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이카게의 날(01/09) 기념 연성입니다.

* 사귀고 있는 두 사람, 어느날 아침 갑자기 몸이 뒤바뀝니다.

* 뒤바뀌고 나서야 알 수 있는 사실을 다루고 싶었습니다.

* 상, 하로 나눠집니다.




  [오이카게] Two of us - 上


 

 

 

 

  띠리리리- 띠리리리-’

 

  생전 처음듣는 촌스러운 벨소리에 오이카와는 슬며시 눈을 떴다. 바깥에선 짹짹거리는 새들의 지저귐소리, 조금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찬바람에 몸을 조금 떨었다. 오이카와는 약간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그 순간에도 여전히 촌스러운 벨소리는 끊이지 않고 울려댔다. 이상하게 몸이 개운치가 않다. 그리고- 이상하게, 느낌이 싸하다. 머리가 멍한데 이상하게 개운하다. 저 벨소리- , 촌스러운 기본 벨소리. 어디선가 많이 들어봤다. 이상한 기분을 느끼며 오이카와는 고개를 들어 방에 달려있는 벽시계로 눈을 돌렸다.

 

 

  “....?!”

 

 

  자신의 눈을 의심한다는 말은 이럴 때 하는 말이리라. 배구를 시작하고 난 뒤, 일어나고서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시간이 벽시계에서 똑딱거리며 비춰지고 있었다. 이 시간이라고? 정말로? 오이카와는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조금 흔들고 다시 한 번 벽시계를 바라봤다. 잘못 본 게 아니다. 8- 8? 8시라고? 8시라니- 아침 트레이닝은커녕 1교시 지각을 면하는 것도 빠듯하다. 아침 연습을 주장이 늦잠이라는 이유로 참가 못하는 것만큼 웃긴 일도 없을 테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오이카와는 거기까지 생각하고 퍼뜩 몸을 일으켰다. 아니,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얼른 준비하고 나가야 한다.

 

  , - 다다미 바닥이 진동으로 움직일 정도로 발을 거칠게 저으며 벽에 걸려있는 교복으로 다가갔다. 그 순간 다시 한 번 멈춰섰다. 그 때까지도 울리고 있던 촌스러운 벨소리가 오이카와의 신경을 긁었다. 안 좋은 예감이 다시 한 번 오이카와의 머릿 속을 훑고 지나갔다. , 안좋은 예감이다. 이건. 오이카와는 눈을 가늘게 떴다. 깨끗하게 자리잡은 눈동자 사이의 미간을 좁혔다. 촌스러운 벨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이거... 토비오?!”

 

 

  그곳에 있는 건 카게야마 토비오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가 아닌 카게야마 토비오의 핸드폰이었다. 고교 1학년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이 되고 나서야 스마트폰으로 바꾼 카게야마는 그래도 여전히 촌스러운 기본 벨소리를 고수하고 있었다. 오이카와는 항상 그런 카게야마를 놀리며 이제 적당히 바꾸지 그래?’ 라고 했지만 카게야마는 언제나 벨소리를 바꾸지 않았다. 이유는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오이카와는 다시 어지러워지기 시작한 머리를 있는 힘껏 붙잡으며 손을 뻗어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액정에 뜬 이름은 오이카와 선배였다.

 

  -. 안 좋은 예감, 적중이다. 오이카와는 거칠게 한숨을 쉬며 액정을 슬라이드했다.

 

 

   토비오, 이게 무슨 일이야? 오이카와씨는 설명이 필요한데.”

 

  아니, 저기.. 아무래도 어제 오이카와 선배네 집에 갔을 때 제가 잘못 들고 온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의 멋쩍어하는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발빠르게 교복으로 갈아입었다. 잠옷을 저 멀리 내던지고, 정갈하게 다림질되어있는 와이셔츠에 거칠게 팔을 집어넣었다. 머리고 뭐고 다듬을 새도 없이 그대로 가방을 대충 챙긴 채 현관으로 향했다.

 

 

   덕분에 오이카와씨는 알람을 못들어서 난생 처음으로 아침 트레이닝을 못하고, 거기다 지각까지 하게 생겼거든? 이 책임은 어떻게 져줄거야?”

 

  저도 아침 트레이닝 못했어요! 방금 일어나고 깜짝 놀라서 오이카와씨한테 전화한 거라고요!

