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없는 세계

 

 

 

가끔 생각해요. 당신이 없는 세계를.

그러면, 항상.

울 것 같은 기분이 되어버리니까.

금방 생각을 멈춰버리곤 해요.

 

 

 

 

 

 

 

 


오이카와 선배가 사라졌다.

 

 

 

사라졌다는 말은 어딘가 왜곡되어 있다. 사람이 어떻게 땅으로 가라앉거나 하늘로 솟을 수 있을까. ‘어딘가에 있다라는 말은 쓸 수 있어도 사라졌다라는 말은 쓸 수 없다는 것이 카게야마의 생각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사라졌다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카게야마는 언제나 조금은 말에 대해 망설였으므로, 이번에도 제대로 표현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처음 오이카와가 사라진 걸 알았을 때 망설였던 마음 그대로 그는 말하기 전, 매번 망설였다. 뭐라고 해야 옳은 걸까. 오이카와 선배가 그저, 그저. 옆에 없다는 사실을. 그래서 그는 타인의 말을 빌렸다. 카게야마에게 그 사실을 알려준 타인의 말을.

그 자식, 사라졌어.”

이와이즈미 하지메는 돌을 씹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낮의 역 앞 카페는 붐비고 있었다. 점심시간을 맞아 간단한 브런치를 먹으러 온 직장인들과 주중 데이트를 즐기러 나온 커플들로 꽉 들어찼다. 그날은 날이 좋았다. 선명한 태양이 2월 중반의 차가운 바람을 슬쩍 잠재우고, 구름조각이 그저 밝게 빛나는 태양을 커튼 치듯 드리우고 있었다. 카게야마는 무슨 말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앞서 말했듯 그는 사라졌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그런데도 어쩐지 싸한 느낌이 들었다. 카게야마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앞에 놓인 포크 카레를 휘적거리던 젓가락을 조용히 내려놓았다.

 

사라..졌다고요?”

그래. 깨끗이. 말 그대로 자국 하나 남김없이.”

 

오이카와와 동거를 시작했던 아파트에, 오이카와가 돌아오지 않게 된 지 3일이 지나 있었다. 오이카와 토오루는 바람과 같은 남자였다. 어느 날 훌쩍 사라져 며칠 동안 돌아오지 않는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카게야마는 조금의 불안함과 허전함으로 잠을 설치곤 했다. 혼자인 밤, 침대에 누워 그저 뒤척거리다 아침을 맞는 날도 있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매번 제대로, 아파트로 돌아오는 오이카와에게 카게야마는 어느새 적응되어 있었다. 돌아오는 시간이 언제인지는 몰랐다. 낮일 때도 있었고, 새벽녘일 때도 있었고, 한밤중일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오이카와는. 항상 아파트로 돌아왔다. 카게야마가 있고, 자신이 누울 자리가 있는 침대로.

카게야마는 오이카와가 돌아오는 날이면 그때까지 겪었던 무수한 밤의 쓰라림을 잊곤 했다. 그는 돌아오는 날은 다정했다. 아니, 오이카와는 항상 다정했다. 그런데도 카게야마는 그가 돌아오는 날에는 특히 다정한 느낌이 들었다. 카게야마의 애틋함 때문이었을까. 어찌 됐든 카게야마는 이제 그가 훌쩍 사라지는 것에 더는 놀라지 않았다. 그는 제대로 돌아올 테니까. 오이카와 토오루는 제 성에 차면 돌아와서, 카게야마를 안고, 부드럽게 키스하며 다녀왔어라고 할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오이카와가 사라지는 것은 문제 되지 않았다. 오이카와가 옆에 있어준다는, 언제나 절대적인 진리만으로 충분했다. 카게야마에게는 오직 그것만이 중요했다.

그러니까, 이번도. 분명 제 성에 차면 어느샌가 돌아와서, 자고 있는 카게야마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줄 것이다. 카게야마는 오이카와가 없는 3일의 밤을 보내며 멍하니 그렇게 생각했다.

 

이와이즈미는 자신을 곧게 바라보는 카게야마를 슬쩍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이와이즈미는 걱정하고 있었다. 오이카와가 없는 카게야마를. 카게야마가 없는 오이카와를.

 

소속 팀 감독이랑 코치한테도 미리 말해뒀더라. 팀원들에겐 몰래, 얼마간 활동을 중지하겠다고. 감독이 그 기간은 어느 정도냐고 물었더니 글쎄요라고만. 정말이지, 그 바보는 아무리 나이가 차도 철이 안 든다니까.”

