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게야마 토비오입니다.”

조그맣게 등을 말면 한 마리의 작은 곰이 되진 않을까 착각할 정도로 아기 같은 몸이었다. 한 팔에 폭 들어오는 어깨, 깨물면 말랑말랑한 떡처럼 자국이 금세 사라져버리는 보드라운 귀, 건포도 알처럼 작은 눈동자는 속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까맸다.

배구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했습니다.”

집에서 외동아들로 귀하게 자랐을 것 같은 얼굴로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두 입술이 작았다. 카게야마 토비오에 대한 첫인상은 작다인형 같다였다. 굳이 무언가를 더 붙인다면, 오이카와는 고민하는 듯 고개를 한번 갸웃했다.

다른 아이들과는 달랐지.

 

오이카와 선배, 안녕하세요.”

얏호, 토비오쨩안녕, 이라고 말하려는데. 왜 그런 표정인 거야?”

양 볼에 불만 주머니를 가득 담은 햄스터보다는 무서운 표정인카게야마가 배구공을 들고 소리도 없이 오이카와 옆으로 다가왔다. 배구공 너머의 작은 포도알 같은 눈동자 두 개가 오이카와를 원망스럽다는 듯 쳐다봤다.

가르쳐주시기로 하셨잖아요.”

아니, 내가 언제? 그보다 뭘 말하는 건지 제대로 말해줄래?”

거짓말쟁이.”

토비오쨩, 오이카와씨는 팬클럽 여자아이들에게 맹세코 거짓말은 안 하거든? 네가 멋대로 생각한 거잖아. ‘우유 빵 사다 주면 토스 요령 가르쳐주는걸. 역시 너였구나! 부실에서 자고 있을 때 우유 빵 얼굴에 던지고 간 녀석이!”

오이카와는 이제야 범인을 찾았다며 카게야마의 머리를 양손으로 잡아 잔뜩 헤집었다. 카게야마는 얼마간 오이카와의 공격을 받더니 입이 불뚝 튀어나왔다.

그치만! 오이카와 선배 자주 말하잖아요. ‘우유 빵 사면 알려주지라고.”

너한텐 말한 적 없는데.”

…….”

그 말이 사실인지라 카게야마는 할 말이 없었다. 다만 입을 쭉 내밀고 강한 호소가 담긴 눈동자로 오이카와를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그런 눈으로 봐도 소용없어. 이런 흐름은 이미 오이카와에게 익숙했다.

토비오쨩한텐 가르쳐 줄 생각 없으니까. 애초에 가르쳐 줄 의무도 없고, 네가 말하는 요령이라는 게 뭔지도 모르겠고. 애초에 연습도 없이 요령이나 배워서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는 게 비겁한 거 아니야? 토비오쨩 말로는 연습, 연습 하면서 자기가 얼마나 비겁한 행동을 하려는 건지 알고 있어?”

……,”

카게야마가 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 검은 눈동자 안에 울먹울먹 물이 스며들더니, 금방이라도 굵은 눈물방울을 뚝 떨어뜨릴 것 같이 아래 속눈썹에 물방울이 가득 고였다. 이런, 큰일 났다. 오이카와는 서둘러 그 자리를 피했다. 배구공을 들고 그 자리에 우뚝 서 있는 카게야마는 버려진 새끼 곰 같았다. 우두커니 서서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걸 참는 게 한계인 작은 중학교 1학년생은 결국 1학년들이 모여서 연습하는 자리로 돌아가 버렸다.

후배 좀 괴롭히지 마라.”

카게야마를 피해서 구석진 자리로 온 오이카와 옆에는 이와이즈미가 있었다. 비난하는 것도, 타이르는 것도 아니라 아주 당연한 사실을 말하는 듯 낮게 내뱉은 말에 오이카와는 인상을 찌푸렸다.

후배 괴롭히는 거 아니야. 토비오쨩만 괴롭힌다고.”

