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카게] 악몽 (R-15)
* 직접적 장면은 없지만 수위적 묘사 있습니다. 아주 약간.
* 오이카와가 조금 너무할지도.







   "오... 오이카와 선배... 무서... 워요..."

  동그랗고 까만 눈동자가 흔들거리며, 두려운 목소리로 카게야마는 말했다. 아직 제대로 복근이 자리잡지 않은 카게야마의 배를 매만지며 오이카와는 부드럽게 웃었다. 살짝 눈망울이 맺힌 그 눈끝을 슬며시 손끝으로 쓰다듬었다.



   "벌써 몇번이고 했잖아? 여기도, 몇번이고 만졌고."
   "으흣...!"



  오이카와가 카게야마의 동그랗게 솟아오른 유두를 가볍게 튕기자, 카게야마가 눈을 꼭 감으며 달콤한 신음을 흘렸다. 언젠가 봤던 AV의 여자보다 더 색이 엷게 잡힌 카게야마의 유두를 괴롭히는 것을, 오이카와는 그 무엇보다도 맘에 들어했다. 이제는 살살 만져주는 것만으로도 카게야마의 작은 돌기는 쉽게 달아올랐다. 벌써 발그레해진 볼과 마찬가지로, 그 붉어진 작은 돌기에 입술을 갖다대면 카게야마가 순간 숨을 들이마시는게 느껴졌다. 그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는 걸 보면서, 오이카와는 입 안의 돌기에 촉촉한 혀를 돌렸다.

  두 학년 아래인 후배와, 이런 일을 하는 건 얼마나 되었을까.





  카게야마를 때릴 뻔할 충동을 이와이즈미가 막아준 후, 오이카와는 카게야마를 차분히 지켜볼 수 있었다.
  이전까진 다양한 감정과 증오, 미움이 섞여있는 상태에서 왜곡되어 보였던 카게야마를 아주 순수하게. 그저 한 명의 카게야마 토비오로서 바라봤다. 그 타는 듯이 뜨거운 눈동자, 그 동그란 머리, 자신을 잡아먹을듯이 항상 바라보는 카게야마를 느끼고, 오이카와는 알 수 있었다.


  카게야마 토비오는, 저 당돌한 1학년 꼬마는.
  나, 오이카와 토오루를 좋아하고 있다.


  그렇게 깨닫고 나자,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에게 일종의 흥분을 느꼈다. 저 타는 듯한 눈동자는 오이카와에 대한 열렬한 동경과, 애정 또한 담고 있었다.
  애초에 카게야마의 인생은 배구이니, 그에게 배구를 빼고 사람에 대해서만 논하라고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카게야마가 오이카와의 배구에 반한 거라면.


  카게야마는 오이카와에게 반했다는 뜻이 된다. 등을 훑듯이, 잡아먹을듯이 바라보는 그 눈동자는. 아직 완성되지 않아 한 몸에 안기는 그 작은 몸은. 배구공같이 작은 머리에, 그를 덮는 사락거리는 머리카락은. 자신에 대한 연정으로 괴로워 몸부림 칠 때가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그 조그만 후배에게- 오이카와는 키스할 수밖에 없었다. 작고, 붉은 입술에 마치 잡아먹을 듯한 키스를.






   "으...으응..!"

  동아리 연습이 끝나고 모두가 돌아간 체육관 안에서, 그 조용하고 적막한 가운데서 오직 오이카와의 입술을 받아들이는 카게야마의 신음소리만이 울려퍼졌다.
  입술을 맞닿았을 때 커진 동그란 눈동자 안에, 자신의 호박빛 눈동자만이 가득했을 때. 오이카와는 코로 숨을 뱉으며 후, 웃었다.
  혀를 타고 카게야마의 입안으로 바로 전해진 오이카와의 한숨에 카게야마의 몸이 조금 떨렸다. 자꾸 도망가는 카게야마의 혀를 기어코 잡아서 끌어내고, 이리저리 휘두르고. 마치 생크림같이 부드러운 입 안의 점막을 혀로 간질거리자 눈 앞의 눈동자가 움찔거렸다.

  카게야마의 타는 듯하던 눈동자가, 물에 젖어, 색욕을 띠고, 맞닿은 입술 사이로 말이 되지 못한 한숨이 새어나올 때.

  오이카와는 아랫배 근처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하아..하..아.."


  겨우 떨어진 입술 사이로, 가늘게 이어진 투명한 실이 채 끊어지기도 전에. 카게야마는 거칠게 숨을 골랐다. 까만 눈동자는 긴 속눈썹에 가려져 있었다. 오이카와는 입꼬리를 올리고,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


   "토비오쨩, 나- 좋아하고 있지?"
   "...에...?"