 

고등학교 때 시작한 둘의 관계는 어느새 차곡차곡 쌓여, 오이카와 27세 카게야마 25세를 맞이하고 있었다. 이럭저럭 8년이다. 더 이상은 어린애처럼 훌쩍 모험을 떠날 나이가 아니기도 했다. 카게야마는 이와이즈미를 바라보던 눈길을 거둬 거리로 돌렸다.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카게야마의 옆에 오이카와가 없어도 세상은 바쁘게 움직일 뿐이었다.

 

저도, 연락이 안 된 지 3일째에요. 그저 항상 있는 방랑벽이 도졌다고 생각했는데, 팀원도 모두 어디 갔는지 모르더라고요. 항상 조금은 여지를 남겨두는 사람이었는데. 쪽지라던가, 주변 사람들에게 넌지시 말해두던가, 아니면 조그만 사진 한 장이라도. 그런데 이번은. 아무것도 없었어요.”

 

카게야마는 말하면서도, 아무것도 없단 걸 알았을 때의 소름이 몰려드는 것 같아 몸을 작게 떨었다. 여지를 남겨두는 남자.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에게 그런 남자였다. LA로 갈 때는 LA의 야경사진을, 홍콩으로 갈 때는 팀원에게 잔뜩 쇼핑하고 올 거야라고 말하고. 카게야마는 어느새 익숙해지곤 했다. 오이카와가 주는 여지에. 행방의 조각에. 그래서, 더욱. 아무리 뒤져도 나오지 않았던 조각에 심장이 두근거릴 때였다. 이와이즈미에게서 먼저 연락이 왔다.

바보카와 어딨는지 혹시 알고 있어?”

 

일단, 오이카와 이름으로 된 신용카드 내용을 확인해봤어. 그런데 아무것도, 기차표 하나 안 긁었더라. 철저하게. 무슨 돈으로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진짜 한 대 때려주고 싶네.”

짚이는 곳에 연락해보고, 찾아다녀 봐도 없어요. 어디에도, 없어요. 그냥 정말로이와이즈미 선배 말대로 사라진것 같은. 사라진 걸까요, 오이카와 선배는.”

일단 나도 전력으로 찾아보고 있어. 너도 너무 고생하진 말고, 천천히 찾아보자. 분명 그 바보 자식은 어디선가 농땡이 피우고 있을 게 분명하니까.”

말 되네요.”

 

 

* *

 

 

피곤한 날이었다. 낮에 이와이즈미를 만나고, 그 후로 다시 돌아가 오후 연습을 마치고. 언제나 가보던 대로 오이카와가 자주 가는 카페, 술집을 모두 들렀지만. 오늘도 허탕이었다. 카게야마는 한숨이 되지 못한 입김을 뱉으며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파트 내부는 쌀랑했다. 차가운 내부 공기가 카게야마의 이미 식어버린 볼을 다시 한 번 건드리고 지나갔다. 차가웠다. 그 공기가. 차가웠다, 오이카와가 없는 방이. 오이카와의 살결을 느끼고, 체온을 나눈 지 3일이 지나있었다. 이전에는 오이카와가 아무리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아도 차갑지 않았다.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믿었으니까. 아무것도 없는 조각이, 이제 그가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목마름을 자꾸만 채워 넣고 있었다.

 

어디로 갔냐고요멍청이.”

 

카게야마는 유일하게 자주 내뱉는 욕설을 중얼거렸다. 아파트 신발장에 주저앉아, 팔을 돌려 무릎을 감싸고 얼굴을 묻었다.

사라져버릴 것만 같아. 당신이. 그저 3일 보지 않았는데도, 그 얼굴을 잊을 것만 같아. 내 기억 속 당신의 실체를 보고, 만지고, 키스하고 싶은데. 왜 당신은 내 기억 속에서만 숨 쉬고 있는지. 기억이라는 주머니가 저도 모르게 해져서, 전부 빠져나가 버릴까봐. ‘오이카와 토오루라는 존재가 더 이상 자신의 기억 속에도 존재하지 못할까 봐. 카게야마는 두려웠다. 오직 그것만이 두려웠다.

 

 

 





 

 

그 날은 오이카와가 사라진 지 일주일이 되는 날이었다.

 

어디에도 없었다. 오이카와는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매일 아침 함께 트레이닝을 할 때 가끔 들렀던 24시 카페도, 주말 저녁 함께 마셨던 술집도. 오이카와의 흔적은 없었다. 이미 세상은, 너무도 빠르게 그가 없는 풍경에 익숙해져 있었다. 카게야마는 그날 밤잠을 설쳤다. 오이카와가 없는 침대가 그날따라 유난히 삐걱거렸다. 끼익, 끼익. 침대는 낡은 스프링 소리를 냈다. 카게야마는 슬며시 볼을 매만졌다. 차가웠다. 오이카와는 손이 따뜻한 사람이었다.