 

   일단, 얘기는 나중에. 지금 서로 급할테니까, 중요한 얘기는 이따 학교 끝나고 얘기해. 알았지?”

 

  ...알았습니다.

 

 

  핸드폰 저편에서 카게야마가 불만스러운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분명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으리라. 하지만 오이카와의 목소리가 여느때와 다르게 진지한 것을 깨닫고 더 이상 고집부려봤자 소용이 없다고 느낀 카게야마였다.

 

  오이카와는 이제 거의 집을 나서기 직전이었다. 카게야마의 불만스런 목소리를 들은 걸 마지막으로 핸드폰을 귀에서 떼려는 순간-

 

  우와아앗?!

 

  쿠당탕탕- 핸드폰 저편에서 거대한 소리가 들렸다. 순간 고막을 통해 들어온 커다란 소리에 머리가 지잉- 울린 오이카와는 반사적으로 잡고있던 핸드폰을 멀찍이 떨어뜨렸다.

 


 “...토비오?!”

 

 

  놀란 것도 잠시, 순간적으로 카게야마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하는 마음이 오이카와의 심장을 순식간에 덮쳤다.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큰 소리를 지르지 않는 카게야마다. 그런 토비오가, 저렇게 크게 소리치면서-

 

  하지만 오이카와는 핸드폰에 집중하느라 자신의 눈 앞을 보지 못했다. 현관에서 나가면 몇 계단을 내려가야한다. 평소라면 단 한 달음에도 내려갈 수 있는 그곳에서, 오이카와는 발이 엉키고 말았다.

 

  ...?!”

 

 

  방금 카게야마가 내질렀던 비명 만큼은 아니지만- 자신의 입에서도 꽤나 큰 비명이 나오는 것을 무의식중에 느낀 오이카와는 꼬옥, 눈을 감았다.

 

 

 

  - 어라? 아프지 않아. 이상하다. 아무리 몇 계단 안된다고 하지만, 넘어진 건 넘어진거다. 심하게 다치진 않아도 엉덩방아는 찧었으리라. 그런데, 아프지가 않다.

  오이카와는 서서히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처음보는- 풍경이 그곳에 있었다. 어느 가정집의 현관. 그리고 자신은 그 현관 앞에 있는 계단에 꼴사납게 널부러져 있었다. 이 자세만큼은 자신의 머릿 속에 있는 상상과 같다. 그런데- 그 이외의 것은 모두, 다르다.

 

 

  오이카와 선배?! 괜찮으세요?!

 

 

  자신의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있었다. 거기서 크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조금 눈살을 찌푸리면서 핸드폰을 귀에 갖다댔다.

 

 

   아아- 토비오, 괜찮아.”

 

 

  어라? 또 이상한 점이 생겼다. 이 목소리- 이상하다. 언제나 상큼한 오이카와씨의 목소리가 아니다. 이 목소리-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

 

  안좋은 예감이 들었다. 오늘은 이상하게 안 좋은 예감이 많이 든다. 그리고 이럴 때 드는 안좋은 예감은- 그래, 분명. 맞는 때가 많다.

 

  오이카와 선배.. 지금, 상황 이해되세요?

 

  “...아니, 토비오.. 오이카와씨는 설명이 필요한데.”

 

 

  서서히 몸을 일으키고 자신을 돌아본다. 고개를 내리면 검은색 가쿠란이 눈에 들어왔다. 현관 옆에 있던 거울로 눈을 돌리자, 오이카와는 그대로 기절해버리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이건 누가봐도- 카게야마 토비오잖아.

 

 

 

 

 

  아아- 오늘은 정말이지, 성가신 일 투성이다.

 

 

 

 

 

 

 

  일단 각자 학교에 가는 거야, 알았지?’

  이 오이카와씨가 지각이라니 있을 수가 없다고. 너도 괜히 귀찮은 일에 말려드는 건 싫지?’

  더 자세한 건 방과후에 얘기해. 난 카라스노 애들한테 말할테니까, 넌 이와쨩한테만 설명해

 

 

  그것만 말하는 것도 한계였다. 카게야마는 현재 처해있는 상황에 의문을 가지기는 하지만 정확히 뭘 어떻게 하면 되는지는 이해하지 못하는 듯 했다. 그 순간 오이카와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단 하나, 지금은 오이카와 토오루인 그를 학교로 보내는 일이었다.