카게야마도 후배잖아. 네가 뭣 때문에 그러는지는 알겠는데, 방금 그건 오히려 네가 더 비겁한 거 아니냐. 꼴사나운 모습 보이면 내가 패버린다.”

이와쨩 진짜 누구 편이야?”

쓸데없는 소리 말고. 연습이나 해라, 바보카와.”

이와이즈미의 날카로운 말투에 네네. 입술에만 겉도는 말을 가볍게 내뱉고, 오이카와는 가까이 있는 배구공 하나를 들었다. 오이카와도 알고 있었다. 비겁하고, 유치한 건 자신이었다. 카게야마 토비오가 다른 부원에 비해서 달성하고 있는 엄청난 연습량이나, 연습에 있어 중학교 1학년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진지한 태도 등. 적어도 그에게 연습에 있어 가타부타 말할 수 있는 건 이 많은 부원 중에서도 몇 없을 것이다.

짜증 난다고.’

오이카와는 인상을 찌푸리며 공을 들어 올렸다.

귀엽지도 않고, 인상도 더럽고, 툭하면 귀찮게 굴고. 하나도, 하나도

하나도 맘에 안 들어. 숨을 참고 던진 공은 궤도를 크게 벗어나 체육관 귀퉁이에 꽂혔다. 오이카와는 다시 공 하나를 집어 들었다. 카게야마 토비오라는 이름이 주는 느낌이 싫었다.

넌 다르구나.”

오이카와는 언젠가 들었던 감독의 말을 떠올렸다. 키타가와 제1중학교 배구부에 입부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감독은 오이카와를 개인적으로 불러다 앉혀놓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많이 다르구나. 그래서 많이 힘들었을 거야. 언젠가 배구가 즐겁지 않은 시기도 올 텐데, 그래도 계속할 수 있겠니?”

힘든 연습은 지금도 싫어하고요, 여자애들한테 인기 많은 건 제 탓이 아닌데도 자꾸 뭐라고 하는 선배들도 싫고요, 땀으로 몸이 끈적해지는 것도 싫어요. 그래도, 그래도 말이죠.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 너와 비슷한 사람은 만날 수 있을 거 같은데. 내가 볼 때, 너 같은 애가 이 세계에 적진 않거든. 단지 같은 세터로서 네가 어떤 입장인지 네 자신만큼 이해할 수 있는 애가 있을진 모르겠다만. 이 배구계에 한 명쯤은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외롭지만은 않지?”

너무 일찍 만난 건 아닐까요, 감독님. 오이카와는 인상을 구겼다. 방금 던진 공은 아슬아슬하게 아웃라인을 넘어섰다. 오이카와는 알고 있었다. 카게야마도 저와 비슷하다는 걸. 어쩌면, 많은 면이. 또 어쩌면, 많은 면이 다를지도 몰랐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오이카와는 카게야마를 만남으로서 저에 대해서 더 깨달은 점이 많았다. 아마 전에 오이카와와 대화를 나눴던 감독이 지금 카게야마를 만난다면, ‘넌 다른 존재구나.’ 정도를 말할지도 몰랐다. 오이카와 또한 카게야마를 감독으로서 만난다면 그렇게 말했겠지.

필요 없는데 말야. 오이카와는 겨우 원하는 궤도로 날아간 공을 보면서 천천히 미소 지었다. 필요 없었다. 누구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부족하고, 어떤 부분을 가르쳐주면 더 높게 날아오를 수 있는지 오이카와는 알고 있었다. 그런 눈은 필요 없었다.

카게야마 토비오입니다.”

