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카게] 카게야마의 맛은 달다.

* 퍄님이 리퀘해주신 오이카게입니다 u//u

* 제가 사랑니로 한동안 고생해서..카게야마에게도 충치를 만들어줬습니다. 
 

* 리퀘 신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충치?”

 

  킨다이치의 목소리다. 오이카와는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킨다이치와 쿠니미, 그리고 카게야마. 일상의 조합이었다. 평소 킨다이치의 목소리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말이 적은 것은 아니지만, 빨리 찾아온 변성기로 인해 목소리를 크게 내면 모두의 시선을 끈다는 것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또한 그리 큰 목소리는 아니었다. 다만 그 너무나도 의외의 단어에, 오이카와는 그만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킨다이치와 쿠니미가 카게야마에게로 몸을 향해있었다. 체육관 내의 밝은 조명이 쏟아지는 한가운데, 카게야마는 볼을 감싸고 입을 삐죽 내밀고 있었다. 볼을 감싸면서도 절대 배구공을 놓지 않는 게 카게야마다웠다. 오이카와는 서브를 내려치려던 손을 멈추고 카게야마를 바라봤다. 카게야마의 눈동자는, 슬며시 물기를 띄고 상대 없는 원망이 섞여 있었다.

  충치. 몇 년 전 오이카와에게도 큰 두려움의 단어였다. 2년 전, 카게야마와 같은 나이였을 때. 14살의 여름, 오이카와는 충치로 인해 갖은 고생을 하다가 결국 치과에 갔다. 그때의 아픔과 공포를 떠올리면 지금도 조금 몸이 떨리는 게 느껴질 정도로. 그래서일까. 이상하게 오이카와의 마음속에서 저릿하게 검은 감정이 꿈틀거렸다. 이걸 뭐라 부르면 좋을까. 괴롭히고 싶은 마음? 장난치고 싶은 마음? 아니면? 아니면?

  오이카와는 올라가는 입꼬리를 억제하지 못하면서 배구공을 높이 치켜들었다. 타앙. 총소리에 가까운 충격음이 체육관 전체에 울려 퍼졌다. 카게야마의 눈동자가 등 뒤로 꽂히는 것이 느껴졌다. , 느낌이 좋다. 오늘의 서브는.

 

 

✤ ✤ ✤

 

 

   토비오쨩.”

  오이카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카게야마가 착각해서 뒤돌아볼 정도로, 다정한 목소리였다. 오이카와 선배. 상대를 알아챈 카게야마가 이마를 찌푸리며 입에 물고 있던 빨대를 쪼옥 빨았다. 오이카와는 점심, 오후 1240분이면 항상 카게야마가 이곳에 와서 자판기의 우유를 뽑아먹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안뜰을 지날 때면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나선 서브 가르쳐주세요!’하며 귀찮게 하곤 했으니까. 카게야마를 우연히 만나는 것은 항상 오후 1240분 자판기 앞이었다. 오이카와는 천천히 미소 지었다. 여름의 태양은 뜨거웠고, 쏟아지는 햇볕의 칼날 앞에서 카게야마는 차양 하나 없이 서 있었다. 그 검은 머리카락은 햇빛을 모두 끌어안으려는 듯 연하게 빛났다. 그 앞머리는 땀으로 인해 이마에 달라붙어 흐트러져있었다.

 

   충치라며? 아침에 들었어.”

   아직 아니에요. 그냥, 조금 이가 아파서.”

 

  오이카와에게 들킨 것이 쑥스러웠는지 카게야마의 눈가가 사르르 붉어졌다. 미간을 좁히고, 입은 삐죽 내밀고. 시선은 틀어 내린 채. 여느 때의 카게야마였다. 그 입가에 비어져 나온 우유가 희었다. 오이카와는 엷게 땀이 스며든 입가를 가볍게 핥았다. 짠맛이 나야 하는데, 연한 달콤한 맛이 나는 듯했다.

  오이카와는 우유를 다시 쪼옥 빨아들이는 카게야마의 볼을 스치듯 쓰다듬었다. 카게야마는 이미 오이카와의 약간 서늘한 손길이 익숙한지, 눈을 들어 바라볼 뿐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 까만 눈동자에, 쏟아지는 햇빛, 카게야마의 이마 사이로 보이는 투명한 땀방울. 오이카와는 이마 옆에 흐르는 땀이 간지러웠다.

 

   오이카와씨도 충치로 고생한 적이 있어서. 친절한 오이카와씨가 한번 봐줄까?”

   …….”

 

  카게야마의 미간이 더욱 좁아졌다. 올곧게 오이카와를 바라보는 그 눈동자는 의심을 담고 있었다. 내가 언제 토비오쨩을 속인 적이 있다고. 오이카와는 그렇게 말하는 듯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카게야마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더니, 다시 우유를 빨아들였다. 그러더니, 꿀꺽. 그 작은 목젖을 움직였다.

 

   ..어요. 왠지 오이카와 선배한테 봐달라고 하면 더 심해질 거 같아요. 치과 갈래요.”

 

  아직도 의심하는 듯한 발언에 오이카와는 욱, 짜증이 치밀었지만 애써 목 아래로 내리며 다시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다시 손을 들어, 이번에는 엷게 우유가 맺힌 입가를 쓰다듬었다. 오이카와의 흰 손가락에 흰 우유가 묻어 묘한 느낌을 자아냈다. 카게야마는 그 행동을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치과, 갈 거야? 정말? 엄청 아플 텐데?”