 

다녀왔어, 토비오.’

역시 토비오 옆이 제일 좋아. 제일, 따뜻해. 기분 좋아.’

 

아직도 그 목소리가 이렇게 선명한데. 어느새 당신이 없는 세계는 흐려지고 있었다. 당신과 트레이닝하던 길에서 자주 만났던 강아지도, 항상 장을 보곤 했던 슈퍼의 판매원도. 모두 카게야마를 그저 지나쳐갈 뿐이었다. 말주변이 없는 카게야마와 달리 매번 안녕하세요하며 밝게 인사하는 당신이 없는 세상은 그저, 그저 색이 바래고 있었다.

카게야마는 오이카와가 없는 빈자리를 매만지다가, 꼬옥 눈을 감았다. 보고 싶지 않았다. 유달리 찬 볼을 덮고자, 이불을 잔뜩 끌어올려 머리까지 덮었다. 이불 밖으로 나온 카게야마의 검은 머리가 힘없이 늘어져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샌가 살풋, 잠이 들었다.

 

 

* *

 

 

꿈을 꿨다. 이와이즈미와 함께 왔던 카페였다. 그 날과 같이 선명한 태양이 거리를 비추고 있었다. 태양이 높게 뜬 거로 봐서 오후 2시쯤인 것 같았다. 날은 2월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따뜻했고, 카페 내의 모든 사람이 웃고 떠들고 있었다. 주말인 걸까, 사람이 많이도 붐볐다. 카게야마는 이와이즈미와 앉았던 테라스에 앉아있었다. 자신의 앞에는 포크 카레, 반대편에는 커피 한잔이 놓여있었다.

무슨 꿈인 걸까. 꿈이란 걸 알고 꾸는 꿈, 자각몽이라고 하던가. 카게야마는 언젠가 스가와라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스가와라는 자각몽을 많이 꾼다고 했었다. 자각몽의 좋은 점은, 꿈인 걸 알고 있으니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점이라고. 카게야마는 평소 꿈을 자주 꾸지 않는 편이었다. 그래서 꿈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좋은 점인지 아닌지는 몰랐다. 그래도 오랜만에 느끼는 따스한 주말 날씨는 기분 좋았다. 요즘 매일 추웠으니까. 카게야마는 눈을 감고 눈가에 퍼지는 기분 좋은 노곤함을 받아들였다.

 

뭐야? 중요한 거래처라더니웬 꼬맹이야?”

 

번쩍. 엄청난 기세로 눈이 떠졌다. 기억 속에서만 들렸던 목소리였다. 언제나 다정하게 이름을 부르던 목소리였다. 오이카와의, 오이카와의 목소리였다.

오이카와, 선배?”

 

눈앞에는 오이카와가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블랙 수트를 입고 앉아있었다. 그는 더운 건지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 헤치며 머리를 헤집어 넘겼다. 하얀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투명했다. 이렇게 따스한 날이다. 저 옷으로 안 더운 게 이상하다. 저런 정장 차림은 처음 보지만 몇 번이고 눈에 담고 싶을 정도로 잘 어울렸다. 갑갑한 걸 싫어하는 오이카와는 항상 가벼운 티셔츠를 선호했으니까. 아니, 지금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카게야마는 눈을 부릅떴다.

 

선배? 난 너 같은 후배 둔 적 없는데? 이름은 어떻게 알아?”

 

오이카와는 커피를 조심스레 홀짝이더니 카게야마를 흘겨봤다. 날카로운 눈동자는 오랜만이었다. 오이카와는 다정한 눈동자로 카게야마를 바라봤었다. 그의 이런 눈동자는 중학교 이후로 처음이었다. 걷어붙인 소매 사이로 드러난 팔이 단단했다.

저기, 에요. 카게야마 토비오. 저기

 

오이카와는 새로운 장난에 취미를 들인 걸지도 몰랐다. 가끔 이상한 설정을 즐기는 사람이었으니까. ‘지금부터 토비오는 학생이고, 난 선생이야이런 것 등등. 이와이즈미는 변태 같은 장난이라며 혀를 찼지만, 자신은 그렇게 싫지 않았다. 오이카와의 새로운 면모를 알게 되는 때도 있었다. 그러니 이번에도. 그런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처음 만나는 사람인 척하기, 뭐 그런.

 

카게야마 토비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난 오이카와 토오루입니다만? 근데 전혀 모르겠는데. 너 같은 후배가 있었나?”

