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카게 전력  #3  안경

 

 




눈이 마주치고, 눈을 한번 깜빡였다. 깜빡, 하고 셔터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 뒤 인화된 사진 속 오이카와씨는 미소 짓고 있었다. 사진기는 눈을 닮았다고 하던가, 눈이 사진기를 닮았다고 하던가. 무엇이 먼저든 간에, 눈은 생각보다 단순한 구조는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다만 눈앞에 있는 걸 그대로 담아내려 한다는 점에서, ‘그렇구나하고 납득하고마는 부분도 분명 있었다. 웃고 있는 오이카와씨를 담아내기에는, 그렇다. 눈으로는 부족할지도 몰랐다. 어쩌면 사진기 1개로조차도. 수십 개의 사진기가 오이카와씨를 감싸는 풍경을 상상했다. 눈부신 섬광이 몇 차례 지나가고 잠시 뒤 폴라로이드 사진이 천천히 인화되어 나오는 장면까지 상상하고 나면 오히려 그 사진은 물먹은 듯 흐려지고 말았다.

무슨 생각해?”

생각은 신경전달의 다발로 뚝뚝 끊기며 전달되다가 이윽고 온전히 끊겼다. 오이카와씨가 바라보고 있었다. 눈을 다시 깜빡이고 마주 보자, 오이카와씨는 내 앞이마에 내려앉은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정리했다. 오이카와씨 뒤편은 큰 통유리였다. 넓은 카페 안의 구석진 자리는 항상 우리가 앉는 자리였다. 유리를 등지고 앉은 의자 옆에는 키가 큰 인조 산세베리아가 넓은 잎가지를 퍼뜨리고 자리 잡고 있었다. 구석진 카페 안쪽 자리의, 흰색 둥근 화분으로 가려진 의자 안쪽에 앉아서 오이카와씨와 나는 마주 보고 있었다. 오이카와씨 뒤편의 통유리에는 석양이 몰려드는 거리를 몇몇 사람이 분주히 걸어갔다. 낮이 잠기고 붉은 바다에 삼켜지는 이 시각 즈음의 오이카와씨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나쁘셨나요.”

오이카와씨가 끼고 있는 검은색 뿔테 안경을 보고 말했다. 오이카와씨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 도수 없는 안경이야.”

그럼 왜,”

토비오한테도 선물해줬잖아. 방금, 안경.”

다시 고개를 내렸다. 오이카와씨와 똑같은 검은색 뿔테 안경이 손에 들려있었다. 언제 받은 건지 확실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마도 사진기와 눈에 대한 생각을 하기 이전일 것이다. 아이스티를 주문하기 전이던가, 그 이후던가. 오른쪽에 놓인 아이스티 속 각진 얼음은 4개 정도 둥둥 떠서 아이스티 바다 위를 부유하고 있었다. 안경을 들어 올려 코에 걸쳤다. 귀 옆에 닿은 감각이 서늘했다. 오이카와씨가 보이고, 오이카와씨가 쓰고 있는 안경이 보였다. 안경 너머의 안경, 그 안경의 짧은 수평선 너머의 오이카와씨는 웃음을 참는 듯 이상한 표정이었다.

안 어울려.”

무슨 상관이에요알고 있어요.”

선글라스를 쓴 적이 있다. 아오바죠사이로 가고, 오이카와씨를 만나고 금방 벗어버렸지만 어울리지 않는 건 알고 있었다. 오이카와씨는 안경이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어떻게 입느냐에 따라, 어떤 식으로 웃는지에 따라 이미지가 연기처럼 흘러다니는 사람이었다. 고정된 이미지도, 형태도 없이 녹아내린 채로 흘러다니는 오이카와씨는 내게 안경을 건넸다. 눈을 감았다가 떠도 형상이 부서지는 오이카와씨를 이 안경으로 어떻게 담아내야 하는 건지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가르쳐줘요, 오이카와 선배. 어릴 적처럼 마냥 물어보는 곳에 답이 오리란 법은 없었다. 오이카와씨도 가르치는 것은 적성이 아니었다. 적어도 나를 대상으로는.