 

 

 

   하아....”

 

 

  오이카와-현재 카게야마 토비오의 몸 안에있는-는 주변에는 들리지 않게 약한 한숨을 내뱉었다. 겨우겨우 도착해 고교 1학년 카게야마 토비오로서 수업을 들은지도 꽤 시간이 지났다. 이번 교시만 넘기면 점심시간이다점심시간이 되면 카라스노 멤버에게 이 상황에 대해 말해야 한다. 그 전에- 오이카와는 정신없이 달려온 오늘 하루를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다.

 

 

  1. 우선, 카게야마가 어제 오이카와의 집에 놀러왔다.

  2. 그리고, 핸드폰을 바꿔 가져갔다.

 

  보통 이 단계에서 눈치채지 않나? 오이카와는 다시 한 번 미간을 좁혔다. 하긴- 자신도 어제는 피곤해서 핸드폰이고 뭐고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자신의 잘못도 있다. 어쨌든, 여기서 끝났다면 그냥 해프닝 정도였겠지. 물론 아침 트레이닝은 못했지만.

 

  3. 아침에 일어나고 그걸 깨달아서, 나에게 전화를 했다.

  4. 서로 지각을 면하는것만 빠듯해서, 정신없이 준비를 하던 와중.

  5. 토비오가 계단에서 굴렀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나도.

  6.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몸이 바뀌어있었다.

 

  다시 생각해도 머리가 아파온다. 도대체 5번과 6번 사이에 무슨 일이 있던 건지- 이 일을 주도한 녀석이 있다면 꼭 붙잡고 물어보고 싶다. 그리고 하아, 다시 한 번 약한 한숨을 내뱉었다. 어찌됐든 지금 확실한 건 6번이 현실이란 사실이다. 5번을 한 번 더 하면 원래대로 돌아갈 거 같기도 한데-... 안타깝지만 그걸 도전할 수 있는 건 방과후다. 지금은 일단 아무렇지 않게 하루를 끝내는 게 중요하다.

 

  거기까지 생각을 마치자, 옆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고 생각했던 한 녀석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걸 오이카와는 깨달았다. 그를 눈치채고 그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 녀석은 조금 움찔했지만 여전히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 걸까, 오이카와는 조금 고민했다. 평소의 자신이라면 ? 오이카와씨한테 할 말이라도 있어?’ 라고 말하며 전매 특허의 미소를 지었겠지만- 카게야마의 몸으로 그런 일을 한다면 아마 3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을 대사건이 될 것이다.

 

  아침 트레이닝을 못한 벌로 일을 벌여줄까- 하는 생각도 순간 들었지만 오이카와는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어찌됐든 카게야마와 자신은 다른 학교다. 이제 새롭게 달라진 카게야마의 환경을 어찌 할 권한은 오이카와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카라스노라는 환경은 오이카와가 없는, 오로지 카게야마에게만 존재하는 환경이었다.

 

  반응에 고민하면서 그를 마찬가지로 빤히 쳐다보자, 그는 수업을 하는 교사의 눈치를 보면서 조그맣게 속삭였다.

 

   오늘 한 번도 안자네? 카게야마, 웬일이야?”

 

 

  아아- 그런거였나. 무심코 풋, 하고 웃음이 나올 뻔한 걸 오이카와는 애써 억눌렀다. 카게야마가 수업시간에 한 번도 안자고 깨어있는게 그렇게 신기한 일일 정도로, 카게야마는-

 

   아아.. .”

 

  더 깊은 대답을 하면 쓸데없이 이것저것 말할 것만 같아서 오이카와는 최대한 무덤덤하게 말한 뒤 입을 닫았다그러고선 고개를 돌려버렸다. 올라가는 입꼬리를 내리는 데에 애먼 고생을 하면서 오이카와는 이상하게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 자신은. 오이카와가 없던 카라스노라는 환경 안에 들어와있다. 오이카와가 유일하게 알지 못했던 카게야마의 카라스노 고교 1학년으로서의 삶. 그 안에 오이카와는 카게야마로서 들어와있다. 그것이 이상하게 신기하면서도 무언가 알 수 없는 만족감이 들었다.

