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루님, 예월님과 함께한 오이카게 '결혼식' 키워드 조각 글입니다.
    제가 너무 많이 늦어버려서..ㅠㅠㅠ 정말 죄송합니다 ㅠㅠㅠ 기다려주신 키루님, 예월님께
    이 자리를 빌어 사과드려요 ㅠㅠㅠㅠ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이카와 토오루와 카게야마 토비오의, OO









아침부터 부산스러운 소리에 카게야마는 살며시 눈을 떴다. 쏟아 들어오는 햇빛에 인상을 찌푸리며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기를 반복. 열린 창문으로, 커튼의 결을 따라 흘러들어오는 바람이 식어버린 몸에 툭 하니 떨어졌다. 그대로 내려앉은 한기에 부르르 몸을 떤 뒤 허리께에 흘러내린 이불을 목 위까지 끌어올렸다. 드러난 발목을 쓰다듬는 손길이 그곳에 있었다.


토비오쨩, 같이 안 갈래?”

간질이는 듯 복사뼈 아래를 문지르는 손길을 다른 쪽 발로 툭 쳐 내린 뒤, 베개에 얼굴을 더욱 묻었다. 아직 졸린걸요, 밤새 못 자게 한 게 누군데. 말로 하지 못한 원망을 아릿한 아픔이 퍼지는 허리 아래로 내려놓은 뒤, 대답을 삼켰다. 오이카와는 말없이 손을 놓더니 재차 부산스런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옷장을 열고, 닫고, 옷매무새를 다듬는 소리. 쉬는 날 오전 10시의 고요한 햇살은 침대를 그대로 비췄다. 묵직한 허리에 가만히 손을 갖다 대며 몸을 뒤척이자, 오이카와의 목소리가 다시 한 번 바람을 타고 카게야마의 머리카락을 간지럽혔다.


같이 갈까?” 

…….”

정말이지,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다. 아직 잠이 마저 깨지 않은 머리를 베개에 부빈 뒤, 카게야마는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이카와가 거울 앞에 서서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홍차 빛 머리카락은 평소보다 깔끔하게 넘겨져 있었으며, 흰 와이셔츠가 눈부시게 빛났다. 와이셔츠에 가려진 단단한 가슴이 머릿속에 떠올라, 저도 모르게 고개를 흔들었다. 아침부터 몸이 뜨끈해지는 기분이었다. 선이 부드러운 옆모습이 햇빛을 받아 말간 빛을 띠었다. 긴 속눈썹, 그 아래로 이어지는 매끈한 흰 피부, 도드라진 부드러운 입술까지. 몰캉한 복숭아 같던 그 입술을 떠올리며, 다시금 눈을 감았다.


뭐하러 가요, 결혼식인데.”

그것도 오이카와씨랑. 말하지 못한 대답을 꿀꺽 삼켰다. 삼킨 공기가 목구멍을 타고 흘러, 뱃속으로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뭐하러 가요. 오이카와씨랑. 뭐하러 가요. 결혼식에. 뭐하러 가요. 우리 둘이. 남자 둘이. 거기까지 생각하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었다. 오이카와가 가볍게 목울대를 울리며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가지 말까? 모처럼 쉬는 날인데. 토비오랑 있을까.”

오이카와의 손이 흘러서 카게야마를 덮고 있는 이불 속으로 들어왔다. 그 손길만 닿으면 예민해지는 목 뒤를 지나, 벌써 열이 오르려고 하는 어깨뼈를 가볍게 톡톡 쳤다. 그대로 이불을 걷어내리더니, 소리도 들리지 않는 키스를 도드라진 어깨뼈에 떨어뜨렸다. 어깨에서부터 퍼지는 온기에 몸이 떨렸다. 다른 곳까지 속속들이 들어오는 오이카와의 온기가 아플 정도로 뜨거웠다. 그대로 오이카와의 손이 척추 선을 곰곰이 짚어내려 가더니, 엉덩이골까지 가볍게 문질렀다. 참지 못하고 고개를 들어오이카와에게로 시선을 향하자, 장난스러운 표정의 오이카와는 전날 밤 카게야마를 괴롭히던 오이카와의 모습 딱 그대로였다. 언제까지고 당해낼 수가 없을 것만 같은 생각에, 입술을 삐죽 내밀며 날카롭게 째려봤다.