그 말을 들었을 때부터 오이카와는 이미 알고 있었다. 단지 그건 너무나도 잔혹하고적어도 오이카와에게는지독하게 현실적이었다. 오이카와에게 카게야마는 확실히 다른 존재였다. 카레를 좋아하고, 만두를 두 볼 빵빵하게 채우고 오물거리는 그 작은 아이는 오이카와가 가장 만나고 싶었던 아이였다. 또한 가장 만나고 싶지 않았던 존재였다. 오이카와는 침을 삼켰다. 쳐다보는 눈빛도 싫었다. 동그란 눈동자를 빛내며 저한테 찾아와 가르쳐주세요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그 입이 싫었다. 바보같이 곧이곧대로 들으며, 저가 해내는 모든 일을 아주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그 작은 머리통이 싫었다.

절대로 가르쳐주지 않을 거니까. 오이카와는 숨을 삼켰다. 공을 다시 한 번 들어 올렸다. 이건 거야. ‘오이카와 토오루의 거라고.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를 빤히 바라보던 검은 눈동자와 마주쳤다. 작은 어깨가 놀란 듯 조금 들썩이더니, 다시 아무 말도 없이 오이카와를 바라봤다. 오이카와는 카게야마가 배구부에 입부하고 얼마 안 되었을 무렵, 둘 사이에 오갔던 대화를 떠올렸다.

 

카게야마 토비오(飛雄)라니, 독특한 이름이네.”

연습이 끝나고 어쩌다 우연히 둘이서 돌아가게 된 날, 벚꽃잎이 카펫처럼 깔린 길을 걸으면서 오이카와는 말했다. 카게야마는 고개를 갸웃하고 오이카와를 바라봤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런가요?”

그 정도의 말만 하고선, 카게야마는 다시 열심히 발을 움직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주 쓰는 한자는 아니었다. 남자애 이름으로 친다면야, 뭐 강해 보이니까 좋지만.

귀엽지 않잖아.”

오이카와는 짓궂게 웃었다. 카게야마는 다시 고개를 갸웃했다. 이번엔 눈썹도 구부린 채.

이름이 귀여울 필요는 없잖아요.”

중요한 문제거든? , 쨩 붙이면 귀엽지 않을까? 어때, 토비오쨩?”

이상해요.”

잔말말고. 토비오쨩은 조금 귀엽게 들리네. 새끼 다람쥐 같고.”

쨩만 붙였다고 그런 느낌이 들진 않는데요.”

넌 항상 말 한마디가 더 많다니까. 건방진 토비오쨩.”

벚꽃잎이 하롱하롱 떨어져서, 오이카와와 카게야마 사이로 흘러내렸다. 이른 봄날치고 새가 높이 나는 푸근한 날씨였다. 카게야마는 입꼬리를 꾸물거리면서 볼을 슬며시 물들였다. 귀 끝이 벚꽃처럼 옅은 분홍색으로 물들어있었다. , 지금 부끄러워 하는 건가. 오이카와는 이상하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작은 어깨가 평소보다 더 작아 보여서, 저도 모르게 꼭 끌어안고 싶었다. 바람이 머리카락을 간지럽힐 정도로 불어오자, 벚꽃잎의 홍수가 하늘 위로 떠올랐다. 동그란 접시 모양의 구름 사이사이에 벚꽃잎이 하늘거리며 흘러다녔다. 귀 끝이 붉어진 카게야마 토비오가 귀여웠던 봄 첫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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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카게 전력 첫 글이 정말 이상해서..죄송합니다...ㅇ<-<

오이카게 안티 아니에요.. 오이카게 쵱컾입니다.. 지각한데다가 이런..글을...ㅠ.ㅠ..


두 사람의 첫만남은 꽤 좋지 않았을 거 같고, 카게야마랑 오이카와 서로에게 좋든 나쁘든 자극을 주는 만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중학생의 토비오는 좀 더 감정을 숨길 줄 몰랐을거같고, 오이카와는 사고가 어린 중딩이었을거같네요.

그런 두 사람도 봄날처럼 따스한 날 정도는 있지 않았을까요. 그냥 그런 생각에서 나온 글입니다. 하하..:D

다음전력은 좀 더..열심히...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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