없다고 단순하게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4. 이미 뒷계를 퍼나른게 제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411, 입장문에 첨부하신 디엠창) 유령님과 디엠을 나누기 전까지(526) 오해를 풀지 않으신 이유가 무척 궁금합니다. 저로서는 그곳에서 제가 잘못한게 있는 건 아닌가 생각됩니다. 엔듀님이 사실을 알았음에도 꿋꿋이 오해를 풀지 않은 건 제 쪽에도 문제가 있으니 그런게 아닐까 싶습니다. 꼭 알고, 서로 이해하고자 합니다.

 


저에게 디엠을 주시면 좋겠습니다. 언제든지 괜찮습니다. 엔듀님께서 현재 많이 바쁘시고 여유가 없으신걸로 보이니, 엔듀님이 여유로워지시면 주셔도 됩니다. 다만 답변은 꼭 주셨으면 합니다.

 

엔듀님과 지냈던 시간들은 무척 즐거웠고 제게 소중한 기억들입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핫삐입니다.

4월 29일에 있던 오이카게 온리전2가 무사히 끝났네요.

개인적으로 (거의)마지막 행사라고 생각하고 있던 터라.... 꼭 후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행사 계정이 생겼을 때부터 정말 기대를 많이 했어요. 이것저것 하고싶은 것도 많았죠.

욕심만 컸던 거 같아 많이 부끄럽지만요... ;)


행사장은 저번 카게른2 때와 똑같은 행사장이었어요!

개인적으로 넓고 쾌적해서 좋아하는 행사장이었던지라 좋았습니다 >.<

정작 행사 당일에는 제가... 개인 사정으로 오후 12시까지밖에 못 있어서..ㅠ.ㅠ

저를 못 보신 분이 많으셨을 거예요.

저도 봰 분들이 적고... :(


아래는 행사장에 있던 멋진 족자봉 전경이랍니다!!! XD



원래 보정 없는 사진도 찍고 싶었는데 급하게 찍느라..ㅠ.ㅠ 흑흑

존잘님들의 족자봉은 실제로 보는게 색감도 예쁘고 화려하고 무엇보다 장관이랍니다.

저에게는 유령님의 등신대가 있답니다! 제 사진으로는 엄청 쨍한 빨강인데

실제로는 매우 아름다워요 :D


도대체 이 많은 족자봉이 어느 분의 손에 들어갔는지..ㅠ.ㅠ 저도 이벤트 참여하고 싶었어요..ㅠㅠ






족자봉 앞에 마련된 엄청난 경품들.. 이것도 도대체 어느 분의 손에22

역시 이벤트를 참여했었어야..ㅠㅠ22


유령님의 아름다운 그림은 제가 찍었을 당시에는 아직 한~두개의 지장만 찍혀있었답니다.

배포 엽서도 놓여있지 않았구요...

모든 분들이 행사계정으로 사진을 확인하셨겠지만, 저렇게 비어있던 포스터가

아름다운 색색깔의 풍선으로 장식된 걸 보고 저도 가슴이 뭉클했답니다.

오이카게를 사랑하는 여러분들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그림이죠..ㅠ.ㅠ 아 너무 감동이..ㅠㅠ




제가 찍은 사진은 여기까지고요..:D (너무 적네


행사장에선 저를 봰 분이 적었을 거 같아요...ㅠㅠ 제가 워낙 존잘님들 책 받겠다고

뛰어다닌지라.. 일찍 와서 선입금 수령하려고 했던 분들 심심치 않게 사과를 드립니다 ㅠ.ㅠ

저는 선입금을 전부 수령했답니다 하하!!


요게 제가 산 존잘님들의 책들..!! >.<

들어보니 지름제왕 1등 먹으신 분이...106권인가..를 사셨다고요..? ㅠ.ㅠ 엄청나십니다..!

단일커플 온리전에 106권이나 책이 나왔다니 전 그것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구요.

오이카게 역시나 대 메이저...


거기다 대기표도 300번 이상까지 가고.. 더이상 대기표를 못 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고..!! 전프레도 금방 소진되고..

제가 있을 때(오후 12시 이전) 트레카 컴플릿도 나와서 정말 정말 놀랐답니다..ㅇㅁㅇ

역시 오이카게 대 메이저..ㅠㅠ 모두에게 사랑받는 커플임을 새삼 느꼈어요.


행사에서 금방 튀어나온 제가 후기를 쓸게 뭐가 있겠냐마는...

지인분께서 보내주신 것들을 보니 선물을 챙겨주신 분도 계시더라구요.

정말 감사합니다. 또한 제가 자리에 있지 못해서

한 분 한 분 얼굴보며 인사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ㅠ.ㅠ

저는 비록 12시까지밖에 그 즐거움을 못 느꼈지만, 여러분들과 함께

오이카게를 즐기는 마음으로 있었답니다. 분명 오이카게는 앞으로도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겠구나, 그렇게 느낄 수 있는 행사였어요.


오이카게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이카게를 사랑할 수 있어 다행이에요.

항상 말해도 매번 모자르네요. 사랑합니다. :)


p.s 주최님께서 정말 지극정성으로.. 행사를 준비해주셔서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ㅠ.ㅠ 정말 감사합니다!!!




아래는 세븐데이즈 후기가 이어집니다.


04.29 오이카게 온리전2 Information

부스 위치 : 집1



* 각 회지의 샘플 및 상세한 인포는 해당 요약글을 참고해주세요.


<성인본 구매에 관하여>

19세 이상, 법적으로 성인(98년생 이상, 빠른 99년생 불가)만

당일날 신분증을 확인하여 입금자명과 신분증 상 성함이 동일할 경우에만(즉, 입금한 본인만)

구매 가능합니다.(대리구매는 불가합니다. : 2017.04.14 수정내용)

당일 간단한 서약서에 자필로 서명하셔야 합니다.

1인 1권 구매 원칙입니다.


<통판에 관하여>

통판은 행사 종료 후 1주 이내에 배송 예정입니다.

통판비는 일괄 3,500원입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1. 신간 [Paradise Lost]







2. 신간 [Summer Moon]







3. 신간 [세븐데이즈]


★페이지수가 변동되었습니다.(2017.04.16 수정내용)

기존 70~80p → 100p(예상)

가격변동은 없습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4. 구간 [SAD MACHIME]








* 선입금 폼 : http://naver.me/5KegLfXF

* 통판 폼 : http://naver.me/xBqoRzjh

기간이 지나 종료되었습니다.


궁금하시거나 질문 있으시면 언제든지 디엠 주세요.

@hatpphi

http://ask.fm/hatpphi



* 월간 오이카게 5호에 게재한 글입니다. 

* 연령반전 소재가 있습니다.

 

 

 

 

이카와 토오루는 씻을 때 물소리를 크게 내지 않는다.

카게야마는 처음 오이카와와 동거를 시작했을 무렵, 그가 씻으러 들어간 뒤 하도 조용해서 욕실에 들어가 봤던 기억을 떠올렸다. 지금까지 그 일화를 말하면서 카게야마를 힘껏 놀리는 오이카와가 가끔 짜증 날 때도 있지만, 저가 실제로 했던 행동이기에 할 말은 없었다. 카게야마와는 거의 반대였다. 오히려 카게야마는 설거지를 할 때나 씻을 때나, 세수할 때에도 물소리를 크게 내는 편이었다. 그건 그대로 오늘까지 이어져, 오이카와가 씻고 있는 욕실에서는 거의 물소리가 들려오지 않는 반면 카게야마가 설거지를 하는 주방에서는 요란한 물소리가 이어졌다.

