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금 다른 방식으로 쓰고 싶어서 시작한 글. 하지만 여전히 지루함 주의만...

* 키타이치 시절의 오이카와랑 카게야마입니다.









연애를 가르쳐 주세요.


 

 


 

지독한 겨울이었다. 아프고 아파서 눈을 뜰 수조차 없는. 조그만 볼 안을 맴돌고 나간 바람은 지독히도 차가웠다. 카게야마는 눈을 감았다. 파르르 떨리는 눈가가 아팠다. 이곳저곳이 아팠다. 후우 내뱉는 한숨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추워?” 근처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서, 눈을 돌렸다. 습관과도 같았다. 그에게로 몸을 돌리고, 눈을 맞추고, 한번 깜빡. 그림으로 그린 듯한 얼굴이 그곳에 있었다. 그도 습관인 걸까, 저런 표정을 짓는 건. 진득하니 녹아내린 설탕이 그의 얼굴 여기저기에 흩뿌려져 있었다. “아니요.” 고개를 도리질 쳤다. 오이카와는 짙은 남색의 코트를 입고 있었다. 목덜미에 두른 목도리의 색이 썩 예뻤다. 올리브색, 이라고 하나. 저런 걸. 카게야마는 제 목에 둘린 검은색 목도리를 바라봤다. 카게야마가 내쉰 입김을 한번 바라본 뒤, 오이카와가 손을 잡았다. 꺼끌거리는 손바닥. 오늘도 이 손에서 몇 번이고 그림 같은 서브가 쏟아져 나왔다. 살며시, 마주 잡으면. 오이카와는 저 달과 같이 눈을 굽혔다. 차갑네. 중얼거리는 소리가 낮게 깔렸다.

 

모르고 시작한 연애는 힘겨웠다. 좋아한다, 사랑한다는 감정의 정의도 제대로 모르는 시절이었다. 그 감정을 뭐라고 불러야 될지 고민이 될 즈음, 오이카와가 말했다. “토비오쨩, 나랑 연애할래?” 연애가 뭐에요? 묻는 나에게 오이카와씨는 그저 웃어 보였다.

연애? 연애는 있잖아

 

무슨 생각해?” 눈을 들어 앞을 봤다. 오이카와가 바로 앞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있잖아, . 무슨 생각하고 있어? 찌릿하게 등을 훑는 듯한 시선. 말끔하게 올라간 입꼬리가 저를 비웃는 듯했다. 오이카와씨를 눈앞에 두고. 카게야마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시선을 틀었다. 어두운 길 가운데에 비친 가로등 불빛이 약했다. 빛이 바람에 서서히 흔들거렸다. 그만하세요.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기어코 내뱉지 못했다. 그러니까, 그만하세요. “그렇게 다가오는 거.” 결국 완성되지 않은 말이 되어버렸다. ? 오이카와는 목울대를 울리며 소리를 냈다. 어떻게 저런 목소리를 내는 걸까. 귀가 녹아버릴지도 몰랐다. 시리고, 아픈 귀가 그대로 얼어서 떨어져서. 오이카와의 목소리로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눈앞에서 녹는 귀를 바라보면 카게야마는 무슨 생각이 들까. 그 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할까. 오이카와의 목소리로 녹는다면, 그렇다면. 오이카와에게 잡힌 손이 아직도 차가웠다. “손잡고 있는 거 싫어?” 오이카와가 눈가를 찡그리며 웃었다. 밤이 그의 눈에 녹아있었다. 입김을 내뱉는 입술이, 보드라워 보여서. 카게야마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오늘로 두 번째였다. 머릿속에선 아뇨, 라는 말이 맴도는데. 정작 나오는 건 고갯짓뿐이었다. 그 대신 손을 꽉 맞잡았다. 오이카와와 손을 잡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안 그래도 쪼그라든 폐에 차가운 공기를 한껏 들이마셔, . 천천히 내뱉었다.