오이카와는 눈동자를 가늘게 떴다. 아까보다 더욱 날카로워진 눈동자가, 이것이 설정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순식간에 카게야마의 몸이 식었다. 스가와라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자각몽이라고, 자신이 꿈이라는 걸 알고 꾸는 꿈이 있어.’

 

그랬었다. 자신은 꿈을 꾸고 있었다. 무엇을 기대했을까. 카게야마는 쓴웃음을 지었다. 눈앞의 포크 카레에서 김이 오르고 있었다. 이렇게나, 명확한데. 무엇하나 손에 잡힐 것만 같은데, 눈앞의 오이카와는 꿈이었다.

날이 따뜻했다. 카게야마는 마음을 고쳤다. 이 사람은 오이카와 선배가 아니다. 그래도 좋다. 얘기만이라도 하고 싶다. 그 목소리만이라도 새기고 싶다. 더는 기억의 조각이 흩어지지 않게

 

처음뵙겠습니다. 카게야마 토비오라고 합니다. 저기괜찮다면 얘기를 해도 좋을까요.”

…….”

 

오이카와는 대답이 없었다. 아까 헤집었던 머리는 어느새 정돈되어 있었다. 팔짱을 낀 손의 손가락이 탁탁, 그 단단한 팔뚝을 건드렸다. 그 눈동자가 카게야마를 평가하듯 위아래로 움직였다. 불쾌한 사람. 오이카와가 아니었다면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카게야마는 알고 있었다. 그는 이런 사람이었다. 이윽고 그의 눈이 한번 감겼다가, 다시 떴다. 오이카와는 미소 짓고 있었다.

 

좋아. 재밌을 것 같으니까. 난 오이카와 토오루. 27살에 HQ 증권회사에 다니고 있어. 참고로 너에 대해서는나도 한 마디 밖에 못하겠네. 처음 뵙겠습니다.”

 

27, 증권회사. 눈앞의 오이카와, 꿈속의 오이카와는 배구선수가 아니었다. 저 단단한 팔뚝으로 봐서는 운동 하나쯤은 할 것 같은데. 눈앞의 그는 검은 수트를 입고 있었다. 오이카와가 싫어하던 옷을.

 

운동 같은 건 안 하시나요? 좋아하는 음식은요?”

뭐야? 이거 무슨 선이야? 얘기 하자더니 그런 거 물어보려고 한 거야?”

 

오이카와는 불쾌한 듯 미간을 좁히며 미소 지었다. 카게야마는 너무 앞서갔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이카와인 것 같지만, 오이카와가 아닌 남자. 그가 얼마나 오이카와와 비슷한지 알고 싶었다. 카게야마는, 그에게서 기억의 조각을 찾길 바랐다.

 

, 좋아. 운동은 딱히 안 하고 있어. 웨이트 트레이닝은 자주 하지만. 좋아하는 음식은 우유빵.”

 

이내 선심 쓰듯 눈가를 가늘게 뜨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추가로 말해주자면, 우유빵은 우유 그리고 빵이 아니니까. 엄연한 우유빵이라는 빵의 종류니까. 다음에 사 올 생각 있으면 기억해둬.”

 

누가 사다 준다고 했나. 오이카와는 어깨를 으쓱하며 다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카게야마도 그에 이끌리듯 포크 카레를 입에 옮겼다. 맛있다. 이와이즈미와 함께 갔던 카페의 포크 카레 맛이었다. 웨이트 트레이닝. 그래서 그렇게 팔뚝이나 어깨가 단단했던 건가. 오이카와 선배도 웨이트 트레이닝은 절대 게을리하지 않았다. 아니, 그는 원래 트레이닝을 게을리하는 사람이 아니다. 언제나 카게야마보다 더 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다. 눈앞의 오이카와도 분명, 그럴 것이다.

 

중학교는어디 나오셨어요? 고등학교는요?”

진짜 선보는 기분인데. 계속 나만 질문받는 것도 억울하지 않아? 그럼 토비오쨩은? 취미는 뭐고 좋아하는 음식은 뭐야?”

 

오이카와는 대답해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투명한 유리 테이블에 팔을 두고 턱을 괴었다. 입을 다물고 오이카와만을 바라보는 카게야마에게 ?’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재촉했다. 눈앞에서 홍차 빛 눈동자가 밝게 빛났다. 슬며시 부는 바람에 눈가를 간지럽히는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움직였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당신은 내 기억 속의 오이카와인데도. 이미 몇 년이고 알고 지냈을, 그런 걸 질문하는 당신이.

 

배구를 하고 있어요. 배구선수입니다. 좋아하는 음식은 반숙 달걀을 얹은 포크 카레.”

뭐야, 그거. 엄청 자세한데?”