오랜만에 쉬는 날을 맞추고 이것저것 살 것도 겸해서 마트에 장을 보러 가기로 약속한 건 전날 밤이었다. 애초에 내일 뭐 할까?’ 정도로 가볍게 시작한 대화가 잠들기 직전에서야 무엇을 할지 정해졌으니, 오이카와가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건 무리였다. 평소대로 로드워크를 가려던 카게야마를 붙잡고 다시 침대로 끌어들인 오이카와 덕분에, 두 사람이 일어난 건 오전 아홉시 남짓. 주린 배를 움켜잡고 아침을 챙겨 먹은 게 열 시 전후. 카게야마가 설거지를 거의 끝마친 지금은 열한 시 경이다. 하루도 로드워크를 빼먹지 않는 카게야마였으니 이렇게 늦게 하루를 시작하는 건 오랜만이었다. 오이카와와 함께 보내는 휴일. 그것만으로도 아주 특별한 날이다.

카게야마는 옆에 있던 수건에 젖은 손을 닦았다. 오이카와가 욕실에서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타박타박, 맨발로 바닥을 걷는 소리가 들리더니 방문이 닫히는 소리도 연달아 들렸다. 카게야마는 몸을 돌리고 그가 들어간 방 쪽을 바라봤다. 방문은 닫혀있었다. 옷을 갈아입는 걸까.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다. 카게야마는 닦아놓은 식기를 정리하면서 오이카와를 기다렸다.

……오이카와씨.”

작게 부르면 대답이 없었다. 옷을 갈아입을 때도 이렇게 조용했던가? 카게야마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서 그릇을 전부 정리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 방문 앞에 이르러 노크를 해도 오이카와는 대답이 없었다.

……오이카와씨. 장 보러 안 가요?”

돌아오는 목소리는 없다. 카게야마는 입술을 불퉁하게 내밀었다. 또 그 패턴인가. 지난날의 기억이 흐릿하게 떠오른다. 저번에도 오이카와가 하도 말이 없길래 아무 생각 없이 방문을 열었다가 오이카와의 양팔에 붙잡혔었다. ‘오이카와씨!’ 소리치는 카게야마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기분 좋은 듯이 웃어넘긴 오이카와는 토비오쨩.’ 연달아 이름을 불렀다.

또 그러지 말란 법은 없다. 아니, 가능성은 꽤 높았다. 카게야마는 잠시 문 앞에서 기다렸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시계를 돌아보면 오전 열한 시 삼십 분. 찌푸린 인상을 풀지 않고 카게야마는 문고리를 노려봤다.

오이카와씨.”

문을 조심스레 열고 바닥을 바라보면 오이카와의 옷가지가 이곳저곳에 늘어져 있었다. 옷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오이카와가 저렇게 늘어놓았다고? 창문으로 들어온 햇빛이 방 안에 서 있는 그의 몸을 가로지르며 긴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오이카와의 그림자는 그라고 하기에는 어깨가 지나치게 좁고길이도 짧았다. 아직 옷 갈아입는 중인 건가? 카게야마는 고개를 갸웃하고 그 옷가지를 따라 눈동자를 굴렸다.

……오이카와씨?!”

그림자를 따라가던 카게야마는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눈앞에 보이는 작은 존재가 카게야마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 그가 걸친 건 오이카와의 하얀색 셔츠뿐이었고, 셔츠로는 가느다랗게 뻗은 하반신을 전부 가리기에 역부족이었다. 허벅지를 아슬아슬하게 가리는 하얀색 셔츠는 작은 오이카와가 움직일 때마다 흔들리면서 위험한 장면을 그려냈다. 작은 몸통에 작은 머리. 동그란 눈동자를 한 오이카와가 그곳에 서 있었다.

형은 누구세요?”

오이카와는 고개를 갸웃하고 조그맣게 말했다. 그 목소리조차 제가 기억하는 오이카와의 목소리와는 어렴풋이 달랐다. 카게야마는 입을 벌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저와 동거하는 건 스물일곱 살의 오이카와 토오루고, 아침을 함께 먹은 것도 그 오이카와였으며 씻으러 들어간 것도 스물일곱 살의 오이카와였다. 틀림없다. 카게야마는 믿을 수 없다는 눈길로 오이카와를 자세히 살펴봤다. 어느 모로 보나 오이카와다. 동시에 오이카와가 아니다.

……오이카와씨……?”

카게야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천천히 오이카와의 이름을 불렀다. 눈앞의 오이카와는 고개를 몇 번 더 갸웃하더니 알 수 없다는 듯 인상을 한번 찌푸렸다. 그 표정은 오이카와 그대로였다. 이내 작은 오이카와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한번 숙였다.

안녕하세요. 오이카와 토오루입니다.”

무의식중에 부정하고 있던 진실이 객관적인 증거로 드러난 기분이다. 카게야마는 아연실색한 채로 서 있었다. 오이카와 토오루. 카게야마가 절대 잊을 수 없는 이름. 그 이름이, 지금. 카게야마가 생전 처음 보는 작은 아이의 입에서 나왔다.

 

 

 

 

Baby, It's You!

 

 

 

 

오이카와는 팔과 다리를 몇 번 휘적였다. 하얀색 셔츠를 걸쳤을 때보다 훨씬 편해 보인다. 길고 가느다란 팔과 다리는 지나치게 얇아 카게야마가 강하게 붙잡으면 부러질 것만 같았다.

옷은 맞아요?”

!”

오이카와는 얼굴 가득 미소를 피우고 강하게 끄덕였다. 자신의 중학교 1학년 시절 옷이 이 정도로 꼭 맞는다니, 눈앞의 작은 오이카와도 그 정도 나잇대인 걸까. 어린 시절 입고 버렸을 거라 생각했던 키타가와 제일중학교 체육복이 이곳에 있는 건 순전히 우연이다. 도쿄로 올라올 때부터 옷 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옷장에 있는 옷을 전부 가지고 올라왔더니. 오이카와와 함께 살기 시작한 후부터는 빨래하는 족족 카게야마의 옷을 버리는 오이카와 때문에촌스럽다가 그 유일한 이유였다옷 정리를 하기보다 있는 옷을 사수하기 바빴다. 그러다 우연히 찾게 된 키타이치 체육복. 이렇게 쓰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카게야마는 제가 입었던 옷을 입고 이리저리 살펴보는 오이카와를 지그시 바라봤다. 오이카와도 고개를 들고 카게야마를 올려다봤다. 카게야마의 가슴과 허리 사이 정도의 키. 내가 중학교 1학년일 때도 이만했을까. 고개를 갸웃하고 고민해 봐도 잘 기억나지 않았다. 카게야마의 중학교 1학년 시절의 기억은 오이카와의 뒷모습만 가득하다. 그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서브를 가르쳐달라고 끈질기게 굴던 시절. 그 시절과 그리 변한 게 없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도 그의 서브에 비하면 멀었다. 분한 마음이 들어 카게야마의 미간이 좁혀졌다. 험악한 인상으로 바뀐 카게야마의 얼굴을 오이카와는 동그란 눈동자를 뜨고 요리조리 살폈다.

근데 형은 누구세요?”

조그마한 입술에서 어린아이만이 가지고 있는 높은 음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끝을 조금 길게 늘이고 아무런 의심 없이 묻는 목소리. 카게야마는 잠시 고민했다. 무어라 둘러대야 하나, 생각하다가도 저에게 그런 재능은 없다는 걸 금방 깨달았다.

카게야마 토비오입니다.”

오이카와에게 자신의 이름을 댄 건 중학교 1학년 이후로 처음이다. 오이카와가 카게야마를 토비오라고 부르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와 나 사이에 이름을 잊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지금도 카게야마는 오이카와의 이름만은 한자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그와 어울리는 모양과 뜻. 처음 그 한자를 봤을 때 느꼈던 감상은 지금까지 변함이 없었다.