   언젠가.”

   그러다 심해지면 어쩌려고? 그냥 보기만 할게. 경험자에게서 배우는 게 빠르잖아?”

 

  배운다는 말은 카게야마를 움찔거리게 했다. 아무리 부탁해도 결코 서브를 가르쳐주지 않던 그가, 그런 말을. 카게야마는 그럼 서브를 가르쳐줄 것이지, 욱하는 마음이 들면서도 슬며시 입을 열었다. 오이카와는 미소 지은 얼굴을 풀지 않으며 엄지손가락으로 아랫입술을 가볍게 눌렀다. 붉은 입술이 눌렸다. 더 벌려봐. 말이 없는 강요가 카게야마의 입술을 휘감았다. 카게야마는 눈을 꼭 감으며 입을 벌렸다. 고르게 난 하얀 치아가 오이카와의 눈앞에 여실히 드러났다. 매끈하고 붉은 혀가 덜덜 떨면서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 혀 위에 놓인 미처 삼키지 못한 우유가 침과 함께 섞여 희고 투명한 빛깔을 띠고 있었다.

 

   , 착하네.”

 

  오이카와는 머리가 저릿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니, 어쩌면 아랫배 근처일지도 몰랐다. 어찌 됐든 감각은 하나로 통해있으니까. 오이카와는, 그래. 흥분하고 있었다. 카게야마의 찡그린 얼굴, 떨리면서도 제대로 벌린 입, 그 안에 엷게 비치는 하얀 액체. 오이카와는 얇은 입술을 다시 한 번 핥았다. 입을 벌리고 있는 것이 힘든지 카게야마의 눈가에 엷게 눈물이 맺혔다. 붉어진 눈가가,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선명했다.

  오이카와는 아랫입술을 누르던 엄지손가락을 움직여 입술 옆에 두었다. 가늘고 긴 검지를 부드럽게 집어넣어 왼쪽 어금니를 느리게 쓸었다. 그 느낌이 생소했는지 카게야마가 눈을 찔끔 감으며 혀에 힘을 주었다.

 

   ...,”

   왼쪽은 괜찮은 것 같네.”

 

  오이카와는 흰 액체가 막을 이루고 있는 볼 점막을 손톱으로 가냘프게 긁었다. 카게야마가 응,.. 목에서 울리는 얇은 신음을 흘린 뒤 눈을 꼬옥 감았다. 결국 얇은 눈방울이 그 붉은 볼을 타고 흘렀다. 오이카와는 저릿해지는 아랫배를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이번에는 중지도 넣어 혀를 느슨하게 쓸었다. 우유가, 오이카와의 긴 손가락에 얽혀 예쁜 빛깔을 띠었다. 머리 위에서 바로 내리쬐는 햇볕이 손가락을 비추고 지나갔다. 검지는 아랫니의 잇몸을 훑고, 중지는 혀 아래의 예민한 살결을 조심스레 만졌다. 연한, 14살의 입안 점막이 오이카와의 손가락을 감쌌다.

 

   , ........하아...”

 

  카게야마는 숨쉬기 괴로운 듯 눈을 찡그리며 말이 되지 않은 말을 내뱉었다. 오이카와 선배. 그리 말하고 싶은 것이리라. 오이카와의 손가락이 카게야마의 마음대로 되게 두질 않았다. 혀를 가볍게 긁고, 그 흰 액체를 치아 여기저기에 묻히고, 오이카와의 엷은 미소는 이제 약간의 욕망을 담고 있었다.

   토비오쨩. 오른쪽여기야? 두 번째 어금니.”

   ........으응....”

 

  카게야마는 눈물방울을 떨어뜨리며 고개를 연신 끄덕거렸다. 그에 따라 오이카와의 손가락이 혀에 닿았다,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그때마다 이제는 꽤 배어 나온 침이 오이카와의 손가락을 더욱 옭아맸다. 오이카와는 중지로 천천히 두 번째 어금니를 만졌다. 그 아래 잇몸이 슬며시 부어올라 있었다. 부은 잇몸을, 서서히. 중지로 매만지면서 동시에 검지로 혀 천장을 가볍게 긁었다. 카게야마는 순간 몸을 크게 떨며 눈동자를 크게 떴다. 그 까만 눈동자 안에 당황만이 가득했다. 그리고 동시에, 약간 다른 빛이 섞인 것도 오이카와는 놓치지 않았다.

 

  . 좋아, 심하진 않네. 치과 가면 금방 치료받을 수 있을 거야.”

 

  오이카와는 손가락의 움직임을 멈추고, 그리도 붙어있던 손을 뗐다. 손가락에서 미처 떨어지지 못한 침이 고리를 이루어 햇빛 아래에서 반짝거렸다. 흰 우유는 이미 녹은 지 오래였다. 카게야마는 오이카와가 빠져나간 뒤에도 입을 다물지 못한 채 하악대는 숨을 고르는 게 최선이었다. 붉은 눈가에서 눈물방울이 한 번 더 떨어졌다. 그 까만 눈동자 위의 땀이, 이마를 따라 흐르고 있었다. 촉촉한 입가에선 앞서 고리를 이루었던 침이 묻어 투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젖어있는 눈동자. 오이카와는 다시 아랫배 근처가 지끈거리는 걸 느꼈다. 비릿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의 맛이 나는 손가락을 끌어올려할짝. 아까까지 얇은 입술을 핥던 혀로 느릿하게 핥았다.

 

  달콤한 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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