 

오이카와는 키득거리며 웃었다. 낮게 깔린 웃음소리가 따뜻한 공기를 타고 흘러와 카게야마의 귓속에서 퍼졌다. 이 목소리가 좋았다. 지금도, 좋다. 오랜만에 듣는 오이카와의 웃음소리에 카게야마의 속이 먹먹해졌다. 여전히 아프다. 그가 아닌 걸 알고 있음에도.

 

그럼 중학교는? 고등학교는?”

 

카게야마가 물었던 걸 마치 처음인 양 묻는 오이카와의 미소가 눈에 서렸다. 카페는 복잡하고 시끄러웠다. 테라스는 거리의 소리까지 더해져 더욱 소란스러웠다. 자동차 소리, 웃음소리,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소리까지. 그런데도 오이카와의 소리는 귀에 닿았다. 카게야마에게는, 정확히 말하면. 오이카와의 소리만이 들렸다.

 

배구를 초등학교 2학년 때 시작해서, 중학교는 배구부가 유명한 키타가와 제일 중학교로 들어갔어요. 고등학교는, 카라스노 고등학교요.”

우와, 키타가와? 거기 들어본 것 같아. 잘 기억은 안 나지만. 그래서? 지금 배구 선수 하고 있으면 잘하겠네? 인터..하이였나? 미안, 도통 스포츠엔 관심이 없어서. 거기서 우승도 해봤어?”

 

오이카와의 쏟아지는 말을 들으며 카게야마는 다시 한 번 눈을 감았다가 떴다. 오이카와는 꽤 흥미가 돋은 듯 몸을 카게야마 쪽으로 가까이 댔다. 정갈하게 갖추어진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말끔한 회사원의 얼굴. 그는 인터하이조차 모른다. 그 여름, 우리의 시합도.

 

인터하이에선

, 미안. 나 그만 가봐야 할 것 같아. 얘기, 즐거웠어. 다음에 또 만나면 좋겠네. 만날 수 있으면.”

 

카게야마의 말이 채 나오기도 전에 오이카와는 손목시계를 보더니 몸을 급하게 일으켰다. 걷어붙였던 소매를 내리고, 남겨놨던 커피를 한번에 쭈욱 들이켰다. 눈앞에서 오이카와의 목울대가 위아래로 움직였다. 카게야마는 그대로 사라지려하는 오이카와를 보고 몸을 서둘러 일으켰다. 두려웠다. , 그가 사라져버린다.

또 나를 두고

 

..오이카와 선아니, 오이카와씨!”

미안, 정말 급해서. 가볼게.”

 

전혀 미안하지 않은 표정을 하고 손을 올리며 미안포즈를 짓는 그는 넉살 좋게 웃어 보였다. 카게야마는 몸을 돌린 오이카와의 손을 잡았다. 급하게 몸을 움직인 카게야마 덕분에 테이블이 크게 덜거덕거렸다. 카게야마가 좋아하는 포크 카레가 조금 흘러넘쳤다. 카게야마의 눈에 포크 카레는 들어오지 않았다. 눈앞의 오이카와에게, 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는 오이카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함께 얘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곳에서.”

……좋아. 대신, 마음이 내키면.”

 

오이카와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이내 카게야마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부드럽게 빼낸 오이카와가 걸음을 서둘렀다. 등을 돌리고 잰걸음으로 가버리는 오이카와의 등을 카게야마는 아주 오랫동안 바라봤다. 검은 수트가 반짝이는 햇빛을 받아 연하게 빛났다. 그리고 제 손을 한번 바라봤다. 만졌다. 오이카와를, 만질 수 있었다.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그의 손이었다.

 

오이카와의 손은, 따뜻했다.



 

 

 

 

 

 

눈을 뜬 곳은 침대 안이었다.

 

카게야마는 눈을 가늘게 떴다. 침대 옆 협탁에서 알람 소리가 시끄럽게 울리고 있었다. 블라인드를 쳐놓고 잔 탓일까, 방안은 아직도 어둑하니 무엇 하나 명확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눈앞에 카페, 그 빛나던 햇빛, 김이 오르던 포크 카레, 커피가 어른거리는 듯했다. 손을 뻗어, 오이카와가 없는 침대 옆 빈자리를 툭툭 쳤다. 침대는 차가웠다. 그리고 다시 뻗었던 손을 거둬, 자신의 볼을 매만졌다.

 

볼은 신기하게도, 따뜻했다.

 

 

* *

 

 

오이카와 선배는 아직 못 찾았어?

. 철저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없어. 행방을 특정할 수 있는 그 어떤 것도. 예전부터 이상한 곳에 집착적인 사람이었으니까.”