  오이카와의 말에 카게야마는 열에 들뜬 눈동자로 오이카와를 바라봤다. 그 눈동자에 오이카와는 혀로 입술을 가볍게 핥은 뒤, 다시 키스할 듯이 카게야마에게 몸을 밀착했다.
  카게야마가 '아..' 하며 고개를 살짝 틀어 내렸다. 그 몸을 비틀어 뒤로 가려 하지만 벽에 가로막혀 오가지도 못하는 몸이 되었다.


   "좋아하고 있잖아. 그치? 토비오쨩."
   "저...저기, 전 오이카와 선배의 배구는 멋있다고 생각하고... 그치만 좋아한다던가, 그런건 잘 모르겠어서-"


  카게야마의 말에 오이카와는 다시 입꼬리를 올렸다.
  설마했는데, 무의식인건가. 그 타는 듯한 눈동자도, 나에 대한 갈망이 담긴 손 끝도. 이것도 저것도 전부, 무의식에서 나온 나에 대한 욕망인가.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의 타액이 묻어 채 마르지 않은 자신의 입술을 다시 핥았다. 어쩐지, 달콤한 맛이 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겹친 입술. 카게야마는 그 순간, 그때까지 오이카와를 밀어내던 손의 힘을 풀었다. 그저, 파르르 떨리는 손가락으로 오이카와의 티셔츠를 잡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걸 보고 오이카와는- 다시 한 번, 이번엔 더 깊게. 카게야마의 혀를 얽어맸다.





  그 뒤로는 연습이 끝난 체육관 뒤 부실이 오이카와와 카게야마의 장소가 되곤 했다. 평소에도 남아서 연습하곤 했던 두 사람이기에 아무도 그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다. 이와이즈미는 매번 상쾌한 미소로 남는 오이카와에게 뭐라고 말해주고 싶은 표정이었지만- 결국 입술을 깨물며 돌아가곤 했다.


   "왜 피하는 거야? 토비오쨩."
   "...."


  둘이서 부실에 있게 되면, 카게야마는 매번 오이카와를 피해 구석진 곳으로 몸을 당기곤 했다. 오이카와는 그 거리를 좁히며 다가가지만, 더욱 거리를 벌리는 카게야마에게 미간을 좁히고. 결국 그 희고 가는 팔을 끌어 자신의 품에 가뒀다. 품 속에서 카게야마가 팔을 흔들며 바르작거렸지만 오이카와는 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결국 그 몸에서 스르르 힘이 풀리더니, 그 젖은 눈동자가 약간 떨리며 오이카와를 올려다봤다.



  그러니까, 그 눈동자.

  평소에는 곧고, 바르고, 자신을 그저 순수하게 바라보는 그 눈동자가.
  자신에게 안기고, 키스를 하면. 촉촉하게 젖어 눈가에 약간의 물방울을 머금고. 떨리는 속눈썹 아래에서 오이카와에 대한 욕망에 휘둘리는 걸 볼 때면.

  오이카와는 저도 모르게 알 수 없는 전류가 척추를 휘감아 도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오이카와 선배... 왜- 이런.."


  카게야마는 그 눈동자를 거둬 다시 오이카와의 시선을 피했다. 이제 오이카와의 품안에서 카게야마의 하반신은 아주 조금이지만 열을 띠고 있었다.
  그걸 들키고 싶지 않은 것일까, 카게야마는 다리를 슬쩍 오무락거리며 오이카와의 허벅지 사이에서 빠져나가고자 했다.


  왜, 라고?
  오이카와도 의문이었다. 자신은 어째서 카게야마를 범하는 걸까. 여자라면 곤란하지 않을 정도로 있었고, 욕망의 배출구는 굳이 카게야마가 아니어도 된다.
  그런데, 어째서? 오이카와에겐 일종의 장난에 불과한 이 행동에 왜 자신은 이리도 흥분하는 건가. 왜 카게야마의 미완성된 몸을 만지고, 그 몸에 자신의 각인을 새길 때마다- 이리도.

  오이카와는 거기까지 생각하고, 생각을 중단했다. 그리고 후, 가볍게 웃으며 눈꼬리를 내렸다.
  생각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저, 이건. 그래.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의 젖은 눈동자를 가렸다. 가린 자신의 손이, 카게야마의 작은 얼굴을 반정도 덮었다. 그 아래에서 영문을 모르는 입술이 조금 달싹거렸다.



  "이건 모두- 나쁜 꿈이야, 토비오쨩."



  그래. 이건 모두, 하룻 밤의 나쁜 꿈이다. 토비오에게도, 나에게도.



   하룻 밤의, 지독한 악몽이다.








-

이번으로 확실히 알았습니다. 전.. 수위.. 못써요.. 못쓰겠어요...ㅎㅎ...

R-19 쓰시는 분들 정말 대단한거 같은... 으아아아아아 ㅠㅠㅠ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