카게야마 토비오.”

오이카와는 그 이름을 곱씹듯이 고개를 몇 번 끄덕이면서 작게 읊조렸다. 이윽고 다시 카게야마를 바라본 오이카와는 짓궂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제 기억보다 작고 앙증맞은 눈동자와 콧방울이 부드러운 빛깔로 빛났다.

그럼 토비오쨩이네!”

카게야마는 입을 다물고 오이카와를 놀란 눈동자로 바라봤다. 제 기억 속 오이카와와 똑같은 미소였다. 눈꼬리가 완곡하게 휘어지고, 볼살을 부드럽게 접으며 미소 짓는 눈앞의 오이카와는 스물일곱 살의 오이카와를 떠올리게 했다.

카게야마는 마음속에 끊임없이 이어지던 의심의 고리를 끊었다. 오이카와구나. 말도 안 되는 일이라 해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눈앞의 오이카와는 카게야마가 아는 오이카와였다. 몸이 아무리 작아도, 카게야마의 존재를 몰라도.

오이카와씨는……,”

카게야마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귀를 쫑긋 세우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카게야마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기대하고 있는 듯했다.

오이카와씨는, 몇 살이에요?”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의 질문이 끝나자마자 손 두 개를 들어 펴 보였다. 배시시 웃는 얼굴이 환하다.

열 살!”

열 살. 열 살, 인가. 10열 살……. 카게야마는 문득 아주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왜 갑자기 스물일곱 살이던 오이카와가 열 살 오이카와가 된 걸까. 무엇 때문에? 씻다가? 물소리를 많이 내지 않고 씻어서? 혹은 무언가 병 같은 걸까. 카게야마는 알지 못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이 앓고 있는? 그럼 이 세계에 있던 오이카와는 열 살인 오이카와가 있는 곳으로 간 걸까. 아니, 옷은 그대로 남아있는데…….

카게야마의 머리가 복잡하게 돌아갔다. 출구가 없는 미로를 걷는 기분이다. 인상을 찌푸리고 몇 번 고민을 거듭하다가 이내 생각하기를 그쳤다. 오이카와는 험상궂은 얼굴의 카게야마를 빤히 바라보다가 시선을 내리고 자신의 배를 문질렀다. 묘한 행동이었다. 오이카와와 살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던 행동을 하는 눈앞의 작은 오이카와. 카게야마는 그를 가만히 지켜봤다. 오이카와는 제 배를 문지르다가 거실을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 구슬같이 작은 홍차 빛 눈동자가 이곳저곳에 닿았다가 다시 아래를 향했다.

, 그런가. 카게야마에게는 오이카와와 함께 살아온 이 집이 익숙하고, 오이카와가 이곳에 있는 게 당연했다. 이질적인 존재는 오직 눈앞의 오이카와 뿐인데, 열 살 오이카와에게는 카게야마를 포함한 모든 것이 낯선 것들이구나.

카게야마의 눈길을 느낀 것인지, 오이카와는 두리번거리던 눈동자를 다시 카게야마에게로 돌렸다. 배시시 미소 짓는 입가에서 하얀 치아가 반짝인다. 카게야마에게 익숙하지 않은 표정이 순간마다 어린 오이카와에게서 쏟아져 나왔다. 처음 보는 것처럼 색다른 미소가 오이카와를 쏙 닮은 얼굴 위로 겹쳐진 모습은 독특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카게야마는 오이카와의 얼굴을 바라보며 새삼 제 심장이 이상한 박동으로 뛰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열 살의 오이카와라 해도 오이카와는 오이카와였다. 카게야마가 좋아하는 사람. 유일하게 영원히 좋아할 사람.

아니, 어린애잖아. 열 살! 고개를 있는 힘껏 휘저었다. 오이카와는 의아하다는 듯이 카게야마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코코아 드실래요?”

!”

오이카와는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미소 지으며 볼록 튀어나온 볼이 벚꽃 잎처럼 연한 색으로 물들었다. 카게야마는 다시 새로운 감각을 느꼈다. 카게야마의 말 한마디마다 반응하고 감정을 얼굴에 바로 드러내는 오이카와는 처음 보는 것 같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카게야마는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코코아 좋아해.’ 기분 좋은 듯이 중얼거리는 오이카와를 쳐다봤다. 오이카와가 어릴 때는 이랬을까. 열 살이라면 카게야마를 만나기 6년 전이다. 처음 봤을 때부터 오이카와는 카게야마보다 한참 큰 존재였다. 그 등은 곧게 뻗어 흩어지는 빛을 흡수했고 그가 내려치는 서브는 카게야마의 가슴을 파열시켰다. 카게야마에게 새로운 세계의 지평을 펼쳐준 그가 지금, 제 앞에서 작은 손을 꼬물거리며 코코아 생각에 행복한 웃음을 짓다니. 이상한 기분이었다. 카게야마는 오이카와의 비밀의 방을 몰래 훔쳐보는 기분이 들어 시선을 가로 내리고 뺨을 붉혔다.

부엌으로 가서 타드릴게요.”

카게야마는 오이카와에게 말한 후 앞서 부엌 쪽으로 걸었다. 보폭이 더 작은 오이카와는 급하게 걸어오며 자연스럽게 카게야마의 손을 잡았다. 다시 공연히 심장이 두근거려 숨을 쉬기 힘들었다. 오이카와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카게야마를 따라 걷고 있다. 어디 갈 땐 어른 손을 잡으라고 배운 걸까. 저도 어릴 적 그런 말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집 안에서? 카게야마는 고개를 갸웃했다.

 

 

* * *

 

 

머그컵 두 개에 코코아 가루를 부어 넣는다. 권장량인 테이블 스푼으로 한 스푼보다 조금 더. 평소 카게야마가 먹던 습관 그대로였다. 오이카와와 카게야마용으로 산 민트색, 검은색 머그컵은 두 사람이 동거를 시작하면서 처음 산 물건이었다. 코코아를 마시지 않는 오이카와가 카게야마를 위해 코코아 가루를 고르고, 커피를 마시지 않는 카게야마가 오이카와를 위해 커피 가루를 골랐다.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를 위해 하나하나를 맞추어갔다. 물론 지금은 각자의 입맛을 알고 있어 오이카와가 원하는 커피 가루를 말하지 않아도 알지만, 처음에는 여러 가지의 시행착오가 있었다.

토비오쨩. 이거 영어는 읽었어? 분쇄 안 된 커피콩을 사 오면 어떡해!’

커피라고 적혀있는 거 아닙니까? 여기. 오이카와씨가 라인으로 보내준 영어랑 똑같은데.’

이거 말고! 정말이지, 토비오쨩이랑 못 살겠네!’

그렇게 말하던 그와 산지도 이럭저럭 몇 년이 지났다. 그는 처음부터 카게야마가 맛있다고 말한 코코아 가루를 정확하게 사오곤 했지만, 지금은 그 종류도 더욱 다양해졌다. 이제는 카게야마가 어떤 때에 어떤 코코아를 원하는지조차 아는 수준이었다.

민트색 머그컵에 코코아 가루를 담는 것은 처음이다. 매번 커피와 코코아를 타는 역할은 카게야마였다지만, 실수로 그의 컵에 코코아를 탄다 해도 컵을 바꿔 먹었으면 먹었지. 오이카와는 커피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았지만, 굳이 고르라면 커피를 마시는 쪽이었다. 그 덕분에 그의 민트색 머그컵에선 항상 미미하게 커피 향기가 났다. 카게야마는 코코아 가루가 담긴 오이카와의 컵을 코에 가까이 가져갔다. 방금 넣은 코코아 향기, 은은하게 풍겨오는 커피 향기가 겹쳐진다. 그와 함께 식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풍경이 저절로 떠올랐다. 커피를 마시며 웃던 오이카와, 입꼬리에 코코아가 묻었다며 손으로 닦아주던 오이카와, 그러다가 가볍게 키스를 나누고그대로…….