 

토비오쨩. 우리 연애한 지 벌써 한 달이네.” 오이카와는 몸을 다시 되돌리더니 앞서 걸어나갔다. 그의 손에 이끌리듯 카게야마가 몸을 움직였다. 타박, 타박. 아직 녹지 않은 눈이 길 끝에 놓여있는 좁은 길가는, 오이카와와 카게야마가 붙을 만한 너비였다. 어깨에 닿은 오이카와의 단단한 팔. 옆모습조차도 다시 보게 만드는 사람. 진한 홍차 빛의 눈동자에는 카게야마가 아직 모르는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저 시선 끝에 있는 건 무엇일까. 카게야마는 가로등 불빛이 부서지는 한가운데서 그런 것만 생각했다. “한 달, 이네요.” 그 말을 나지막이 따라 한 자신의 목소리가 낯설었다. 찬 바람에 몇 번이고 한 심호흡 때문일까. 떨리는 목소리가 힘겨웠다. 오이카와가 낮게 웃었다. 묘한 웃음소리였다. 카게야마와 둘이 있을 때만 내던 그의 목소리. 뱃속을 훑는 감각에 카게야마는 인상을 찌푸렸다. “한 달 해보니까 어때?” “연애요?” “. 어땠어? 오이카와씨랑 보낸 한 달.” “, 모르겠어요.” “연애를?” “…….” 카게야마는 숨을 참았다. 거리에는 두 사람의 발걸음 소리만 울려 퍼졌다. 연애를. 모르겠어요. 오이카와씨와의 연애를.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의 손을 꾸욱 잡았다. 저릿하게 퍼지는 아픔에 읏, 약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눈앞에 보이는 건 달 뿐인데. 밤이 길었다. 아플 정도로 길었다. 밤이면,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의 몸을 뱀처럼 타고 올라왔다. 그 목소리로, 눈길로, 손으로, 달콤하게 끌어안는 몸으로. 오이카와가 손을 끌어당겨서 카게야마는 그 몸에 폭 안겼다. 오이카와에게 안긴 카게야마의 몸이 떨렸다. 오이카와에게 안기는 감각은 푸근하면서도 싸늘했다. 그 긴 팔이 카게야마의 등을 낚아채듯 감싸 안았다. 눈앞에는 오이카와의 남색 코트뿐이었다. 눌린 팔 안에서 숨이 막혀왔다. 시야가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아서. 카게야마는 그냥 눈을 감았다. “토비오쨩. 나 좋아해?” “아시잖아요.” “. 알면서 묻는 거야.” “좋아, 해요. 잘 모르겠지만. 좋아해요.” “뭐야, 그거?” “좋아해요.”

좋아해요. 좋아하고 있어요. 그렇게 말할 때마다 제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었다. 오이카와에게 낚아채여서, 갈고리로 뜯기듯이. 오이카와는 몇 번이고 물어봤다. 귓속으로 흘러들어오는 물과 같이, 졸졸졸 흘러 넣었다. 나 좋아해, 토비오쨩? 그 말을 들으면 온몸이 움직일 수 없다는 걸 아는데도. 카게야마는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눈을 감고, 오이카와가 끌어당기는 대로. 좋아해?

 

. 나도, 좋아해. 좋아하고 있어, 토비오쨩.” “거짓말하지 마세요.” “우와, 너무한다. 오이카와씨 의심하는 거야?” “믿는다고 해도, 거짓말이니까요. 거짓말은 믿기 싫어요. 믿어봤자 거짓말이잖아요. 서브 알려주겠다는 오이카와씨 말처럼.” “으응오이카와씨 거짓말은 안 하는데? 항상 진심이야. 서브는 알려주지 않을 거니까 싫다고 말하는 거고, 좋아하니까 좋아한다고 말하고.” 졸졸졸 흘러들어오는 말의 물방울은 귀 안을 가득 메웠다. , 알고 있어요. 오이카와씨가 거짓말 잘한다는 거. 쿠니미한테 캐러멜 사탕 사준다고 해놓고 우유빵 사주고, 이와이즈미씨한테 안 한다고 말해놓고 사귀지도 않는 여자 선배랑 키스하고. 저랑 연애한다고 해놓고, 저를 먹어버릴 생각만 하고 있는 거. 다 알고 있어요. 사실 저는 다 알고 있어요. 거짓말은 믿지 않거든요. 카게야마는 고개를 도릿짓했다. 이번으로 세 번째였다.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의 정수리에 턱을 두었다. 무거워진 머리에 카게야마가 삐죽 입을 내밀었다. “나 이렇게 신뢰가 없었어? 토비오쨩, 나 좋아한다면서 안 믿어주고. 오이카와씨 서운한데?” “믿는 거랑 좋아하는 건 다르잖아요. 좋아하지만 오이카와씨 말은 믿을 수 없어요. 그것뿐이에요.” “나 좋아해? 토비오쨩.” “왜 자꾸 물어봐요. 좋아한다니까요?” “나랑 하는 연애, 좋아?” “모르겠어요.”