빨리 가시죠? 꼭 가야 된다고 일주일 전부터 그랬잖아요. 소속 배구팀 에이스인 사람의 결혼식이라면서요.”

같이 가자. 카레 사줄게.”

키득거리며 귀를 녹일 듯이 흘러들어오는 오이카와의 목소리가, 카게야마의 온몸을 저릿하게 만들었다. 결국 다시금 베개에 묻었던 고개를 가볍게 위아래로 움직이자 오이카와가 얼른 준비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 항상, 매번. 당신에게는 이길 수가 없는 걸까. 배구도, 그 무엇 하나도. 당신을 이겨본 기억이 없다. 난 항상 당신 앞에서는 약자다.

 

 

◆ ◆

 

 

시끌벅적했던 교회를 빠져나와 얼마간 길을 걸으면, 적막한 고요가 가득했다. 꼭 밥을 먹고 가라는 신랑의 말을 듣기 좋게 거절하는 오이카와의 모습을 보면서, 발을 움직여 먼저 빠져나오면 전혀 다른 세계였다. 결혼식이 행해진 교회는마치 외국 교회처럼조그마한 시골 구석진 곳, 나무가 무성한 한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어 그 주변은 모든 것이 그림처럼 빛나고 있었다. 날이 더웠다. 주변에 보이는 거라곤 나무, , 햇빛, 간간이 부는 낮은 바람. 오직 그뿐이었다. 찌르르, 높은 새소리가 어딘가에서 들려왔다. 쏟아내리는 햇살이 머리에 그대로 흡수돼서, 이곳저곳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토비오쨩.”

약간의 현기증이 일 무렵 오이카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돌아보면 교회 입구에서 오이카와가 나오고 있었다. 희미하게 미소를 머금은 그 모습 그대로 햇빛 아래에 서더니, 손 가리개를 만들며 위를 올려다봤다. “이런 날 결혼하다니, 행복하겠네.” “그러게요.”

작게 끄덕이며 대답하자 오이카와는 눈을 돌려 카게야마를 바라봤다. 카게야마도 마주 바라봤다. 오이카와의 홍차 빛 눈동자는 반짝이는 햇살을 받아 더욱 빛나고 있었다. 옆 이마를 타고 땀방울이 주룩 흘러내렸다. 말이 없는 시간이 길게 지나갔다. 가끔 부는 바람에 나무가 부스스 흔들렸다.


토비오도 결혼하고 싶어?”

오이카와가 시선을 낮게 내리깐 채 말했다. 입술에 걸려있던 미소는 사라져있었다. 결혼. 사람과 사람 간의 결합, 그 단순한 의미 이상의 무언가. 그것이 만약 영원한 사랑이란 의미라면, 그렇다면.

카게야마는 마찬가지로 시선을 비낀 채 고개를 가로저었다. 뜨거운 목 안에서 울컥 무언가가 흘러넘칠 것만 같았다.

?” 내려놓은 시야 안, 그 안에선 보이지 않는 오이카와가 부드럽게 물었다. 일렁이는 감정 하나하나가 카게야마의 뜨거운 몸을 한 번씩 흔들고 지나갔다. 관자놀이가 욱신거렸다. 입술을 열었다가, 달싹이며 다시 다물었다. 열기로 가득한 공기 가운데 퍼지는 건 긴 한숨뿐이었다.

,” 오이카와씨도, 알고 있으면서. 꼭 그렇게 묻는, 그렇게 다정한 목소리로, 부드럽게 묻는 당신은. 정말이지 짓궂은 사람이다.

전 결혼 안 해요.”

아까운걸. 얼굴도 나름 괜찮고, 오이카와씨보단 별로지만. 배구 선수로 활약도 하고 있고, 나보단 못하지만. 달려드는 여자들도 많잖아? 나보다는 적지만.”

어쩌라는 거야. 울컥 솟아오른 짜증에 내렸던 시선을 들어 올려 쏘아붙였다. “그러는 오이카와씨는요?” 오이카와가 빙긋이 웃어 보였다. 더운 날씨 때문일까, 흰 피부가 피어오른 열 때문에 분홍빛을 띠었다.