카게야마는 서둘러 생각을 지우고, 식탁에 앉아 기다리는 오이카와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오이카와는 카게야마를 처음 볼 때처럼 눈동자를 크게 뜨고 부엌, 연결된 거실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었다. 괜히 사진 같은 게 보이면 작은 오이카와에게 혼란을 주지 않을까? 자기랑 똑 닮은 얼굴의 스물일곱 살 오이카와가 보인다면.

카게야마는 초조한 마음으로 집 안을 급하게 훑었다. 그제서야 카게야마도 깨달았다. 오이카와는 거의 이틀에 한 번꼴로 사진을 찍을 정도로 사진 찍는 걸 즐기는 사람이었다. 그에 비해 집 안에는 오이카와와 카게야마의 사진이 단 한 장도 장식되어 있지 않았다. 오이카와의 핸드폰 속 비밀번호를 걸어 둔 토비오폴더에는 수천 장의 사진이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 모든 것은 오이카와의 핸드폰과 노트북에는 그조차도 단 몇 장 정도만에만 존재했다.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물이 끓고 있는 전기 포트 주전자를 들어 올렸다.

 

오이카와는 코코아가 담긴 컵을 들고 몇 번 입김을 불었다. 작은 숨소리와 함께 컵 위로 올라오던 김이 눈 녹듯 사라졌다. 톡 튀어나온 입술은 제 기억보다 조그맣다. 카게야마는 조심스레 코코아를 마셨다. 뜨거운 걸 잘 못 먹는 걸까, 카게야마가 몇 모금 마실 동안 오이카와는 연신 입김만 불었다. 카게야마는 가슴이 따뜻한 물에 잠기는 기분을 느꼈다. 정말 오이카와구나. 뜨거운 걸 잘 못 먹는 것도, 입술의 모양도.

오이카와는 이제 됐다 싶었던지 코코아를 천천히 마시기 시작했다. 꿀꺽. 꿀꺽. 넘기는 소리가 크게 들리고 멈추지를 않는다. 전부 마시기에는 뜨거웠는지 인상을 찌푸리며 컵을 내려놓았다. 배가 고픈 건가? 무언가 만드는 게 좋은 걸까, 혹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카게야마는 애매하게 계속되는 고민을 연상하면서 코코아를 조금씩 마셨다. 닫힌 창문으로 들어오는 건 슬그머니 낮아진 햇빛뿐이다. 코코아 향기와 눈앞의 오이카와그 오이카와가 열 살이라는 점만 빼면 여느 때의 휴일 풍경이었다.

토비오쨩.”

카게야마는 마시던 코코아가 튀어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고 목구멍을 움직였다. 뜨거운 액체가 한 번에 지나 따끔거리는 목을 가다듬을 새도 없이, 오이카와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의 입가에는 코코아 액체가 거품처럼 묻어있다.

나는 왜 여기 있는 거야? 여긴 토비오쨩네 집 맞지?”

……,”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 오이카와의 눈동자가 카게야마를 또렷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카게야마는 몸을 살며시 떨었다. 자신을 꼼짝 못 하게 만드는 저 눈빛은 그대로다. 빠르게 눈동자를 굴렸다. 솔직한 심정으로 카게야마도 오이카와에게 묻고 싶었다. ‘왜 이곳에 있나요? 스물일곱 살의 오이카와씨는요?’ 허나 대답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적어도 카게야마를 알고 있는 열여섯 살 이후의 오이카와였다면 설명하기 더 쉬웠을 텐데. 어째서 그 이전의 오이카와인걸까.

스물일곱 살의 오이카와씨는 돌아오나요?묻지 못하는 질문을 입 안에 남은 코코아와 함께 삼켰다. 카게야마는 다시 고민하면서 입을 열었다.

이카와씨 어머니께서, 오늘 같이 있으라고…… 하셔서요.”

거짓말은 아니다. 오이카와 어머니를 만난 적도 있고, 얘기도 나눴고. ‘토오루랑 사는 거 힘들 테지만 힘내요.’라는 응원이라 부를 수 있다면 응원인도 받은 적 있고. 카게야마가 거짓말 한 건 오늘밖에 없다. 오이카와가 언제까지 지금의 모습으로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오늘이라는 기한을 정한 건 온전히 카게야마의 생각이다. 어쩌면, 내일도? 혹은 모레도? 영원히 오이카와는 이 모습으로 있는 걸까? 설마. 카게야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리는 없겠지…….

카게야마는 제가 한 말을 곱씹었다. ‘오늘이라 말한 건 무의식적이었지만, 그리 믿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왜 오늘이냐 물으면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었다. 다만 다음 날 눈을 떴을 땐 스물일곱 살의 오이카와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미약하게나마 느꼈다.

그렇구나.”

오이카와는 코코아를 마시면서도 카게야마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카게야마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납득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카게야마는 어색한 죄책감 때문에 코코아를 한 모금 마셨다. 평소 오이카와에게 거짓말할 때처럼 얼굴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면, 오이카와도 더 묻지 않은 채 눈동자를 내렸다. 그제야 카게야마는 오이카와를 다시금 천천히 살펴볼 수 있었다. 지금보다는 짧은 머리지만, 처음 오이카와를 만났을 때처럼 윤기 있게 반짝이는 머리카락. 생기 있는 눈동자는 과거의 오이카와를 떠올리게 하는 향수 역할을 했다. 카게야마보다 키가 작다고는 하나, 분명 또래보다는 큰 키. 매끈하게 뻗은 팔다리는 순간적이나마 카게야마가 아는 몸의 윤곽을 그려냈다. 카게야마가 보지 못했던 어린 오이카와의 형태가 눈앞에서 공기와 햇빛을 반사하며 존재했다.

카게야마는 다시금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평생 오이카와와의 2년 터울을 넘어서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오이카와가 카게야마보다 어리다니, 상상해 본 적도 없다. 더군다나 그를 내려다보다니. 소파에 앉아있을 때도 카게야마가 내려다보는 게 기분 나빠서 선 채로 잡지를 보던 오이카와가. 언제나 그는 카게야마보다 2년 앞선 곳에 서 있었다. 오이카와는 지금도 멈추지 않고 달리고 있다. 몇 년이 지나도 항상 저는 오이카와에게 맞붙는 정도까지가 한계였다. 때로 카게야마가 고집을 부려 원하는 바를 성취하더라도, 그 모든 건 오이카와가 카게야마의 고집을 끄덕이고’ ‘받아들여 줬기때문이라는 것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보통 사람 간의 관계에서 흔히 주고받는 객관적인 이해는 오이카와와 저 사이에 힘든 일이라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오이카와와 카게야마의 감정의 교류서로만이 알 수 있는 배구에 대한 깊은 신념은 느낄 수 있다. 카게야마는 그것이 있다면 오이카와를 다소 이해하기 힘들어도 괜찮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았다. 오이카와가 저를 받아들여 주고 있다는 걸 느낄 때마다 뇌 안쪽이 저릿할 정도의 깊은 충족감과 만족감. 다른 무엇으로도 느껴본 적 없던 새롭고 따뜻한 감정은 카게야마에게 사랑이라는 단어를 가르쳐주는 등불이었다. 그를 사랑한다고 느낄 때마다 저를 받아주는 오이카와를 한 번이라도 제대로 이기고 싶다는 욕심도 불어갔다. 오이카와를 사랑하기에 그의 등을 따라잡고, 오이카와가 제 배구의 구심점이기에 그의 배구를 이기고 싶다. 오이카와에게 그와 같은 욕심을 말했을 때 그가 재밌다는 듯이 웃던 얼굴이 떠올랐다. ‘그게 네 사랑이라면.’ 오이카와는 그리 말했었다. 사랑. 오이카와와 카게야마의 사랑은 다소 특이한 형태인 건 아닐까.