 

오이카와와 하는 연애부터가 이해할 수 없었다. 한 달, 애초에 얘기했던 것은 한 달 뿐이었다. 우리 한 달만 연애해볼까? 그 한 달이 지나면 뭐가 있는 걸까. 자신에게 짜증만 내던 오이카와가 눈에 띄게 상냥해진 것은 연애하기로 한 때부터였다. 토비오쨩, 다정한 오이카와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귀를 의심할 정도의 달콤한 목소리. 설탕을 졸이면 그런 목소리가 만들어지는 걸까. 정성스레 모양이 예쁜 각설탕만 골라서, 몇 시간이고 졸인 시럽의 맛. 한 달이 지나면, 한 달이 지나면. 카게야마는 매일 밤 그것만을 생각했다. 왜 한 달일까? 한 달이 지나면 더는 오이카와씨의 그런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걸까? 한 달이 지나면오이카와는 더는 카게야마를 사랑하지 않는 걸까.

 

 

✤ ✤ ✤

 

 

카게야마, 이거. 네 거지?” 이름이 불려서 고개를 돌린 곳에는 쿠니미가 있었다. 그 손에 들린 검은색 목도리가 낯익었다. 이미 많은 부원이 옷을 갈아입고 나간 한적한 부실에서, 손이 느려서 여태 나가지 못한 카게야마에게 쿠니미가 말했다. “저기 떨어져 있던데.” 쿠니미의 손이 오이카와의 사물함 근처를 가리켰다. 카게야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었다. 전날 오이카와가 멋대로 뺏어간 목도리였다. 카게야마의 집 앞에서 헤어질 때. 오이카와가 씨익 웃으면서. 여기까지 데려다줬으니까, 오이카와씨한테 상 하나만 줘. 카게야마의 붉어진 귀를 손가락으로 살살 매만지면서, 오이카와는 속삭였다. 달콤한 감각이 카게야마의 머릿속에 퍼졌다. 앗 하는 사이에 목덜미는 생경한 바람으로 뒤덮였다. 다 지나지 않은 겨울의 알싸함이 뒷목까지 덮쳤다. 그 감각이 되살아나는 느낌에 카게야마는 뒷덜미를 매만졌다. 쿠니미가 뭐하냐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끄덕, 카게야마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인 뒤 손을 뻗었다. 쿠니미에게서 건네받은 목도리는 차가웠다.