 

  평소에 토비오는 이런 식으로 칠판을 바라보는 건가- 평소에 토비오는 이런 시야로 생활하는 건가. 평소에 토비오와 함께 있는 클래스메이트는 이런 녀석들인건가- 토비오는, 평소에. 이 책상에서, 이 의자에서. 고개를 묻고 잠을 청하는 걸까.

 

  오이카와는 슬며시 책상을 쓰다듬었다. 맨들맨들한 표면이 기분좋았다. 그곳에 천천히 고개를 묻었다. 책상의 낡은 나무 냄새가 콧속으로 들어와 폐를 채웠다. 이 냄새를 맡으며 토비오는 잠이 들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자신도 어쩐지 잠이 몰려오는 느낌이 들었다. 입가가 부드럽게 올라가며 기분좋은 노곤함이 온 몸에 퍼졌다.

이상하게 충족감이 들었다. 심장을 가득 채우는 그 감정이 흘러넘쳐서 작은 책상 위에서 부드럽게 퍼져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 공간은 카게야마 토비오의 공간이다. 그 공간의 한가운데에, 오이카와는 존재하고 있었다.

 

 

 

 

 

 

 

 

   몸이 바뀌었다고?!”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정신이 바뀐 것 같지만? 어쨌든, 그런 것 같아.”

 

   “.....”

 

 

  자신의 말에 카라스노 멤버가 서로 얼굴을 마주하며 입을 다무는 모습이 보였다. 오이카와 자신도 이런 말을 들으면 입을 다물 게 분명하다. 그렇게 생각하니 카게야마의 이해되지 않는 설명을 들을 이와이즈미가 조금 불쌍했다. 미안, 이와쨩. 내가 잘못한 건 없지만 사과할게.

 

 

   그렇다면 지금.. 너는, 오이카와라는 거지?”

 

   , 그렇게 되네.”

 

 

  부드럽게 웃으며 말하자 모두가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뭐야, 실례잖아. 오이카와씨의 전매특허 미소인데.

 

 

   아아.. ... 진짜인거같네.. 그치, 다이치?”

 

   .. 카게야마는 저렇게 웃지 않으니까..”

 

  스가와라와 사와무라가 조금 당황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이카와는 그 말에 아아, 그럼 그렇지. 이제 3년 간은 기억될 대 사건이 되겠네. 라고 의식 저편에서 생각했다.

 

 

 

 

 

  그 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돌아갈 방법이라고 예상되는 것에 대해 말하고. 간단히 오늘 하루 조용히 지낼 것에 대해서 말하자 점심시간은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나머지 교시를 마찬가지로 멍하니 보내고 오이카와는 동아리 시간이 되자마자 가방을 챙기고 교실을 나섰다. 마침 핸드폰도 때에 맞춰 울렸다. 평소 카게야마의 핸드폰에서 들어본 적 없는 벨소리는 오이카와의 핸드폰에서 울려퍼지고 있었다.

 

  오이카와는 사람이 적은 뒤뜰을 통해 체육관으로 향하며 전화를 받았다. 저편에서도 마찬가지로 인적이 적은 곳을 통해 체육관으로 향하는지, 방과후인데도 조용했다.

 

   여보세요, 토비오?”

 

  오이카와 선배? 저기, 오늘-

   잠깐, 나 먼저. 너 뭔가 이상한 행동 한 건 아니겠지?”

 

  이상한 행동..이 뭘 말하는 건진 모르겠는데 딱히 뭐라는 말을 듣진 않았어요. , 수업 시간에는 잠만 잤지만..

 

 

  잠깐, 그거 이미 이상한 행동이잖아. 이 오이카와씨는 수업시간에 그렇게 엎드려 잠만 자지 않는다고. , 몸이 안 좋다고 둘러대고 잘 때도 가끔 있지만. 너처럼 대놓고 자진 않는다고.

 

 

   어쨌든. 어떡할래? 내 생각에 돌아올 방법은 우리가 처음 몸이 바뀌었을 때처럼 똑같이 계단에서 구르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저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오늘 아침에 트레이닝도 못하고 아침연습도 못하고.. 그래서 저기, 몸이 쑤시다고 해야할까..

 

   잠깐. 토비오 너, 오이카와 씨 몸으로 배구 연습 할 생각이야?!”