그건 그래. 장난 하나를 치려고 일주일 동안이나 말도 안 하던 사람이었으니까.

 

킨다이치가 핸드폰 건너편에서 멋쩍은 듯 말을 흐렸다. 그걸 왜 네가 부끄러워하냐고.

 

오이카와가 사라진 지 2주 하고도 3. 13일에는 쿠니미에게서 전화가 왔고, 오늘은 킨다이치에게서 전화가 왔다. 너희 무슨 약속이라도 한 거냐. 이와이즈미는 그 뒤로 메일만 몇 통 보낼 뿐 그다지 연락이 없었다. 전해 듣기로는 여기저기로 오이카와의 행방을 알아보는 중인 것 같았다. 카게야마도 그랬듯이, 이와이즈미가 보내는 메일도 모두 진척 없음을 나타내는 내용뿐이었다.

카게야마는 그러한 상황에 조바심이 나는 것은 아니었다. 카게야마의 감정은 조바심이나, 당황, 초조 등.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카게야마는 그저 슬펐다. 그리고 두려웠다. 그러한 두려움은 점점 현실이 되고 있었다. 자신에게 실제 했던 오이카와가, 그저 기억 속의 오이카와가 되어버리는 것. 만질 수 없고, 끌어안을 수 없고, 그의 품에 안길 수 없다. 카게야마의 두려움은 날이 갈수록 점점 커져만 가고 있었다.

 

아무튼, 어딜 가더라도 꼭 돌아오던 사람이니까. 이번에도 웃는 얼굴로 모두~ 걱정 많이 했어~?’이러면서 돌아올 거야. 그럼 또 이와이즈미 선배가 한 대 때리지 않을까. ‘바보카와, 어디 갔다 이제 기어들어 오냐!!’라면서.

. 그러게.”

 

킨다이치는 평소보다 밝은 목소리로 오이카와와 이와이즈미의 흉내를 냈다. 카게야마는 그 서툰 흉내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예전부터 다정한 킨다이치였다. 말로 하진 않지만, 꼬박꼬박 전화하고 메일을 보내는 쿠니미와 말은 서툴지만 다정함을 느끼게 하는 킨다이치. 좋은 친구였다. 그래서 더욱, 카게야마는 오이카와의 빈자리를 느꼈다.

그 끝이 없던 사랑. 그 끝이 없던, 깊은 눈동자. 그 눈동자에서 카게야마는 바닥을 모르는 애정을 느끼고 가끔 몸을 떨었다. 그를 사랑했다. 사랑하고 있다. 더 없을 정도로 사랑하고 있다. 그런데 당신은 내 옆에 없어. 내 기억 속에서만 웃고 있어. 그런데도, 오이카와가 없는 이 세상은 돌아가고 있다.

 

 

* *

 

 

오늘도 있네. 그리고 오늘도 여전히 포크 카레? 정말 좋아하나 보네.”

.”

 

오이카와는 재킷을 의자 뒤편에 걸치고, 의자를 끌어다 카게야마의 앞에 앉았다. 애초에 의자가 2개뿐인 2인용 테이블은 성인 남자 두 명이 앉자 꽉 들어찼다. 오이카와는 낮게 한숨을 내뱉고 자신의 앞에 놓인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꿈속의 오이카와를 만난 건 이번으로 4번째였다. 꾸는 꿈마다 만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카게야마는 카페에 있었지만 오이카와가 나오지 않아 허탕 치는 날도 있었고. 그저 부유물같이 오이카와가, 오이카와와 함께한 추억이 떠도는 꿈을 꾼 적도 있다. 그럼에도, 꾸준히. 꿈속의 오이카와 토오루를 만나는 날은 확실히 있었다.

꿈속의 카페는 언제나 붐볐다. 모든 사람이 웃고 떠들고 있었다. 매우 즐거워 보이는 단란한 가족의 테이블도 여러 곳 있었다. 마치 봄날과 같은 날씨. 따뜻했다. 오이카와가 나오는 꿈을 꿀 때면, 매일 밤 추위에 떨며 잠드는 카게야마도 기분 좋은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상했다. 아무리 난방을 틀어도 방안은 따뜻해지지 않았는데. 시린 발을 이불에 싸매도 그토록 추웠는데. 어째서 이 꿈속은 이다지도 따뜻한 걸까. 어째서, 항상이 사람 옆은 따뜻한 걸까.

 

그렇게 맛있나? 어디, 나도 한 번 먹어볼까.”