고마워.” “오이카와 선배랑 요즘 뭐 하고 지내는 거야?” “?” “요즘 묘하게 잘 지내잖아. 특히 둘만 있을 때.” “…….” 쿠니미는 카게야마가 목도리를 잡은 후에도 손을 놓지 않았다. 목도리를 따라서 카게야마의 무언가가 쿠니미에게로 옮겨가는 것 같았다. 카게야마는 질끈 눈을 감고 싶었다. “무슨 얘기라도 들었어?” “아니, 그런 거 아니야.” 쿠니미는 눈을 가늘게 떴다. 정적. 조용해진 부실. 이미 쿠니미와 카게야마를 빼곤 모두 돌아간 후였다. 킨다이치가 밖에서 쿠니미를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카게야마는, 오이카와와 돌아가는 것이 요즘의 기정사실이었으니까. 쿠니미와 킨다이치는 카게야마를 기다리지 않았다. 요즈음 카게야마의 옆에는 항상 오이카와가 있었다. 그것도 한 달째였다. 카게야마는 오이카와가 한 달, 연애해볼까. 했을 때부터 날을 세었다. 어째서일까. 그저 매일 아침 일어나면 오늘로 며칠째. 저절로 계산이 됐다. 그것이 오늘로 꼭 한 달이었다. 오늘,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한 달 전만 같았다. “그래. 알았어.” 쿠니미는 카게야마의 목도리에서 손을 놓았다. 쿠니미의 손이 떨어진 목도리가 무거웠다. “내일 보자.” “. 내일 봐.” 아무렇지 않은 일상의 대화를 나누고, 쿠니미는 부실을 나갔다. 덜컥, 문고리 소리가 유난히 울렸다. 귀 안에서 울렸다. 오이카와의 달콤한 물방울로 가득 찼던 귀는 어느새 말라버려서. 얼어버릴 것만 같았다. 바람이 불고, 시린 공기 속에서 얼어서 떨어지면. 오이카와는 그 귀에 속삭여줄까. 귀를 녹여줄까. 형태도 사라질 정도로, 달콤한 시럽으로 녹여줄까. 카게야마는 목도리를 둘렀다. 귀까지 덮이게 꼭꼭 싸매고, 그 목도리에 고개를 묻었다. 오이카와의 냄새. 오이카와의 품 안에서 나던 냄새가 카게야마를 채웠다. 좋아해요, 오이카와씨. 좋아해요. 말하면 말할수록 떨어져 나가는 귀가 아픈데. 또 말하지 않고는 못 버티니까. 카게야마는 눈을 꼬옥 감고, 다시 뜨고. 몸을 움직였다. 밖에서 오이카와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는 카게야마를 기다리지 않는 오이카와가.

 

 

✤ ✤ ✤

 

 

체육관 밖은 한산했다. 오후 연습이 끝나고, 손이 느린 카게야마가 나오면 항상 이랬다. 겨울이 지나고 있었다. 동아리 홍보지가 벽에서 바람결에 파라락 흔들렸다. 목도리 사이로 바람이 새어 들어왔다. 카게야마는 후, 엷은 한숨을 내쉬었다. 흘러내린 가방을 다시 고쳐매고, 목도리를 여미고, 발을 내디뎠다. 체육관 근처, 교사(校舍)에서는 또 떨어진 곳이 한곳 있었다. 크게 자란 고목(古木) 아래가 그곳이었다. 키타이치 중이 자랑하는 그 나무는 500년도 더 됐다고 하던데. 카게야마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정확한 숫자는 쥐약이었다. 오이카와와 연애한 한 달은, 그렇게도 잊히지 않았는데. 여름에는 꽤 장관이 펼쳐지는 그 나무 아래는 여자 선배들이 좋아하는 공간이었다. 큰 잎이 그늘을 만들고, 햇볕에게서도. 사람들에게서도 많은 것을 가려주었다. 결국에는 다 보이는데도, 여자 선배들은 뭐만 하면 그렇게 그곳을 찾아갔다. 겨울이어서, 잎이 모두 사라진 가지 아래는 오늘도 여전히. 그 옆을 지나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오이카와였다. 오이카와의 눈동자가 카게야마를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 보는 여자 선배였다. 이와이즈미가 언젠가 했던 말이, 카게야마의 귀에 떨어졌다. “바보카와, 너 아무 여자하고나 키스하고 다니지 마.” “어어? 이와쨩 혹시 봤어? 몰래 훔쳐보다니 변태!” “보이는 걸 어떡하라고. 여기저기 이상한 짓하고 다니지 마.” “으응알았어. 슬프지만!”

거짓말쟁이. 오이카와는 거짓말쟁이였다. 거짓말은 믿지 않았다. 믿어봤자 진실이 되지 않으니까. 아무리 믿고 싶어도, 진실이 되길 원해도, 한 달을 믿어도 거짓말이니까. 카게야마는 알고 있었다. 알고 있어요, 오이카와씨. 오이카와의 눈이 달과 같이 휘었다. 오이카와는 미소 짓고 있었다. 카게야마는, 모르는 여자 선배와 고목 아래에서 키스하고 있는 오이카와를. 그저 바닥을 보면서 지나갔다. 귀가 시렸다. 떨어질 것만 같았다. 떨어져서, 툭 하고 떨어져서. 오이카와가 녹여주지 않는다면, 그대로 썩어버릴 텐데.

