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카와 선배의 목도리에서는, 연한 민트향기가 났다. 거기에 포옥, 조용히 고개를 묻으면 민트 향기 너머로 오이카와 선배의 냄새가 났다. 조금은 달콤한 냄새.

 가장- 좋아하는 냄새.

 

 이 목도리가 감쌌을 얇고 선이 잘 잡힌, 오이카와의 목을 생각하니 카게야마의 볼에 연하게 불이 지폈다. 정면에 있는 거울을 보니 평소 제대로 감정 표현조차 하지 못하는 얼굴이, 자신이 보기에도 확연히 붉어져 있었다.

 


 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 동아리 선배의 진한 청색 목도리를 두르고, 그 냄새를 맡는 모습이라니. 누가 봐도 이상하다. 

 그만두자, 라는 생각에 고개를 휙휙 흔들고 목도리를 옆으로 치워두지만- 다시 치고 올라오는 기억이 카게야마의 머릿속을 부드럽게 휘감았다.

 

 

 




 

-

  "으으...추워..."

  "오이카와 선배는 여전히 추위에 약하시네요."

 

 

 평소처럼 동아리 연습이 끝나고, 평소처럼 남아서 연습한 오이카와와 카게야마가 체육관 정돈을 끝내고 나올 무렵-

하늘은 이미 완연히 어두워져 있었다. 벌써 계절도 계절인지라, 시간은 그리 늦지 않았으나 해가 지는 것이 빨랐다.

 

 오이카와는 목도리에, 코트, 장갑까지 끼고 완전무장을 하고서도 오들오들 떨었다. 하지만 얇은 져지만 입고도 멀쩡한 카게야마는 고개를 갸우뚱해보이며 오이카와를 바라봤다.

 


 오이카와는 그렇게 내뱉은 후배를 한번 날카로운 시선으로 째려본 뒤, 목도리를 더욱 여몄다.

 

  "그것만 입고도 멀쩡한 토비오쨩이 이상한 건 아니고? 애초에 이런 날씨에 목도리 하나 안하고...감기 안걸려?"

  "글쎄요... 감기는 그다지 걸려본 적이 없어서."

 

 앞서 걸어나가기 시작한 오이카와에 보폭을 맞추고자 카게야마는 열심히 다리를 움직였다. 그럼에도 휘적휘적 거리를 벌리는 오이카와가 조금 얄밉다. 언제나 자신이 바라보는 건 그의 등 뿐이다.

 


  "아~ 그건가? 바보는 감기에 안걸린다는?"

 

 오이카와는 피식, 장난스레 웃으며 말했다. 카게야마는 바보라는 발언에 인상을 찌푸리고 뚱하니 입술을 내밀었다.

 

  "....그냥 건강한 거 아닐까요."

 

  마음 속으로는 그렇다면 오이카와 선배도- 라고 생각했지만 상하관계는 확실히 구분짓는 카게야마다. 아무리 오이카와가 놀려대도, 카게야마는 입술을 삐죽 내미는 것이 한계였다.

 

 오이카와는 '아, 그렇습니까~'라고 하며 다시 장난스레 웃었다. 전혀 안 듣고 있는게 분명하다. 카게야마는 뚱하니 입술을 내밀고 열심히 발을 움직였다.

 

 


  "읏..."

 

 순간, 강한 바람이 일어 카게야마는 눈을 감았다. 정면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머리, 목,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그 순간 오도도, 소름이 돋는 것이 느껴졌다. 눈을 감은 탓인지 오이카와의 등이 보이지 않았다.

 오이카와라면 분명, 카게야마는 신경도 쓰지 않고 걸어가버렸을 것이다. 카게야마는 얼른 이 바람이 멈춰, 그를 따라갈 수 있기를 바랐다.

 


 "뭐야, 솔직하게 춥다고 말하면 되잖아."

 

 그런데 이상하게 가까이에서 오이카와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무도 가까운 그 목소리에 카게야마는 순간 번쩍, 눈을 떴다.

 

 오이카와의 정갈한 얼굴, 맑은 눈동자가 거기에 있었다. 호두 빛깔을 띤 그 눈동자는 카게야마를 바라보고 있었다.

 


  "더럽히지 마. 아끼는 거니까."

 

 그러더니 휙,휙 카게야마의 목덜미를 자신의 목도리로 감쌌다. 목에 푸근하게 퍼지는 감각에 카게야마는 눈을 크게 뜰수밖에 없었다. 그 목도리는 슬며시, 오이카와의 온기를 담고 있었다.

 

  "엣..? 아... 오이카와 선배..!!"

  "목도리, 내일 돌려줘. 잃어버리면 각오해."


 

 오이카와는 그대로 휙 몸을 돌려 걸어가버렸다. 세찬 바람 사이로 몸을 조금 떠는 그의 등이 점점 멀어져갔다. 카게야마는 그런데도, 거기서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연한 민트 향기가, 났다. 그리고 그 안에 조용히 퍼지는 오이카와의 냄새. 고개를 묻으면 머릿 속에 전부, 오이카와만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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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하이큐 전력으로 참여한 조각글입니다.

전력은 참 좋은데.. 힘들어요.. 더군다나 이번글은 30분만에 갈겨써서

짧기도 짧지만.. 아쉽네요 ㅠㅠ


 말로는 꿍얼대면서 결국에는 챙겨주는 오이카와랑, 

입은 삐죽 내밀면서 꿋꿋이 따라다니는 카게야마.


키타이치 시절 너무 좋아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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