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카게] 카게야마의 일상, 그의 배구

* 키타이치 오이카게

* 조각글. 짧아요.

 

 

 

 

   서브 가르쳐주세요. 오이카와 선배.”

   싫거든? -, -!”

   바보카와, 후배 놀리지 말라고!!”

 

 

  오늘도 어김없는 풍경이다. 쿠니미는 카게야마가 체육관으로 들어와서, 그 얇은 다리를 흔들며 부실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다시 나와 타박타박 걸으며 오이카와에게 다가가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봤다. 그러더니, 어김없이. 제 머리보다 약간 큰 배구공을 오이카와에게 쭈욱 건네며 내뱉는 말은 오늘도 똑같았다. 쿠니미는 인상을 슬며시 구겼다. 질렸다, 정말. 오이카와의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어쩌면 쿠니미의. 오이카와는 혀를 내밀고 카게야마에게 심술궂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작 그 앞의 카게야마는 멀뚱멀뚱 오이카와를 쳐다볼 뿐이었다.

 

  한창 실랑이가 일어나더니 연습 시작한다고 이와이즈미와 자리를 이동하는 오이카와. 카게야마는 다시 하프 팬츠 아래의 흰 다리를 움직여, 오이카와의 뒤를 쫓았다. 그 조그만 발이 도도도, 가벼운 소리를 내며 오이카와와의 거리를 좁히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오이카와 선배, 서브 연습 하실 거에요?”

   아니거든? 그리고 한다고 해도 토비오쨩한테는 안 알려줄 거거든?”

   그럼, 그냥 보기만 할게요. 옆에서 보기만 할게요.”

   됐어, 보지 말라고. 토비오쨩은 바보야? 절대 싫거든.”

 

  오이카와는 뒤도 돌아보지 않는데, 그 뒤편에 선 카게야마의 표정이 떼구르르 바뀌었다. 머리카락이 가라앉으며 조금 시무룩했다가 다시 파앗 밝아지며 입을 오물거렸다가. 다시 추욱 가라앉고. 옆에서 보고 있으면 저게 바로 그 카게야마 토비오냐며 놀랄 것이다. 카게야마는 감정표현이 결코 적진 않았으나 풍부하지도 않았다. 놀라면 눈을 크게 뜨고, 졸리면 눈가를 끔뻑거린다. 기쁠 땐 볼을 연하게 지피며 입가를 오물거린다. 그걸 보면 확실히 알 수 있지만, 그것뿐이다.

  그렇기에 처음 만난 사람은 카게야마를 오해할 때도 있다. 그런 사람들이 보면오이카와 앞의 카게야마는 조금의 충격일지도 모른다.

 

  쿠니미에게는 일상인 저것이, 다른 아이들에겐 일상이 아니듯이. 교내에서 카게야마와 다른 아이들과 함께 길을 가다가, 오이카와를 만나면. 그 삐죽 내밀었던 입술이 오물거리면서, 도도도 그쪽으로 뛰어가 버리고 만다. 그리고 일상이 다시금 반복되는 것이다.

 

   오이카와 선배, 오늘은 서브 알려주실 건가요?’

   왜 당연히 알려줄 것처럼 말하는 건데? 싫다고, -! 토비오쨩 바-!’

 

  쿠니미는 그 반복을 들으며 머릿속으로 아아, 또 시작이네라고 생각할 뿐이지만. 다른 아이들은 눈을 크게 뜨고 쿠니미를 바라보는 것이 하나의 약속이 되었다. 그러면 쿠니미는 다시 약속처럼 내뱉는다.

 

   , 저거. 항상 저래.’

 

  항상저렇다. 그 말이 쿠니미에게는 이렇게나 당연한데, 다른 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 이질적인 말이 되고 만다. 그래도 달리 할 말이 없다. 카게야마는 항상 저러니까.

 

  오이카와를 만난 순간부터. 그 서브를 본 순간부터.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처음 오이카와와 카게야마의 만남. 나름 이름난 키타이치 배구부 주장 오이카와 토오루의, 서브 연습을 본 예비입부 시절. 그 모습을, 마치 동영상을 찍듯 눈도 깜빡이지 않고 보던 카게야마의 옆모습. 그 옆에 있던 쿠니미에게는 멋진 서브를 하는 오이카와보다, 그런 눈빛을 하는 카게야마가 더 시선을 끌었다.

 

   카게야마."

 

  가볍게 이름을 불렀었다. 대답이 없었다. 평소 꾹 닫혀있던 카게야마의 입술이 오물거리기 시작했다. 기쁜 듯 보였다. 눈가는 당장에라도 눈물이 차오를 듯 붉게 스며들었다.

 

   찾았어.”

   뭐가?”

 

  얘기를 따라갈 수가 없다. 뭐를 찾았다는 걸까. 오이카와는 이미 한 번의 서브 연습을 끝내고, 또 한 번의 서브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 긴 손가락 안에서 배구공이 슈르륵,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돌아갔다.

 

  옆에서 카게야마가, 다시 중얼거렸다. 낮고, 약간 떨리는 목소리였다.

 

   , 배구.”

   …….”

 

  카게야마의 배구.를 찾았다고? 그게, 오이카와라고? 배구는 전부일 것 같은 네가그 배구를, 찾았다고.

 

 

  쿠니미는 그때 느낀 전류를 잊을 수가 없다. 한 사람과 한 사람의 운명적인 만남. 그 선명한 충격. 그걸 뭐라 말하면 좋을까. 쿠니미는 애매한 눈빛을 하고 카게야마를 바라봤다. 다시, 오이카와에게로. 오이카와는, 공을 크게 올리고서브를. 내리쳤다.

 

  그래. 굳이, 말하면.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랄까.

  쿠니미는 약간 질색인 기분이 되어선, 고개를 틀어 킨다이치를 바라봤다. 그리고, . 괜스레 그 넓은 어깨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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