 

 

✤ ✤ ✤

 

 

토비오쨩.” 뒤쪽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렸다. 습관이었다. 그에게로 고개를 돌리고, 눈을 한번 깜빡. 오이카와가 그림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코트는 두르지 않고, 목덜미에 덮여있는 올리브색 목도리는 흐트러져있었다. 거리의 가로등 불빛이 하나둘 켜지는 시간이었다. 정갈하게 자리 잡은 코를 한번 훔치더니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에게 다가왔다. 오이카와가 다가올 때마다 바람이 불어서 카게야마는 눈을 한번 감았다. 다시 떴을 때 오이카와는 카게야마를 폭 안았다. 눈앞에 오이카와의 셔츠만이 보였다. 가만히 숨을 쉬면 오이카와의 냄새. “오늘, 한 달째잖아.” “.” “그러니까 이제 연애 끝. 그렇지?” “.” “있지, 이제는 알 것 같아? 연애.” “…….”

연애. 연애인 걸까. 이런 게 연애인 걸까. 카게야마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 토비오쨩. 오이카와가 속삭이는 목소리가 머리끝에서 퍼졌다. 밤이 되면 또, 오이카와가 카게야마의 몸을 감아온다. 발끝에서 시작해서, , 가슴, 귓속까지. 이게 연애인 걸까. “연애는, 이상한 거 같아요.” “이상해?” “. 오이카와씨랑 하는 연애는, 이상해요.” “흐음. 그게 토비오쨩의 결론이야?” “그럼 오이카와씨는 어떠신데요?” “연애?” “. 오이카와씨의 연애는 어떠신데요.” 오이카와는 푸핫, 거칠게 부는 바람과 같이 웃더니 카게야마의 몸을 떼어냈다. 갑작스레 들이닥친 거친 손길에 카게야마의 몸이 조금 흔들거렸다. 눈을 뜨고 오이카와를 바라보면. 어둑해지기 시작한 저녁 속으로 오이카와의 미소가 녹아들었다. 있잖아, 토비오쨩. 연애는그 입이 예쁘게 움직였다. 아까 여자 선배가 닿았던, 그 입술. 예쁜 분홍빛 입술이 카게야마의 눈앞에서 움직였다.

연애는 중독이야.” 중독. “하면 할수록 빠져들거든. 연애 자체에.” “대상이 누구든 상관없어. 연애 자체에 사랑을 하는 거야. 연애 자체는 좋아할 수 있거든.” 대상은 상관없이. “그러니까, 있지. 토비오쨩. 나랑 연애할래?” 오이카와는 슬며시 카게야마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바람에 차가워졌던 카게야마의 이마가 순식간에 열이 올랐다. 그것을 보고 오이카와는 느릿하게 웃어보였다. 당신의 입술은 독이었다. 내 몸을 옭아매고, 저 깊은 곳까지 떨어뜨리면서. 이곳도 저곳도 모두 녹아버려. 당신의 목소리는 독이었다.

한 달만 저를 사랑해주시는 건가요.” “한 달만 너를 바라보는 거야. 그리고 또 한 달, 또 한 달. 연애는 중독이니까, 하다 보면 토비오쨩과의 연애에만 빠져들지도 몰라.” “그러니까 오이카와씨는 거짓말쟁이인 거에요.” “? 너무하네. 오이카와씨는 항상 진실만 말한다니까? 진짜야.” “거짓말쟁이.”

카게야마는 오이카와의 몸에 안겼다. 그 팔을 돌려 그의 등을 감싸 안았다. 차가운 교복끼리 닿았다. 밤이 내리깔렸다. 오이카와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울렸다. “좋아해, 토비오쨩.” , 떨어졌다. 귀가 떨어졌다. “나도 좋아해요, 오이카와씨.” 몸의 살점이 떨어져 나갔다. 오이카와의 손톱에 긁혀서, 미소에 긁혀서 오늘도.

적어도 카게야마의 몸이 모두 사라지기 전까진 할 수 있는 연애였다. 이렇게 또 한 달, 카게야마는 오이카와에게 녹아내려 간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