카게야마는 혀끝에서 스며드는 코코아의 달콤한 맛을 느꼈다. 익숙하고 좋아하는 맛. 코코아를 열심히 마시던 오이카와에게로 눈을 돌리면 우연히 눈이 마주쳤다. 오이카와는 재밌다는 듯 소리 내 웃었다.

토비오쨩, 입술에 코코아 묻었어.”

눈꼬리를 접고 웃는 얼굴이 낯설기도 하고 익숙하기도 했다. 온전히 오이카와라고는 할 수 없지만, 눈앞에서 어린아이답게 입을 크게 벌리고 웃는 오이카와 또한 저가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심장이 간지럽다. 몽글몽글한 솜털로 잔뜩 간지럽히고, 오이카와의 웃음소리가 들릴 때마다 강하게 쥐어짜는 기분이었다.

 

 

* * *

 

 

코코아를 다 마신 후 오이카와가 이끄는 대로 카게야마는 방으로 들어갔다. 열 살 오이카와가 나타났던 장소였다. 오이카와는 한쪽으로 쪼르르 달려가더니 배구공을 들어 올렸다.

배구공! 토비오쨩도 배구 해?!”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에게 공을 내밀었다. 눈이 반짝이며 빛났고, 흥분을 가리지 못한 입술이 이상한 모양으로 꾸물거렸다. 대답을 기다리는 듯 눈동자 두 개가 카게야마의 입에 집중되어 있었다. 오이카와가 들어 올린 건 스물일곱 살 오이카와의 배구공이었다. 카게야마는 그제야 오늘 자신의 배구공을 사기로 약속했다는 걸 기억해냈다. 며칠 전 낡아서 버린 탓에 마침 장도 볼 겸 함께 배구공을 사자고 먼저 제안한 건 오이카와였다.

다시 고민의 사슬이 입을 옭아맸다. 배구를 한다고 솔직히 말하는 게 좋을까? 눈앞의 오이카와는 6년이 지나면 중학교 1학년이 된 카게야마를 만나게 될 텐데. 설마 지금 스물다섯 살인 나를 만난 탓에 과거가 바뀌는……그런 일이 일어날까?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오이카와가 전에 어려운 말을 했던 적이 있다. 타임…… 어쩌고였나. 아마 과거가 바뀌면 미래에도 영향이 간다는 얘기였던 것 같? 카게야마는 잠시 동안 제가 할 수 있는 한계까지 고민했다. 오이카와는 입을 다물고 고민하는 카게야마를 인내심 있게 기다렸다. 배구공을 꼭 끌어안은 오이카와는 조금 발을 굴렀다. 안달이 나는 모양이었다.

오이카와의 기대에 찬 눈동자를 바라보며 카게야마는 결론을 내렸다. 어찌 됐든 오이카와는 오이카와다. 스물일곱 살이어도, 열 살이어도오이카와가 카게야마를 만나는 것이 흐르는 섭리 중 하나라면, 카게야마는 오이카와를 만나자마자 사랑할 게 뻔했다. 그렇다면 문제는 없다. 단지 조금 일찍 만난 것뿐이었다. 카게야마는 어느 세상이든 어떻게 태어나든 오이카와를 사랑하고 만다. 그것은 변하지 않는 운명과도 같았다.

카게야마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느 때보다도 느린 움직임이었다.

. 배구하고 있습니다.”

정말? 공 튀겨 봐도 돼?”

오이카와는 긴장한 눈초리로 카게야마를 올려다봤다. 카게야마는 이번에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후 가볍게 대답했다.

.”

고마워!”

힘찬 대답을 내뱉은 오이카와는 공을 들고 방 한가운데에 섰다. 낮게 올리는 오버핸드 토스가 이어졌다. 자세는 정확하고 군더더기 없다. 공을 주시하면서 떨어지지 않는 눈동자 안에 이미 카게야마는 없었다. 카게야마는 침대에 걸터앉은 채, 오이카와가 토스 연습하는 걸 가만히 지켜봤다. 진지하고 생생한 얼굴. 고등학교 무렵 시합했던 때와 달리 자세가 흔들리면 바로 표정으로 나타났다. 어릴 땐 저런 표정으로, 저런 자세로 배구를 했을까. 저렇게 작은 손가락이 그리도 커져서, 그 손으로 배구공을 감쌀 정도까지. 문득 그가 커가는 과정을 보고 싶다는 묘한 생각까지도 들었다.

조금 더 높이 올려도 괜찮습니다.”

최대한 토스 높이를 낮추려고 조정하던 오이카와는 언뜻 곁눈질로만 카게야마를 바라봤다. 괜찮냐고 묻는듯한 눈빛이다.

천장에 부딪혀도 괜찮아요. 윗집에는 한 명만 사는데, 평일도 주말도 새벽 일찍 나가고선 밤 10시 다 되어야 돌아오거든요. 더 올려도 돼요.”

언제는 높고 언제는 낮던 공의 높이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다. 오이카와는 허리를 곧게 펴고 흔들림 없는 자세로 토스 연습을 이어갔다. 카게야마가 말한 대로, 위층에 사는 여성은 휴일에도 새벽같이 나가 아주 늦게 돌아왔다. 그걸 알게 된 오이카와는 주말 아침부터 카게야마를 침대 밖으로 못 나가게 하는 날이 늘었는데…… 아니, 지금 이런 생각은 쓸데없다.

규칙적인 간격으로 들리는 마찰음, 공의 움직임을 따라 흔들리는 오이카와의 머리카락, 얼굴을 가로 비추는 나른한 온기 등. 카게야마는 잠시 눈을 감고 있다가 오이카와를 쳐다봤다.

원하는 포지션, 있나요?”

세터!”

그럼 그렇지. 고개를 끄덕인 후, 지금껏 묻지 못한 말을 꺼내려고 입술을 오물거렸다. 계속 묻고 싶었으나 한 번도 용기를 내지 못했던 질문. 카게야마는 겨우 맞붙은 입술을 떼었다.

, 세터가되고 싶습니까?”

띄엄띄엄 단어를 꺼내면서도 목소리가 끝으로 갈수록 한없이 작아졌다.

그야, 멋있잖아.”

오이카와는 공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당연하다는 듯이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즐거운 상상을 하는 걸까, 표정이 한층 부드러워졌다.

나는 어떤 스파이커든 그 스파이커의 실력을 100% 끌어내는 세터가 되고 싶어. 그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잖아. 내가 그 팀에 있는 것만으로 팀의 실력이 순식간에 오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건 신기한 거 같아. 세터는 배구에서 가장 고독한 포지션이면서 동시에 혼자서는 할 수 없는 포지션이야.”

가슴 한구석이 저릿하고 울렸다. 스파이커의 실력을 100% 끌어내는 세터. 팀의 실력을 순식간에 올리는 존재. 카게야마는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 숙인 채 오이카와를 바라보지 못하고 확고한 어조로 대답했다.

오이카와씨는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세터.”

저가 처음으로 이기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상대. 코트에 계속 서 있으려면 끊임없이 이겨야 한다. 그것을 의심한 적은 없다. 이기기 위해 부족한 것을 채우고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연단하는 과정은 당연한오히려 즐겁기까지 한일이었다. 그러던 카게야마는 아오바죠사이와 싸우며 처음으로 오이카와 토오루에게 이긴다는 게 어떤 것인지 자각했다. 그때, 자각한 바로 그때 카게야마는 오이카와에게 철저하게 졌다.