 

 

  순간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높인 오이카와는 서둘러 주변을 둘러봤다. 다행히 주변에는 사람 한명이라곤 존재하지 않았다.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 오이카와는 슬며시 가슴을 쓸어내렸다. 안되지, 안돼. 지금은 카게야마 토비오니까.

 

 

  하지만.. 하루라도 안하면 역시 몸이 근질거리고.. 그리고.. 저기..

 

 

  카게야마가 그 뒤에 할 말이 왠지 예상이 가 오이카와는 미간을 좁혔다. , 이녀석. 분명 제대로 된 생각 안하고 있어.

 

 

  오이카와 선배 몸으로 배구 해 볼 기회는 이제 없을테니까.. 한 번 해보고 싶슴다!!!

 

 

  카게야마는 체육계 남자아이와 같이 크게 소리쳤다. 분명 핸드폰 너머에선 고개도 90도 각도로 숙이고 있을게 분명하다. 오이카와는 머리가 지잉-울리는 것을 애써 견디며 핸드폰을 잠깐 뗐다가 다시 갖다댔다.

 

  - 이 녀석, 역시. 쓸데없는 생각 하고 있어.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좋아, 나도 이 몸 마음대로 써줄테니까 말야. 토비오가 나중에 다시 돌려받고서 불만 말해도 소용없을 정도로 말이야.”

 

 

  누군가가 들으면 오해할 발언을 내뱉으며 오이카와는 성격나빠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깨끗한 눈가가 다시 한번 구겨졌다. 그러나 오이카와의 예상과 달리 핸드폰 건너의 카게야마의 목소리는 밝았다.

 

 

  ! 잘부탁드립니다!

 

 

  ...아니, 어째서 기뻐보이는데. 너말야. 카게야마는 이상하게 들뜬듯한 목소리였다. 이카와가 자신의 몸을 쓰는 것에 대해 허락해줬다고 느낀 것일까, 자신의 몸을 오이카와가 쓴다는 것보다 그것에 더 기뻐하는 느낌이다.

오이카와는 쯧, 짧게 혀를 차고 한번 더 언성을 높였다.

 

 

   잠깐, 토비오 너 말이야..!!”

 

  그럼 동아리 연습이 있어서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 , 토비오?! 토비오!!”

 

 

  일이 복잡하게 됐다. 오이카와는 다시 아파오는 머리를 붙잡고 핸드폰을 거칠게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이 상태가 되면 카게야마는 그 어떤 말도 듣지 않는다. 오이카와가 달려가서 한 대 쥐어박지 않는 이상 분명 그대로 동아리 연습에 임할 것이 분명하다.

 

  지금이라도, 막을까. 달려가서. 뭐하는거야, 이자식아! 라고.

 

  오이카와는 천천히 자신의 손으로 눈을 돌렸다. 지금은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카게야마의 손으로. 그리고 천천히 그 손가락을 하나하나 움직여보았다. 엄지손가락, 검지, 중지, 약지, 마지막으로 새끼 손가락까지-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는 손가락은 하나도 없었다. 언제나 그 무서우리만치 정확한 토스를 던지는 손가락이,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어쩌면.’

 


  

  머릿 속에 떠오른 생각에 그대로, ‘바보아냐?’ 라고 스스로 반문했다. 반문했지만, 그런데도.


 

  어쩌면, 이 손가락이라면 가능할 지도 몰라.’


 

  , 귀신같이 정확한 토스가.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어디든지 전달할 수 있는 그 토스가. 가장 이길 가능성이 높은 타점을 찾고, 그 지점에 정확하게 던져서- 그 어떤 세터가 보더라도 한 눈에 반해버릴 만한.

 

  배구의 여신에게 사랑받는 토스를, 올릴 수 있을 지도 몰라.

 

 

  오이카와는 저도 모르게 꽉 주먹을 쥐었다. 이상하게 심장이 뛰었다. 귓속에 자신의 심장소리만이 가득가득 울려퍼졌다. 얼굴이 상기된 것이 느껴졌다. 지금- 이렇게 두근거리는 건 카게야마의 심장이다. 정갈하게 다듬어진 손톱이 파고드는 손바닥은, 카게야마의 것이다.

 

  오이카와는 서서히 발걸음을 체육관으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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