,”

 

카게야마가 말릴 새도 없이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의 포크 카레를 한가득 떠서 합, 입에 넣었다. 우물우물, 우물우물. 카게야마는 자신의 몫이 꽤 많이 줄어든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의미로 눈가를 구기고 입을 삐죽 내밀었다. 오이카와는 카게야마를 보는지 안 보는지 응, 응 고개를 끄덕거리며 이내 꿀꺽 삼켰다. 그러더니 장난스럽게 웃어 보였다.

 

, 맛있긴 하네. 조금 달긴 하지만.”

여기 엄청 많이 퍼간 자국 보여요? 완전 구멍 파였어요.”

쩨쩨하게 그런 거로 생색내기야? 이쪽은 바쁜데도 일부러 시간 내고 있는데.”

 

카게야마의 삐죽 튀어나온 입에서 나오는 불만을 들은 오이카와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풀지 않은 채 손사래를 쳤다. 손사래를 치며 툭, 오이카와가 퍼먹은 자리를 가리키는 카게야마의 손을 쳐냈다. 덕분에 카게야마의 손이 힘없이 테이블 너머로 날아가서, 카게야마는 또다시 입술을 내밀며 손을 거뒀다.

 

어린아이 같은 사람. 그것이 꿈속의 오이카와에 대한 인상이었다. 지금 눈앞에서 천연덕스럽게 커피를 마시고 있는 이 사람은, 자신의 기억 속 오이카와보다 어린아이 같았다. 장난의 정도는 덜했지만 자잘한 장난이 많았다. 그러고선 꼭,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장난스레 웃어 보였다. 눈가를 접고, 입꼬리를 익살스럽게 올리고, 홍차 빛 눈동자를 굴리며. 예쁜 미소를 지으면서 카게야마를 바라본다. 그 미소는 기억 속 오이카와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기억 속 오이카와는 이렇게 미소 짓지 않았다. 좀 더 깊은 웃음을 짓는 사람이었다. 보고 있으면 그에 빠져들어서, 뭐가 뭔지 모르게 되는 미소. 그저 카게야마를 끌어들여서, ‘토비오부드럽게 부르고. ‘토비오낮게 울리는 목소리에. ‘토비오’.

 

그 얘기 해줘. 나 닮은 사람 얘기.”

멍하니 머릿속 오이카와를 재생하고 있자, 눈앞의 오이카와가 카게야마의 손을 톡 치며 정신을 일깨웠다. 몸은 카게야마에게로 기울어있었다. 화제에 관심을 보이는 그의 표현방식이었다.

 

? , 들어도 괜찮아요? 지루하잖아요.”

아냐, 안 지루해. 재밌다니까?”

……….”

 

거짓말. 저번에 하품하는 거 다 봤는데. 라는 말이 목 끝까지 나온 걸 카게야마는 꿀꺽 집어삼켰다. 이 말을 하면 어린아이 같은 이 사람은 또 삐질 게 분명했다. 저번에는 삐져서 그냥 가버리는 바람에 카게야마가 꽤 곤욕을 치렀다. 한번 이렇게 재촉하기 시작하면 얘기를 안 해줘도 삐지기 때문에, 카게야마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이카와는 어느새 턱을 괴고 카게야마를 바라보고 있었다. 얘기를 들을 때면 그는 항상 이런 자세를 취했다.

항상. 다정한 사람이었어요. 하루에 한 번은 꼬옥 끌어안고, 매일 아침 잘 잤어?’ 인사해주고. 가끔 장난을 치는 일은 있어도, 결코 장난으로 네가 싫어라는 말은 하지 않는 사람이었어요.”

 

꿈속의 오이카와는 응, 응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눈동자가 상상을 하는 듯 조금 먼 곳을 바라봤다. 꿈속의 오이카와에게 기억 속 오이카와 얘기를 하는 것은 이걸로 3번째였다.

 

근데 처음에 왜 오이카와 선배라고 한 거야?’

혹시 누구로 착각한 거 아냐? 나랑 엄청 닮은 사람. 그것도, 성이 똑같은.’

재밌을 것 같은데. 한번 얘기해봐.’

 

두 번째 만났을 때 가볍게 내뱉은 그의 말에 카게야마는 잠시 그대로 굳어있었다. 말해도 괜찮은 걸까. 어쩐지 꿈속의 오이카와에게 기억 속 오이카와의 존재를 알리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확신은 없었다. 이상하게 그런 기분이 들었다. 말하면, 말해버리면. 이 사람도 떠나가는 건 아닐까.