이후 아오바죠사이를 이기고 전국 대회에 진출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오이카와는 저의 시야 너머에 있는 존재였다. 또한 끊임없이 앞서나가며 카게야마에게서 멀어져 가는 극점이기도 했다. 가만히 멈춰 서 있을 생각은 없다. 카게야마는 배구의 끝없는 공간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로 그의 가치이자 숨결이자 생명이었다. 그 끝은 무엇일까, 죽음이라는 생각은 가끔 한다. 바로 그 점이 오이카와와 카게야마가 서로 공유하는 부분이었다. 스스럼없이 나아가며 뒤를 돌아보지 않는 길의 앞에는 항상 오이카와가 있었다.

토비오쨩, 뭔가 이상해.”

오이카와는 토스 연습하던 손을 멈추고 키득거리며 카게야마를 바라봤다.

, 가요?”

뭔가 이상한 말을 했나? 했던 말을 돌이켜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될 수 있을 거라고 한 말?

마치 내가 이미 그런 세터가 된 걸 보고 온 것 같은 말투야.”

…….”

카게야마는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오이카와는 몇 번 더 키득이더니 그저 가만히 웃었다. 어린아이처럼 투박하게 웃어 보인 오이카와는 다시 토스 연습을 시작했다. 통 통, 가볍게 공을 튀기는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오이카와와 카게야마가 있던 방, 두 사람이 함께 나날을 보내온 방. 포근한 이불 같은 햇볕이 창문을 통해 방 안을 가로지르며 비췄다. 햇볕이 오이카와의 몸을 감싸고, 침대에 걸터앉은 카게야마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흔들었다.

노곤한 기운이 이마를 붕대처럼 둘렀다. 오이카와가 들이쉬고 내뱉는 공기가 푸근하다. 그가 있는 곳은 어디든지, 우선 그의 존재만으로도 마음이 놓이고 만다. 언제고 그랬다. 카게야마에게 새로 생긴 버릇 같은 성질이었다. 덕분에 함께 나가서 영화를 보면 잠들기 일쑤라 쓴소리 들은 적도 많지만.

깃털처럼 가라앉으려는 눈꺼풀에 힘을 주고 오이카와를 바라봤다. 카게야마보다 훨씬 키도, 덩치도 작은 그는 진지한 얼굴로 공을 섬세하게 튀기고 있었다. 열 살. 초등학생인가? 어느 초등학교에 다닐까? 배구부에 들었을까? 어떤 스파이커에게 공을 올렸을까? 카게야마는 저가 모르는 오이카와의 과거이자 현재를 무의식적으로 가늠했다. 저가 모르는 오이카와도, 오이카와가 모르는 카게야마도 분명 존재했다. 설령 그렇다 해도, 카게야마를 모르는 오이카와라는 건 제3의 인류처럼 생소한 존재였다.

토비오쨩은 포지션이 뭐야?”

이번에는 오이카와가 물었다. 대답해도 되는 걸까. 또 잠시 동안의 고민이 나른한 머릿속을 뒤덮쳤다. 카게야마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듯이 목소리를 흘렸다.

뭐일 것 같으세요?”

세터.”

오이카와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예상치 못한 말에 당황한 건 오히려 카게야마 쪽이었다.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린 채로 오이카와를 멍하니 바라보자, 그를 눈치챈 오이카와가 곁눈질만 카게야마에게 향했다. 푸하하, 자연스레 터져 나온 오이카와의 웃음소리 덕분에 그의 자세가 흔들렸다. 오이카와는 서둘러 자세를 고쳐잡고 웃음을 참기 힘들다는 얼굴로 자랑스럽게 말했다.

토비오쨩, 너무 티 나는 걸. 아까 코코아 마실 때 보니까 손톱이 특히 가지런해서, 특별히 관리하는구나 싶었어.”

카게야마는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바라봤다. 손톱이 가지런한 건가?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내가 되고 싶은 세터를 말할 때도 별말 없길래. 이와쨩한테 말했더니 그런 건 불가능하지, 바보야라고 했거든. 어떤 스파이커를 만나든 그 사람의 100%를 끌어내는 건 꿈같은 이야기라고.”

맞지?’ 오이카와는 확신에 찬 물음으로 말을 마친 후 미소를 지었다. 스물일곱 살이든 열 살이든 오이카와 토오루는 그대로다. 아마도 오이카와는 카게야마가 어떤 포지션이 되고 싶냐고 물었을 때부터 카게야마는 세터라고 어느 정도 확신했을 것이다. 그는 언제나 이것저것을 조합한 후 가장 적절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일에 능한 사람이었으니, 어리다고 그 능력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카게야마의 질문으로 더 큰 확신을 얻었을 게 분명하다. 카게야마는 어쩐지 분한 마음에 인상을 구겼다.

배구를 하고, 세터로서 스파이커에게 공을 올리고 시합을 지휘한다. 카게야마와 오이카와는 많은 점에서 다른 반면에 많은 점을 공유하고 있었다. 서로 개별로 놓으면 모양이 가지각색이나 완벽하게 맞붙는 퍼즐 조각과도 같다. 배구와 세터, 동시에 연인인 두 사람. 그중 하나라도 성립되지 않았다면 지금의 카게야마와 오이카와는 함께 있지 못할 것이다.

토비오쨩.’

오이카와가 연하게 웃으며 부르던 모습이 떠올랐다. 흐릿한 겨울날, 눈발 가운데서 살포시 미소 지으며 카게야마를 부르던 오이카와……. 숨이 차서 목구멍이 파열할 것처럼 더운 여름 날, 물안개 속에서 한숨을 내쉬며 웃던 오이카와.

눈앞의 오이카와는 예전에 봤던지금은 훌쩍 커버린오이카와의 조카를 떠올리게 했다. 열 살? 오이카와는 정말로 원래대로 돌아오는 걸까. 애초에 카게야마는 오이카와가 어떤 이유로 어려졌는지혹은 어린 몸으로 바뀌었는지알지 못한다. 특정한 이유가 있기는 한 걸까. 스물일곱 살의 오이카와가 사라진 거라면? 이대로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면. 카게야마는 순식간에 심장이 식는 기분을 느꼈다. 이어서 찾아온 건 등을 덮는 식은땀과 헐떡임이었다. 가릴 길 없는 생각들이 유선형으로 뻗어나가 가슴에 깊은 골을 만들었다. 만약 오이카와가 오늘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다면……?

카게야마의 시야가 갑작스레 어두워졌다. 코끝을 누를 뻔한 공을 겨우 붙잡았다. 거의 맞닿은 상태였다. 짧게 마찰한 콧방울이 따끔거렸다.

, 하시는 겁니까! 공 맞을 뻔했잖아요!”

아직도 벌렁거리는 심장소리가 귓속을 시끄럽게 채웠다. 정작 카게야마에게 공을 던진 오이카와는 동그란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에게 다가와, 그의 무릎에 손을 디뎠다. 침대에 걸터앉은 카게야마와 그의 몸에 기대선 오이카와의 눈동자가 마주쳤다.

토비오쨩, 무서운 얼굴 하고 있네.”

오이카와는 늦은 밤 카게야마를 안을 때 보이던 눈빛을 하고 있었다. 깊고 그윽하여 카게야마의 속까지 훑을 것 같은 눈동자. 숨결이 마주 닿는 거리를 두고 카게야마는 가만히 오이카와의 홍차 빛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카게야마가 이미 알고 있으며 몇 번이고 마주 봤던 얼굴을 그대로 축소시켜 놓은 것만 같다. 오이카와는 눈을 가느다랗게 뜨더니 이윽고 반짝이는 눈꺼풀을 내리며 예쁜 빛깔의 눈을 감았다. 오이카와의 입술이 섬세한 동작으로 다가왔다. 카게야마는 그에 이끌리듯이 뜨거운 눈동자를 감았다. 오이카와의 작은 입술과 카게야마의 입술이 천천히 맞닿은 채 떨어졌다. 닿자마자 떨어진 입술에서 감촉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비슷한 간격을 두고 눈을 뜬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봤다. 오이카와의 볼이 해가 질 때의 하늘처럼 불그스름한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카게야마의 입술과 맞닿았던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갔다.