안경을 다시 벗으려고 손을 들었다. 쓰는 것도 익숙하지 않았던 손끝은 벗는 방법에서도 한참을 방황했다. 안경을 어찌 쓰고 벗는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사진은 찍는 법도 누군가가 가르쳐주지 않으면 알 수 없듯이, 눈을 깜빡여 대상을 뇌 속에 전기처럼 박아 넣는 것도 배우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중학교 시절 그 방법을 알려준 건 오이카와씨였다. 정확히 말한 건 오이카와씨의 배구, 서브였다. 뇌 속에 무언가를 찍어놓고 떠올리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다. 입이 말랐다. 좋은 선생이 되진 못하는 오이카와씨는 안경을 어설프게 벗는 내 손끝을 잡고 잠시간 소리 내어 웃었다.

벗지 마. 쓰고 있어.”

왜요. 답답하다고요.”

있잖아. 토비오.”

안경에 닿아있던 내 양손을 잡아 테이블에 단단히 고정한 오이카와씨는 몸을 기울였다. 오이카와씨 뒤쪽 통유리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점점 가늘어지더니 이윽고 완전히 사라졌다. 눈앞에는 오이카와씨의 눈동자와 속눈썹, 가는 눈썹이 전부였다. 눈의 움직임에 따라 흰 볼과 깨끗한 코끝, 좋은 향이 나는 머리카락이 보였으나 이윽고 나는 오이카와씨를 마주 보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몇 가지 할 말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무슨 말이었을까 하고 생각하는 건 결국 의미 없는 일이기도 했다. 아이스티 속 얼음이 모두 녹을지도, 같은 생각이 가끔 튀어 오르는 것만큼 의미 없었다.

눈동자는 영혼을 담고 있다고 말하기도 하니까,”

오이카와씨의 속눈썹이 가까이 다가왔다. 둔탁한 플라스틱 제제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안경이 조금 내려앉았다. 안경끼리 부딪치는 순간, 오이카와씨는 눈을 한번 깜빡였다. 옅은 홍차 빛의 속눈썹이 흔들렸다.

눈을 마주 본다는 건,”

고개를 조금 움직이자 안경끼리의 마찰음이 빗소리처럼 간간이 들렸다. 눈을 가늘게 뜬 오이카와씨의 입술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목소리의 형태를 빚고 있었다. 오이카와씨에게 잡혀있던 양손은 어느새 그와 마주 잡고 있었다. 눈을 한번 감았다가 떴다. 그가 새겨졌다. 찰칵, 셔터음이 들리면 머릿속 필름은 돌아가고 언젠가 인화할 때를 기다린다. 머릿속 사진 폴더는 오이카와씨로 가득했지만, 무엇 하나 초점이 맞는 사진이 없었다.

영혼을 마주 본다는 뜻인지도 몰라.”

오이카와씨는 눈을 천천히 뜨고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안경 너머에서, 속눈썹끼리 키스하듯이, 천천히, 천천히, 부드럽게, 그에 맞춰 나도 눈을 가늘게 떴다. 마주보는 눈동자 사이에서 시야는 흐려졌다. 오이카와씨가 웃는 소리가 들렸다.

그 영혼이라는 것도 결국 눈동자에 갇혀 있는 거니까,”

초점이 흐린 오이카와씨는 다시 말을 이었다.

안경 너머로 보는 눈과 똑같다고 생각하지 않아?”

안경 너머의 눈동자, 또 그 눈동자 너머의 영혼, 영혼 안의 안경 속에서 오이카와씨의 눈동자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수십 개의 사진기가 비추는 섬광이 지나고 나면 오이카와씨는 전부 녹아내려 머릿속 폴더에서만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될지도 몰랐다. 몇 단계의 프리즘을 거친 뒤의 오이카와씨가 거꾸로 된 사진일지, 반쪽이 잘린 사진일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기도 했다. 짧고 느리게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내가 바라볼 수 있는 오이카와씨의 영혼은 극히 단시간이기도 한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그 영혼도 눈동자라는 프리즘을 지나면 무엇일지 나로서는 알 수 없는 게 두 번째 이유였다.

영혼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네요.”

그럼에도 우리는 마주 봤다. 속눈썹끼리 닿을 정도의 거리에서, 키스를 하고 눈을 마주쳤다. 코끝이 서로 맞닿을 지점까지 온다면, 영혼끼리 닿아있다 해도 거짓말이 아닐 정도의 거리였다. 안경 너머라 해도, 오이카와씨의 눈동자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이카와씨가 나를 바라보는 순간은 눈을 감을 수 있었다.

셔터 소리가 났다. 폴라로이드 사진이 천천히 인화되어 나왔다. 오이카와씨의 입술 감촉이 새겨져 있는 사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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