역시 이름까지 같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였지만, 그 이외는 조금씩 말을 내뱉자 아주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몇 년이고 옆에 있던 상대였다. 사랑한 상대였다. 기억이라는 주머니에서 꺼내서 가져오는 오이카와의 존재는 너무나도 알싸하니 달콤하면서도, 약간 빛이 바래 있었다. 간혹 기억이 애매한 때도 있었다. 애초에 카게야마는 기억력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오이카와와 추억담을 나눌 때도, 오이카와가 기억의 빈 구멍을 채워주는 역할을 해주곤 했다. 눈앞의 오이카와는 채워줄 수 없었다. 그저 따스한 햇볕 아래에서, 테라스의 2인용 테이블 건너편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의 얘기보다 자신의 얘기에 집중해줄 뿐이었다. 카게야마는 그 홍차 빛 눈동자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잘 웃고, 상냥하고. 옛날부터 주변에서 잘생겼다는 말을 많이 듣는 사람이었어요.”

, 그거. 나랑 똑같네.”

……. 배구도 굉장히 능숙하고. 서브가특히나. 그 서브를 배우고 싶어서, 중학교 때 그 뒤를 그냥 쫄래쫄래 따라다녔죠.”

 

오이카와의 가벼운 말을 아무렇지 않게 넘긴 뒤 카게야마는 계속해서 내뱉었다.

 

고등학교는 다른 곳으로 진학했는데, 시합에서 만났어요. 시합 때 제대로 지고 나서, 다음에는 이겨주겠다고. 꼭 이겨주겠다고 다짐했어요.”

헤에정말 배구 잘했나 보네. 현직 배구 선수를 이길 정도면.”

. 현 내에서, 최고의 세터였죠. 지금도 제게는 최고이고.”

 

카게야마는 그 눈동자를 보며 말하기가 부끄러웠다. 기억 속 오이카와에게는 한 번도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없었다. 부끄러웠고, 뭔가 조금 간질거렸으니까. 항상 자신의 마음의 첫 번째는 오이카와였다. 지금도 여전히. 그 등을 따라잡기에는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다. 눈앞의 오이카와는 키득거리며 웃은 뒤 손을 뻗어 카게야마의 손등을 슬쩍 매만졌다.

 

귀엽네, 토비오.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

. 지금도, 여전히.”

같은 얼굴에, 같은 이름에, 좋아하는 사람이라. 나한테도 반하는 거 아냐?”

 

오이카와가 장난스레 내뱉은 말에 카게야마는 웃을 수 없었다. 카게야마는 두려웠다. 기억 속 오이카와 대신, 꿈속 오이카와가 채워가는 주머니가. 눈앞의 오이카와에게 말할수록 기억 속 오이카와가 빠져나가서, 꿈속 오이카와로 채워진다. 말하지 않으면 될 텐데. 하지만 그러면 또, 당신이 없는 세계 속에서 당신과의 기억이 흩어지고 만다. 카게야마는 괴로웠다. 피할 수 없는 길이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저 눈동자를 보며 얘기하고 싶다.

 

토비오, 토비오? 또 생각하고 있는 거야?”

, . 죄송합니다.”

됐어. ‘오이카와 선배에 대해서지? , 가끔 생각에 빠진 토비오의 얼굴을 뜯어보는 것도 재밌지만.”

얼굴너무 빤히 보지 마세요.”

? 귀여운데. 토비오쨩, 의외로 예쁜 얼굴하고 있다는 거 알고 있어?”

 

오이카와는 손을 매만지던 곳에서 더욱 올려 얼굴을 쓰다듬었다. 따뜻한 손이 카게야마의 볼에서 부드럽게 움직였다. 오이카와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또한 장난이리라. 카게야마는 그리 생각하면서도 얼굴을 뒤로 당기며 피할 수 없었다. 날이 뜨거웠다. 카게야마의 얼굴에 연하게 불이 지폈다. 포크 카레가 너무 달았던 탓일까, 입안에 단맛이 슬며시 퍼졌다

귀여워, 토비오쨩."

오이카와는 순간적이나마, 입가에서 웃음을 거두고 카게야마만을 바라봤다. 그 홍차 빛 눈동자가 아주 익숙하면서도, 이질적인 느낌이어서. 카게야마는 저도 모르게 눈을 꼬옥 감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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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카게 교류회에 가져갔던 책의 일부입니다. 샘플도 아니고... 음.. 더이상 팔 생각은 없지만 전체를 공개하기엔
  넘 부끄러워서... 수정해서 케스 ? 카게른 ? 때 판매할 수도 있지만 그때는 엄청난 수정을 가할 예정입니다. (아마도...)
  지금 내용도 좀 수정할 부분이 보이는데(내용이 아닌 글씨 간격이나 기타 등등..) 귀찮아서... 죄송합니다......ㅠㅠ...흑...

오이카게 교류회 굉장히 즐거웠습니다 ㅠㅠㅠ 오이카게는 역시 세계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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