난 토비오가 있잖아.” 몸을 치고 지나갔던 감정 하나가 다시 한 번 카게야마를 휘감았다. 시계 초침이 흐르듯 일정한 박자로 뛰던 심장 리듬이 한 박자 빨라졌다. 손바닥에 땀이 배어 나왔다. 얼굴에 열이 모이는 것이 저도 느껴져서, 고개를 숙이고만 싶었다. 더운 날씨 탓이었다. 열이 피어오르는 것도, 고개를 숙이면 목덜미가 뜨거워지니까 숙일 수 없는 것도. 모두 날씨 때문이었다. 눈앞의 오이카와가 아니라.

저도 오이카와씨가 있는 걸요.”

우리 둘 다 바보네.”

오이카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찡그리면서 웃더니 카게야마의 축축한 손을 꼭 잡았다. 오이카와의 손은 불에 달군 듯이 뜨거웠다. 어깨가 떨릴 정도로 뜨거운 그 손을 놓칠 뻔하자, 오이카와가 더욱 강하게 잡아왔다. 홍차 빛 눈동자가 저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오이카와에게서 약간의 땀 냄새가 났다. 찌르르 울려 퍼지는 새소리, 여느 때보다 더욱 불타오르는 태양 아래에서 카게야마는 그 눈조차도 피할 수가 없었다. 뒤편에 있는 교회 안에서 세차게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의 귓바퀴로 얼굴을 갖다대고, 핥아 올리듯이 혀를 굴리는 키스를 한 뒤 귓속을 울리는 목소리를 내보냈다.


카게야마 토비오는, 오이카와 토오루를 영원히 사랑하는 걸 맹세합니까?”


카게야마는 온몸을 간질이는 감각에 어깨를 떨었다. 오이카와가 카게야마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동자에 차오르는 물덩이 때문에 시야가 흐릿했다. 오이카와가 일렁거리며 햇살 사이에서 빛났다.

맹세합니다.” 오이카와가 선선한 바람결의 끝에 웃어 보인 뒤, 카게야마의 입술 사이로 제 입술을 겹쳤다. 가볍게 닿았다 떨어진 오이카와의 분홍빛 입술이 촉촉이 젖어들어 있었다.

오이카와씨는요?”

난 토비오쨩이 있으니까, 결혼하고 싶어도 못하는걸?”

오이카와가 어깨를 으쓱이며 난처하다는 듯이 웃어 보였다. 지금 장난하나. “, 그러십니까. 놓아드릴 테니 얼마든지 결혼하시죠.” 어깨를 비틀며 빠져나가려는 카게야마를 더욱 품에 옭아매면서 오이카와가 키득거렸다. 그대로 뜨거운 손을 올리더니, 엷게 땀이 밴 카게야마의 얇은 목 뒤를 한번 훑었다.

내가 안 놓아줄 건데.”

다시 한 번 겹친 입술이, 이번에는 지독히도 달콤했다. 오이카와의 향기, 옅게 나는 땀 냄새가 코끝에 달라붙었다. 눈을 감고, 다시 뜨면 오이카와가 사라질지 모를 일이었다. 카게야마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오이카와를 바라봤다. 거의 끌어안다시피 한 두 사람의 몸이 더욱 달아올랐다. 오이카와는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이 엷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 맹세할게. 죽을 때까지.” 오이카와의 단단한 가슴안에 카게야마가 폭 싸여 들어갔다. 더워서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인데도, 손을 돌려 그 등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오이카와의 등에도 희미하게 땀줄기가 흐르고 있었다. 현기증이 일었다. 눈꼬리에 물주머니가 한 덩어리 쌓여서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아슬아슬 매달려있었다. 가슴이, 심장이, 온몸이 뜨거워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


알고 있어요, 말뿐이라는 거. 내일이면 또, 오이카와씨가 어딘가로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는 거. 다 알고 있어요. 그래도 오늘만큼은. 오늘의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에게 사랑을 맹세한 오이카와였다. 카게야마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것만으로도, 전신의 물이 증발할 정도로 울 것 같은 기분이었다.

 



카게야마에게 오이카와와의 하루뿐인 결혼이란 그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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