내가 무언가로 걱정할 때면 누나가 항상 이렇게 해줬거든.”

그렇구나. 오이카와씨의 누나가. 그랬구나. 카게야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게도 입술이 화끈거렸다. 시간을 따라 나아가던 태양이 잠시 멈춰 서 두 사람을 오롯이 비췄다. 오이카와와 카게야마의 몸이 따스한 오후의 온도로 달아올랐다. 세포 속까지 채우는 햇볕이 반짝이는 눈동자 사이에도 속속들이 차올랐다. 오이카와는 기대고 있던 양손을 들어 카게야마의 목을 조심스럽게 껴안았다. 카게야마가 들이마시는 숨 속에 오이카와의 향기가 향수처럼 달라붙었다. 익숙한 향기였다.

토비오쨩이 뭘 걱정하는지 나는 잘 모르지만괜찮아.”

괜찮아.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의 목덜미를 톡톡 다독이듯이 두드렸다. 괜찮아. 괜찮은 거구나. 카게야마는 눈을 감았다. 근거 없는 그의 말이 움직이지 않는 확신의 바위가 되어 중심을 단단하게 고정시켰다. 카게야마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이유를 알기 힘든 안도감이었다. 오이카와의 향기를 머금은 한숨을 내보내면 심장 소리가 천천히 사그라들었다. 물에 떠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오이카와의 배에서 갑작스레 바닥을 긁는 소리가 났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몸을 떼고 마주 보면, 오이카와의 얼굴이 보송보송 물들었다.

미안.”

멋쩍은 듯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오이카와는 웃어 보였다. 카게야마는 눈동자의 셔터를 눌렀다. 제 기억 속 그 무엇보다 생소한 표정이다. 신기했다. 이런 표정의 오이카와는 처음 보는 것 같다. 쑥스러운 듯 발그레한 얼굴로 흘긋거리며 카게야마의 눈치를 살피는 오이카와는 마냥 어린아이 같았다.

카레 좋아하세요?”

카게야마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삐죽 내밀고 웅얼웅얼 물었다.

 

오이카와와의 첫 데이트하얀 햇살이 아스팔트 도로의 우둘투둘한 면을 하나하나 비추는 날이었다.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선글라스를 쓰고 그렇게 물은 그는 언뜻 웃고 있었던 것 같다. 카게야마는 글쎄요, 운을 뗀 후 잠시 간격을 두었다. ? 오이카와는 재차 물으며 카게야마의 귀를 만지작거렸다. 귓바퀴의 민감한 살결로 그의 굳은살을 느끼며, 카게야마는 귀를 붉혔다.

카레 좋아하세요?’

 

그때 물었던 그 말을 다시금 입에 담았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그와의 첫 데이트, 처음으로 오이카와와 둘이서만 먹었던 카레. 그 시작을 다시금, 그때와 전혀 다를 바 없는 오이카와와 하고 싶다. 오이카와는 잠시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해 보였다. 이내 그 얼굴에 다시 화색이 돈다.

. 좋아해.”

첫 데이트 때의 오이카와와 같은 대답. 비록 겉모습을 다를지라도, 카게야마는 그가 바로 오이카와임을 벅차오르는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 * *

 

 

배불러!”

오이카와는 카게야마가 만든 카레를 밥 한 톨 남기지 않고 긁어먹었다. 빈 접시 두 개를 싱크대에 놓은 후 카게야마는 오이카와와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카게야마가 바닥에 내려놓았던 배구공이 침대 근처를 굴러다녔다. 좀 전, 오이카와와 나눴던 짧은 입맞춤을 기억해내고 카게야마는 다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침대 푹신해.”

오이카와는 침대에 누운 후 사지를 쭉 폈다. 이불이 기분 좋은 듯 얼굴을 비비면서 고양이처럼 가르릉 거리는 소리를 냈다. 카게야마는 그와 가까운 침대 끝에 앉았다. 오이카와의 눈꺼풀이 서서히 내려앉았다. 졸린 걸까? 가늘고또래 아이보다는긴 팔 끝에는 작은 손이 있다. 카게야마는 그 손을 잡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면서 투박하게 내뱉었다.

피곤하면 주무세요.”

으음싫어!”

아이가 떼를 쓸 때처럼 몸을 버둥거리던 오이카와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불만이 전부 얼굴 밖으로 나온 것처럼 볼을 뭉툭하게 부풀린 얼굴은 못생겨 보일 법도 한데, 왜 이다지도 가지런할까. 카게야마는 눈 사이를 좁히곤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로 물었다.

피곤하신 거 아닙니까?”

그럼 토비오쨩도 같이 자.”

왜요?”

오이카와는 고개를 도리질하며 카게야마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카게야마가 입고 있는 니트에 얼굴을 부비는 모습은 작은 아기 고양이 같았다. 오이카와는 단호한 얼굴로 불뚝 튀어나온 입을 열었다.

아깝잖아. 토비오쨩이랑 하루밖에 같이 못 있는데. 그러니까 같이 자자.”

아깝다고? 카게야마는 지난 시절을 떠올렸다. 오이카와가 도쿄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한 후, 가끔 카게야마가 신칸센을 타고 오이카와를 만나러 도쿄로 오던 시절.

갈게요.’

. 잘 가.’

또 올게요.’

.’

이제 곧 차 오니까 가세요.’

갈 거야.’

가라니까요…….’

그런 의미 없는, 그럼에도 서로의 마음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대화를 나누던 시절처럼그런 기분인 걸까. 그때와 같은 기분인 걸까.

알겠습니다.”

카게야마는 결국 험악한 인상을 지으면서도 그를 따라 침대에 몸을 눕혔다. 부드럽고 폭신한 이불이 그의 몸을 감쌌다. 평소 오이카와와 밤을 보내는 침대에서 어린 오이카와와 함께 눕는다. ……이상한 죄책감이 들었다. 오이카와는 기분 좋다는 듯이 웃으면서 이불을 꼭 붙잡았다.

토비오쨩네는 침대네. 우리 집은 바닥인데.”

……그런가요.”

처음 오이카와와 동거를 시작할 무렵 침대를 살지, 이불보를 둘 지로 꽤 오랫동안 둘이 고민했던 적이 있다. 사실 카게야마는 고민할 것도 없이 어느 쪽이든 괜찮습니다라고 답했지만결국 다다미 방도 아니니 침대를 샀으나 오이카와는 익숙해질 때까지 서툴러 했다. 알고 보니 카게야마가 도쿄로 올라오기 전 2년 동안도 자취방에서 꽤 고생했다고. 항상 저보다 모든 일에 능숙한 사람이었는데, 카게야마에게는 일상과도 같은 일이 오이카와에게는 서툰 일이라니 신기했던 기억이 있다.

처음 방에 들어왔을 때는 잘 생각이 조금도 없었는데. 카레를 완식한 후의 포만감, 충분한 일조량을 확보하는 큰 창문, 그 창문으로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로 눅눅해진 머릿속……. 카게야마의 이마와 눈꺼풀 위에 잠가루가 솔솔 떨어지면서 두껍게 쌓였다. 꾸벅꾸벅 감기는 게슴츠레한 눈동자로 바라보면, 오이카와는 알기 힘든 미소를 짓고 있었다.

토비오쨩은 이상하네.”

? 제가요?”

잠의 바다에 젖어들면서도 울컥한 마음에 카게야마는 입술을 내밀었다.

이상한 건 오이카와씨죠.”

뚱한 얼굴로 말하자 오이카와는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었다.

내가 훨씬 어린데도 존댓말 쓰잖아. 이상한 토비오쨩.”

오이카와는 잠시 숨을 멈춘 후 눈동자를 휘었다. 진한 홍차 빛 눈동자가 새하얀 이불안에서 은은한 빛으로 흔들거렸다. 카게야마는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오이카와가 열 살이 된 후에도 여전히 존댓말을 쓰고 있는 건 카게야마 자신이었다. 카게야마는 얼굴에 열이 모이고 평소보다 숨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오이카와가 몇 살이어도 카게야마에게는 오이카와 토오루다. 저는 아무렇지 않게 말을 놓고선 그걸 이제야 말하는 오이카와도 그 다웠다. 키득이는 오이카와에게서 그의 향기가 맑은 물처럼 흘러나왔다. 방안을 비추는 태양과 부드러운 이불 속에서 카게야마에게로 잠이 쏟아졌다.

카레의 향기, 오이카와의 향기, 아련히 풍기는 햇볕의 냄새. 예쁜 미소를 지어 보이는 오이카와를 바라보다가 의식이 점차 멀어졌다.

 

잘 자, 토비오쨩. 또 만나고 싶어.

 

언뜻 오이카와가 중얼거리는 말이 들린 것 같다. 의식이 멀어지는 와중이라 확실하지 않았다. 그 대신일까, 손을 맞잡은 온기만큼은 유독 강렬하게 남았다. 카게야마의 손이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작은 그의 손은, 기억보다도 따뜻했다.

 

 

* * *

 

 

……비오쨩. 토비오!”

…….”

몸이 앞뒤로 흔들린다. 서서히 눈꺼풀을 들어 올리면 누군가가 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게슴츠레한 눈으로 한두 번 깜빡인 카게야마는 푸른 눈동자를 크게 떴다. 기억하고 있는 모습 그대로의 오이카와가 침대에 앉은 채로 카게야마를 흔들고 있었다. 질색한 얼굴로 내려다보던 오이카와는 한숨을 강하게 내쉬었다. 그는 카게야마가 기억하고 있는 대로 스물일곱 살의 체격 그대로다.

같이 장 보러 가기로 했잖아? 토비오 배구공도 사고. 그래놓고 낮잠 잔 거야?”

오이카와는 인상을 찌푸리며 무어라 꿍얼거리기 시작했다. 카게야마는 아직도 흐릿한 머리를 들고 고개를 붕붕 가로저었다. 뭐야? 아니라는 거야? 오이카와는 이해하기 힘들단 표정으로 카게야마를 가만히 지켜봤다.

지금 오후 5시야. 지금이라도 나갈까? 많이 피곤해?”

…….”

카게야마는 대답 없이 다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이카와는 나가기로 마음을 먹었는지 몸을 일으켰다. 구겨진 옷을 가다듬고 이미 멋들어진 머리를 몇 번 매만지기 시작했다. 카게야마는 간질간질한 눈을 비볐다. 얇게 잘라놓은 햇빛이 점차 가늘어졌다. 카게야마는 인상을 찌푸렸다. 거울 앞에 서있는 오이카와를 아무 말 없이 바라보면, 몽롱한 물속에 빠졌던 의식이 뭍으로 나와 활동을 재개했다.

오이카와씨.”

. ? 토비오, 얼른 준비해.”

오이카와씨 맞나요?”

……토비오. 이상한 꿈이라도 꿨어?”

카게야마의 상태가 이상하다 느꼈는지, 오이카와는 손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카게야마를 마주 본 그의 눈동자는 다정한 빛을 담고 있었다. 카게야마를 이리저리 들여다보고 이마에 손도 대보고.

열은 없는데.”

작게 중얼거린 후 그는 말없이 카게야마의 눈빛을 받아들였다. 카게야마는 제 이마에 놓인 오이카와의 큰 손, 저보다아주 약간큰 키와 다부진 신체를 눈으로 따라갔다. 얼굴 윤곽도 성인답게 또렷하다. 카게야마는 오이카와를 끌어당기고 그의 어깨에 고개를 묻었다. 이불 빨래하면서 함께 넣었던 섬유 유연제 냄새가 난다.

돌아왔네요.”

냄새를 맡으며 고개를 살며시 끄덕이자 오이카와의 어깨가 움직였다. 카게야마의 얼굴을 들여다보려 한 건지 그의 목이 이리저리 움직였다.

무슨 소리야? 토비오, 어디 아파?”

아니요. 조금 잠긴 목소리로 낮게 말했다. 오이카와는 제 어깨에 고개를 묻은 카게야마를 상냥하게 끌어안았다.

그럼 얼른 일어나. 오이카와씨가 휴일 대낮부터 토비오쨩이랑 낮잠을 자다니, 정말이지. 어떻게 잠든 건지는 기억 안 나는데.”

오이카와는 계속 투덜대면서 카게야마의 등을 천천히 토닥였다. 카게야마는 그의 어깨에서 고개를 들어 올리고 오이카와의 얼굴을 다시 찬찬히 바라봤다.

오이카와씨는 어릴 때가 훨씬 귀엽네요.”

?”

홍차 빛 눈동자가 여지없이 커졌다. 근거리에서 그의 당황한 얼굴을 접한 카게야마는 기분 나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재밌는 점을 발견했다는 얼굴이다. 오이카와는 금세 아무렇지 않은 척 표정을 바꿨다.

오이카와씨는 항상 귀여워. 인상 나쁜 토비오쨩보다 훨씬 귀엽고 예쁘지.”

미소 지은 카게야마의 미간을 오이카와의 손가락이 꾹 눌렀다. 살며시 뒤로 밀린 카게야마는 뚱하니 입술을 내밀었다.

애초에 언제 내 어릴 때를 봤다고 그런 말을 하는 거야? 건방지네.”

오이카와가 다시 침대에서 일어났다. 카게야마는 점점 아파지는 미간을 손으로 문질렀다. 열 살 오이카와는 솔직하게 웃고 장난치고 훨씬 귀여웠는데. 잠들기 전 미소 짓던 어린 오이카와가 떠올랐다. 그럼에도 카게야마가 기억하는 건 눈앞의 오이카와였다. 툴툴거리고 카게야마를 어린애 취급하고 항상 선배처럼 구는 오이카와 토오루.

카게야마는 그가 서있는 방 안의 풍경을 돌아봤다. 큰 창문 옆에 선 오이카와, 약한 빛을 흘려보내는 조명이 그의 등을 비추면서 떨어졌다. 몇 가지 가구가 없는 방 안은 그의 존재만으로도 가득 찬 느낌이 들었다. 오이카와가 내뿜는 존재감은 카게야마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큰 모양이다.

타임 어쩌고가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다. 카게야마는 진심으로 안도했다.

?”

저를 빤히 바라보고만 있는 카게야마가 의아했는지 오이카와는 손을 멈추고 말했다. 카게야마는 그의 목소리가 제 심장의 혈관에 스며드는 걸 느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냥, 오이카와씨가 있구나 싶어서요.”

난 항상 있잖아.”

그렇네요.”

뭐야, 그게.”

오이카와는 풋,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카게야마의 볼을 어루만졌다. 갈비뼈 안쪽이 뜨겁고 뻐근하다. 카게야마는 잠시 숨을 멈췄다가 한 번에 들이마셨다. 오이카와가 있는 집 안, 그의 냄새가 나는 방. 석양이 저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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